신한 차기 회장 땐 '라인, 인맥' 사라지나

라응찬 전 회장 그림자 옅어질 것으로 보여

2017-01-12     장가희 기자

조용병 신한은행장 / 사진=신한은행

오는 20일 신한금융의 차기 회장 최종 후보를 선출하는 이사회를 앞두고 조용병 신한은행장,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이 3파전을 벌이고 있다.

내부 인사가 신한금융을 이끄는 수장 자리에 오르다보니 지금까지 'OO 라인', 'OO 파' 가 큰 요건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지난 2010년 신한사태를 거쳐 2015년 행장 선출에서 어떤 라인에도 속하지 않은 인물인 조용병 행장이 발탁되면서 앞으로 '라인'이나 '명맥'과 같은 전 CEO의 그림자는 조금씩 퇴색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줄기를 형성한 라응찬 전 회장은 지난 2001년 8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신한금융 회장을 역임했다.

 

 신한은행은 1982년 6월 금융통화운영위원회로부터 은행설립인가를 취득한 후 영업을 개시했다. 1982년 7월 점포가 3개에 불과했으나 1986년 하반기엔 총 수신 1조원, 1990년 11월엔 총 수신 4조원을 넘어섰다. 신한은행 설립 당시 재일교포들이 가방에 현찰을 넣어 우리나라로 와 거액을 출자한 일화도 있다. 외환위기 당시 시중은행들은 모두 간판을 내렸지만 신한은행은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켰다.

신한금융이 설립되기 전 은행 시절부터 따져보면 라응찬 회장은 총 17년간 신한을 진두지휘했다. "라 회장은 퇴임 후에도 라 회장 스스로를 신한금융이라고 생각할 정도"라는 전언이 무리가 아닌 이유다.

2010년 신한사태를 겪은 후 라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 모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차기 회장인 한동우 회장이 선출될 때 '라 회장 인맥', '라 회장 라인'이란 말이 무성했다. 라 전 회장이 신한을 떠났지만 실제론 막강한 영향력을 쥐고 있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퇴직 임원 모임 관계자들이 '한 회장이 라응찬 전 회장에게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성명을 내고 한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기도 했다.

한 회장은 라 전 회장과 함께 신한은행 설립에 기여한 '정통 신한맨'이다. 한 회장은 1993년 45세에 신한은행 이사로 파격 승진하고 1999년 신한은행 부행장을 역임했다. 2009년 신한생명 부회장을 끝으로 신한인으로서 역할을 마감할 뻔 했지만 신한사태가 한 회장에겐 기회가 됐다. 이 때문에 운장(運將)이라는 꼬리표가 붙기도 했다. 아직까지도 라응찬 전 회장의 반대편에 선 인물들은 "한 회장이 신한사태 내분을 제대로 결론짓지 못하고 신상훈 전 사장측을 아직까지 배척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 회장 역시 신한사태를 의식한 듯 지난 2015년 행장 선임에선 조용병 전 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을 발탁했다. 조 행장은 라 전회장이나 신 전 사장 어느측 인물도 아닌 '중도파'로 알려져 있다. 당시 라 전 회장 측근으로 알려졌던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행장에 오를 것이란 하마평이 무성했지만 예상을 뒤엎는 결과였다.

한 회장은 라 전 회장과 관계도 소원해 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경 열린 신한 동호회에서 라 전 회장이 한 회장을 곤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신한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한금융 내부에서도 라 전 회장의 그림자는 어느정도 옅어지는 듯 하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차기 회장 선출에서도 중도파인 조용병 행장이 무리없이 회장 자리에 오를 것이란 평가는 이미 오래전 일이다. 조 행장 취임 이후 리딩뱅크로 호실적을 보여왔고, '엉클조'라는 별명 답게 덕장(德將)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은 19일 3차 회추위에서 세 후보의 성과, 역량, 자격요건 적합여부를 종합적으로 검증해 20일 개최되는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를 확정 짓는다.

최종 확정된 대표이사 회장 후보는 오는 3월 신한금융 정기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회장으로 취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