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엔(En)코노미]② 영화 부가판권이 로또복권

성장세 돋보여 미래먹거리 각광…NEW 자회사 콘텐츠판다 매출도 고속성장

2017-01-06     고재석 기자
인터넷 VOD 등 극장 밖 유통‧판매를 아우르는 개념이 부가판권이다. 2015년 기준 부가판권 시장은 3300억원 규모까지 올라왔다. 이 선두에 선 기업 콘텐츠판다의 성장세도 단연 돋보인다. / 사진=시사저널e

부가판권은 아직 영화관객들에게도 낯선 개념이다. 그런데 로또복권이라니? 아직 성공률은 낮지만 성장세를 감안하면 미래에 대박이 터질 수도 있어서다. 이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입한 기업은 회사명을 모든 콘텐츠를 다 팔겠다는 의미로 정했다. 부가판권의 사업영역이 넓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영화투자배급사 NEW가 만든 콘텐츠판다의 고속성장은 단연 돋보인다. 지난해 3분기까지의 매출은 이미 직전해의 2배를 넘어섰다. 아직 영화선진국과 대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내 부가판권 시장규모를 감안하면 콘텐츠판다의 성장도 계속되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발광하는 현대사’에서 ‘졸업반’까지…콘텐츠판다 분투기

지난달 29일 개봉한 영화 ‘졸업반’은 19금 OVA 애니메이션을 표방했다. OVA(Original Video Animation)란 극장 개봉 없이 방송이나 비디오, DVD로 발매되는 애니메이션을 뜻한다.

미디어환경이 변한 오늘날에는 IPTV, 인터넷, 모바일 등 디지털 플랫폼으로 즉각 유통되는 애니메이션을 표현하는 말이 됐다. 졸업반이 굳이 디지털 최초개봉이라는 수식어를 쓴 까닭이다. 홍덕표 감독이 연출을 맡고 ‘부산행’의 감독으로도 유명한 애니메이션 거장 연상호 감독이 제작했다.

이 애니메이션의 배급사가 콘텐츠판다다. 영화투자배급사 NEW는 2013년 9월 영화, 공연, 애니메이션 등의 2차 판권 유통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콘텐츠 유통 전문회사인 ㈜콘텐츠판다를 만들었다.

콘텐츠판다의 첫 작품도 홍덕표‧연상호 콤비가 맡았었다. 2014년 6월 나온 ‘발광하는 현대사’ 도 VOD 전용 19금 애니메이션이었다. 강도하 작가의 웹툰이 원작이다. 당시 이 작품은 극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IPTV와 디지털 TV, 인터넷, 모바일 등의 플랫폼으로 관객을 만나 화제가 됐다.

김재민 콘텐츠판다 총괄상무이사는 2014년 한 영화전문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발광하는 현대사는 시작부터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아니었다. OVA로 영화관이나 TV 방송에서 보여줄 수 없는 콘텐츠다. 콘텐츠판다에선 관객이 ‘극장이 아닌 집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로 인식하도록 마케팅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콘텐츠판다는 ‘라이프 애프터 베스’ ‘사죄의 왕’ ‘익스트림 게임: 서울어택’ ‘사랑한다고 말해: 키스하고 싶어질 땐’ 등 국내 일부서 소개된 외화들을 IPTV/디지털케이블 최초개봉관에서 공개해왔다. 또 ‘그 놈, 그녀를 만나다’ 등 그간 극장서 접하기 어려웠던 중화권 흥행작들도 역시 IPTV/디지털케이블 최초개봉관에서 소개해왔다.

이와 같은 개봉형태 뿐 아니라 인터넷 VOD 등 극장 밖 유통‧판매를 아우르는 개념이 부가판권이다. 2015년 기준 부가판권 시장은 3300억원 규모까지 올라왔다. 2009년 888억원에서 6년 만에 4배 증가했다. 아직 2016년 결산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성장했으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박스오피스 대비 부가판권 매출 비중은 20% 안팎으로 추정된다.

