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의혹' 삼성·박근혜·최순실, 모두 '남 탓'
박근혜"최순실 개인적 이득"·최순실"삼성에 부탁 안해"·삼성"박 대통령이 압박"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 의혹과 관련해 당사자인 박 대통령, 삼성, 최순실씨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 본인들의 혐의를 부인한 채 책임을 떠넘기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은 5일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 탄핵심판 2차 변론에서 대리인단을 통해 "최순실이 개인적 이익을 취한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은 대단히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박 대통령 측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2015년 7월 독대가 구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 8일 뒤 있었던 점을 들어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삼성물산 합병결의에 찬성하도록 요청할 이유가 없었다. 왜 다 끝난 일을 부탁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삼성그룹 소속 2개 회사의 합병에 대하여 어떠한 지시도 내린 사실이 없다"며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박 대통령이 삼성 합병과 관련된 어떠한 지시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도 앞서 1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삼성 제3자 뇌물죄 의혹과 관련해 "(특검이 나를) 완전히 엮은 것"이라며 "이 회사(삼성)를 도와주라 그렇게 지시한 적은 없다"고 항변했다.
최씨도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국정농단 사건 첫 공판에서 "억울한 부분이 많다"며 공소사실 일체를 부인했다. 이번 재판은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기소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과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에 대한 재판으로 삼성 뇌물 의혹은 빠져있다.
최씨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최씨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대통령과 어떤 공모나 연결 행위를 한 바 없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재단 출연금 모금에 관여한 바 없고 금전적 이익을 취한 바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 조사와 특검 조사에서도 자신과 관련한 혐의 일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최씨는 지난달 26일 자신이 수감된 서울구치소 수감동에 찾아온 국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조특위 소속 의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삼성의 승마 관련 특혜지원에 대해 "삼성에 부탁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삼성의 지원 이유'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관련 질문에 대해선 구체적 답변을 회피했다.
삼성은 특검 조사에서 최씨에 대한 지원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박 대통령의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특검에 소환되는 삼성 관계자들 역시 이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뇌물 공여자가 아닌 박 대통령 직권남용의 피해자라는 주장이다.
진술을 종합하면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9월 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서 함께 참석한 이 부회장을 따로 불러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삼성은 이후 지난해 3월 한화로부터 승마협회 회장사를 넘겨받았다.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 담당 사장은 승마협회 회장에 올랐고 그룹 관계자들이 부회장 등 주요 직책을 맡게 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5일 이 부회장과의 독대에서 '지원이 좀 소홀하다. 신경 써달라'는 취지로 이 부회장에게 재차 압박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지원도 요구했다.
삼성은 독대 후 부랴부랴 박 사장을 독일로 보내는 등 최씨 소유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와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체결 직후 박 사장은 이 부회장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승마협회를 통해 정씨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이후 실제 최씨 측에 78억원 가량을 건넸고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 가량을 지원했다.
박 대통령-최순실-삼성의 이 같은 부인에도 불구하고 박영수 특검팀은 제3자 뇌물죄 실체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결정 의혹과 관련해선 청와대 개입 진술을 확보하는 등 빠르게 박 대통령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의 최순실씨 특혜 지원에 대해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위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총괄 사장을 소환조사하는 등 삼성 관련자들을 연이어 조사해 지원 배경을 추궁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도 미래전략실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 후 소환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특검팀은 아울러 굳게 입을 다물고 있는 최씨의 입을 열게 하기 위해 덴마크에서 체포된 정유라씨에 대한 강제송환 절차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