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11조원 투자 계획에 경쟁사 KT “환영”
"ICT 신사업 이통업계 주도 의미" 긍정적 평가
SK텔레콤이 새로운 ICT분야에 11조원을 투자하기로 하며 산업계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이같은 결정에 대해 경쟁사들은 긴장보단 오히려 반기는 기색이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ICT 산업 생태계 조성 및 육성에 5조원, 5G 등 미래형 네트워크에 6조원 등 3년간 총 11조원을 투자키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특히 산업 간 융합‧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되는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분야에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 SK플래닛과 함께 투자를 진행한다.
SK텔레콤의 대규모 투자 계획에 경쟁사인 KT은 12일 오히려 환영한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중요 사안에 대해 부딪혀온 지금까지의 모습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모습이다. KT관계자는 “SK텔레콤이 해당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한 것은 같은 업계로서 볼 때 오히려 반가운 일”이라며 “새로운 ICT분야를 키우는 작업을 이동통신사들이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이통업계 전체에 이익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분야는 SK텔레콤 등 이통사들과 삼성전자와 같은 제조사가 모두 뛰어들며 보이지 않는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융합되는 분야 특성상 필연적으로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SK텔레콤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힘에 따라 관련 산업 주도권 경쟁에서 이통사들이 좀 더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업계 전반에 퍼져있는 것이다.
KT는 향후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추가 투자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했다. KT는 지난 2015년 9월 130주년을 맞아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등 미래먹거리 사업과 관련해 이미 투자 계획을 내비친바 있다. KT관계자는 “재작년 장기적 투자계획을 밝혔지만 산업 환경 변화에 맞춰 우리도 곧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발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KT의 세부적인 투자 계획은 황창규 회장의 연임 여부가 변수다. 업계에선 일단 연임까진 수월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연임 이후 새 정권이 들어서게 되면 정치적 역풍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새로운 회장이 들어오게 되면 관련 사업에 대한 그림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 올해 ICT기업 빅딜 가능성 대두
이번 투자 발표 이후 SK텔레콤이 더욱 적극적으로 M&A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익명의 한 이통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나섰다면 결국 인수합병(M&A)이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때마침 새로 부임한 박정호 사장이 그룹 내 대표적인 인수합병 전문가라는 점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지난해엔 CJ헬로비전과 합병과 무산됐지만 올해 다시 본격적으로 기업사들이기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투자와 M&A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SK텔레콤은 단순 기술 개발이 아니라 생태계를 확장시키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사물인터넷은 생태계를 만들어 최대한 많은 업체를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본격적인 생태계 조성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국내 사물인터넷 분야의 생태계 확장을 위해 ‘IoT오픈하우스’를 운영키로 했다.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개발자 및 스타트업에게 IoT 교육 및 서비스 기획, 하드웨어개발, 네트워크 연동 테스트 등에 대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