 

개봉시장과 부가판권 시장이 구별된다는 증거는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27일 극장가에서 대대적으로 개봉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제이슨본’의 관객수는 261만명이다. 그런데 9월까지 IPTV‧케이블TV에서 제이슨본을 이용한 숫자가 101만에 달한다. 극장개봉을 기준으로 해도 겨우 두 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2015년에는 더 극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이 당시 IPTV 및 디지털케이블 TV 한국영화 연간순위 5위에 오른 극비수사는 극장 관객 수가 286만 명이었다. 하지만 부가판권 시장에서는 사도와 명량을 제쳤다. 
 

2014년 12월 2일 오후 경기 고양 일산서구 대화동 킨텍스에서 열린 '2014 대한민국 스마트 미디어 대전'에서 관람객들이 UHD IPTV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IPTV는 미디어 시대의 총아로 떠올랐다. / 사진=뉴스1

이 덕에 콘텐츠판다의 성장세도 도드라진다. NEW가 금융당국에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콘텐츠판다의 매출액은 187억원이다. NEW의 자회사 중 가장 돋보이는 실적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99억원이었다. 2배의 성장세다. 2014년 한해 매출액(114억원)도 이미 넘겨버린 셈이다.

장민지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 박사(대중문화평론가)는 “이런 방식의 사업은 극장을 거치지 않으니 유통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과거 인디씬 등 독립영화들이 극장에 걸리지 않아 포털로 유통하던 때가 있었다. 그걸 다듬어 사업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장 박사는 “디지털 배급으로 수익을 내고 이를 통해 독자적인 팬덤을 확보할 수도 있다. 그 후 제작 영역 확장도 가능하다. 넷플릭스가 정확히 이런 성장과정을 거쳐왔다”고 풀이했다.

증권가 판단도 같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일본수준까지만 가더라도 단기간 (박스오피스 대비 부가판권 시장비중이) 50%까지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그간 (콘텐츠판다가) 판권 유통사업을 영위해 성장해왔다면 (이제는) 자체 배급력을 강화해 독자사업모델을 구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부가판권, 기회와 위기

극장 중심의 영화시장이 정체에 빠졌다는 점도 업계 안팎에서 부가판권의 가능성을 주목하는 배경이다. 6일 영화진흥위원회 산업통계에 따르면 국내 1인당 한해 평균 영화관람 숫자는 2015년 기준으로 4.2회다. 2016년 결산결과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다만 11월까지 총 관객수는 2015년과 엇비슷하거나 다소 낮았다. 1인당 관람 숫자도 대동소이하리라는 얘기다.

영화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3.6회)과 프랑스(3.1회)는 되레 한국에 뒤진다. 떠오르는 시장인 중국은 아직 채 1회도 넘지 못했다. 서정 CJ CGV 대표는 지난해 12월 기자들을 초청한 미디어포럼에 나와 “콘텐츠 뿐 아니라 극장사업자의 역할이 컸다. 인프라, 접근성, 서비스, 마케팅 등이 주효했다”고 자부심을 한껏 드러냈다.

문제는 다음이다. 서 대표는 바로 이어 “현재 CGV 극장수는 323개다. 2011년에 비해서 약 40% 성장했다. 그럼 관람객도 40% 성장을 했을까? (아쉽게도)인프라 확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2011년 1인당 평균 관람횟수는 3.15회였다.

이 탓에 한국영화투자수익률은 –7.2%(2015년)에 그쳤다. 손익분기점을 넘는 것부터 어렵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극장을 택하지 않은 디지털 전용 개봉시장이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극장티켓 값이 1만원대를 넘어선 점도 이 같은 분위기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부가판권 시장마저 극장에 종속돼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015년 개봉영화 편수는 1176편에 달했다. 이중 한국영화는 232편이다. 전체 제작편수(269편)의 대부분이 극장개봉을 택한 셈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측은 이에 대해 “최근 주요시장으로 떠오른 IPTV 등 온라인 영화 플랫폼에서 극장 개봉여부가 콘텐츠 단가 책정 및 홍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많은 영화들이 형식적 극장 개봉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극장업계 관계자는 “부가판권을 노리고 만든 작품도 단가 차이가 커서 극장에 며칠이라도 걸려고 한다”며 “극장과 부가판권 시장이 명확히 구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