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들 "치매 치료제 개발 포기 못해"
잇단 실패에도 도전 이어져…임상시험중 충치 예방 기능 찾아내기도
현대인 치매 환자는 늘어나는 추세지만 아직 알츠하이머병(알츠하이머성 치매)은 치료약이 없다. 미국, 유럽 제약사와 연구소는 번번이 신약 임상시험에서 실패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은 기존 알츠하이머 치료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뇌 속에 있는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라는 단백질이 엉겨 붙어 쌓이면 알츠하이어병이 발생한다. 치매 60~8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이다. 뚜렷한 치료 방법은 없지만 두 단백질이 응집되는 것을 막는 연구는 계속 이뤄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치매 인구가 2013년 기준 4400만명에서 2030년 7600만명, 2050년 1억35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 규모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연간 1조 달러다.
국내외 제약사와 연구소들은 치매 신약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개발에 힘을 쏟는다. 그러나 신약 연구개발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최근 15년간 임상 시험 120건 이상이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해 11월,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개발 중이던 솔라네주맙은 임상 시험에서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억제하는 솔라네주맙은 3상 임상시험에서 멈췄다. 인지능력 저하를 억제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이다. 일라이릴리는 초기 알츠하이머 제품화를 포기했다. 기대를 모았던 타우 단백질 억제제 LMTM(Leuco-methylthioninium bis(하이드로메탄설포네이트)도 최종 임상에서 실패했다.
오히려 다른 효과를 발견한 알츠하이머 신약도 있다. 9일 영국 과학지 사이언스 데일리(Science daily)는 영국 킹스 칼리지가 알츠하이머 신약 임상 중 치아 충치를 예방하는 기능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치매 치료는 실패했지만 치아 충치를 고칠 수 있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업계는 알츠하이머 신약이었지만 새롭게 치과 치료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의료업계는 임상 시험에서 치매 확진 환자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재 의학적으로 치매를 정확히 확진하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치매환자 30%가 시험이 끝난 후 치매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기도 했다.
한 의료업계 전문가는 “신약 임상을 하려면 병에 걸린 환자들을 모아서 효능을 봐야한다. 뇌신경 영상을 찍어서 치매를 판단하는 방법을 사용 중인데 이 방법은 안전성과 비용 탓에 널리 쓰이지 않는다”며 ”또 이 방법은 정확한 치매 진단이 어렵다. 환자 사망 이후에야 뇌를 정확히 검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치매 신약 시장이 마냥 어두운 것은 아니다. 독일 다국적 제약회사 머크는 ‘베루베세스타트’의 초기 임상에서 기억력 상실이 완화되는 등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미국 바이오젠은 치료용 항체 아두카누맙을 시험 중이다.
우리나라는 일동제약, 차바이오텍, 대화제약, 동국제약 등이 임상 시험을 하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IST)은 세계 최초로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을 동시에 억제하는 네크로스타틴을 개발했다. 현재 이 신약 후보 물질은 전임상 단계다. 전임상 실험은 임상 이전에 거치는 동물실험을 의미한다.
김영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치매DTC융합연구원은 “치매 신약 대부분이 단일 물질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나 타우 단백질 둘 중 하나를 없애는 것이다”며 “네크로스타틴은 치매 원인이 되는 두 가지 물질을 모두 치료할 수 있어 다른 신약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치매 환자가 약을 먹는 시점은 병에 걸린 후”라며 “머크의 베루베세스타트 등 다른 물질들은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복용하는 약이라 네크로스타틴이 더 효과 면에서 좋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는 사연많은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이 순탄하게 이뤄질지 주목하고 있다.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 중 어느 것을 제거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 또한 벌어지고 있다.
김 연구원은 “치매 신약 임상 성공률은 약 0.4% 밖에 안된다. 이제 글로벌 제약사들은 기존 중기에서 말기 치매 환자를 치료하는 약 대신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약을 만들고 있다”며 “지난 2년 동안 초기 치매 환자를 치료하는 연구가 많이 나왔는데 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