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그린카, “1㎞당 99원인 휘발유 170원에?”
이용요금과 주행요금 별도 책정…해외 카셰어링업체보다 비용 너무 비싸
공유 경제 바람을 타고 질주하고 있는 국내 카셰어링(차량 공유) 업체가 서비스 이용료를 과도하게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카셰어링 업체와 달리 국내 업체는 시간에 비례한 이용료에 더해 이용 거리에 따른 주행요금을 별도 책정하고 있는 탓이다. ㎞당 주행요금 역시 일선 주유소 유가보다 41%나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카셰어링 업체인 쏘카와 그린카는 소형차 기준 주행 거리 1㎞당 170원을 추가해 이용요금을 책정하고 있다. 2000년 세계 최초로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한 미국 카셰어링 업체 집카(Zipcar)가 약 289㎞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과 대조된다.
독일 자동차 생산 업체 다임러AG가 2008년 시작한 카셰어링 서비스 카투고(Car2go)도 국내 카셰어링 업체와 다른 요금 책정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카투고는 최초 200㎞까지는 시간당 이용료 이외에 추가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대신 200㎞를 넘어선 거리에 한해 1㎞당 0.29유로(약 363원)을 책정한다.
문제는 실질적인 연료비에 해당하는 주행요금이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보다 비싸 국내 카셰어링 서비스 이용료도 덩달아 비싸진다는 데 있다. 쏘카와 그린카에서 현대차 소형차 엑센트를 한 시간 빌려 80㎞를 달릴 경우 지급해야 하는 이용료는 2만2180원이다. 10분 단위 대여요금과 1㎞당 주행요금이 각각 1430원과 170원에 불과하지만, 시간과 주행 거리를 반영하면 이용요금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유가변동을 반영해 주행요금을 책정하고 있지만, 반드시 유류비가 주행요금에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카셰어링은 늦은 귀가 등 짧은 시간에 택시보다 저렴하게 이용하는 데 적합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외 카셰어링 업체는 1분 단위로 이용료을 책정하는데도 불구하고 유류비를 따로 부과하지 않아 단위 시간당 이용 금액이 국내 카셰어링 업체보다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베를린 위치한 카투고에서 벤츠 소형차 A클래스를 1시간 이용할 때 내야 할 금액은 16.99유로(약 2만1326원)다. 출고 가격만 두 배에 달하는 차량을 빌려도 이용요금은 더 저렴한 셈이다.
미국 뉴욕에 있는 집카와 차량 이용요금을 비교할 경우 가격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집카는 포드 중형차 포커스 1시간 이용료를 7.5달러(약 9037원)에 책정하고 있다. 가입비 7달러(약 8435원)를 포함해도 2만원을 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국내 카셰어링 서비스가 국내 평균 유가의 두 배에 달하는 연료비를 주행요금으로 책정하고 있어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현대차 엑센트 가솔린 모델 복합연비가 15㎞/ℓ인 점을 고려할 때 4일 전국 평균 유가인 1494.91원 기준 1㎞당 연료비는 99.7원에 불과하다. 쏘카와 그린카가 170원으로 책정한 유류비가 시중가보다 41%나 비싼 것이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대여요금과 별도로 주행요금을 과다하게 받아 겉으론 저렴한 이용료를 강조하면서도 상식 밖의 연료비를 챙기고 있다”면서 “연료비를 주행요금으로 포장해 이익을 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