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압박에 삼성 '피해자 코스프레'…"박 대통령이 지원 압박"

제3자 뇌물죄 피하겠다는 계산…이재용, 청문회 위증죄 논란

2017-01-03     한광범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4년 9월 15일 대구 북구 제일모직 부지에 조성될 대구 창조경제단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날 행사에서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따로 불러 대한승마협회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는 삼성 관계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 사진=청와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최순실-박근혜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제3자 뇌물죄 수사에 속도를 내는 와중에 삼성이 '박 대통령의 압박에 의한 것'이라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그룹 총수에 대한 위증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특검팀은 삼성의 최씨 특혜 지원 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직접 대한승마협회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는 삼성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했다. 삼성 관계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9월 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서 함께 참석한 이 부회장을 따로 불러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삼성은 이후 지난해 3월 한화로부터 승마협회 회장사를 넘겨받았다.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 담당 사장은 승마협회 회장에 올랐고 그룹 관계자들이 부회장 등 주요 직책을 맡게 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5일 이 부회장과의 독대에서 '지원이 좀 소홀하다. 신경 써달라'는 취지로 이 부회장에게 재차 압박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최씨 조카 장시호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지원도 요구했다.

 

삼성은 독대 후 부랴부랴 박 사장을 독일로 보내는 등 최씨 소유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와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체결 직후 박 사장은 이 부회장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승마협회를 통해 정씨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이후 실제 최씨 측에 78억원 가량을 건넸고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 가량을 지원했다. 

 

이 같은 진술이 삼성 관계자들을 통해 나왔다는 점에서 삼성은 '박 대통령의 압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최씨를 지원했다'는 입장으로 대응전략을 정리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삼성은 제3자 뇌물공여자가 아닌 직권남용 등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더라도 삼성으로선 문제가 발생한다. 이 같은 입장이 앞선 이 부회장의 청문회 진술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 경우 이 부회장이 위증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씨의 존재에 대해서도 '문제가 되고 나서 최근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또 지원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되고 나서 미래전략실 관계자들로부터 들었다"며 지원 이유에 대해서도 "나중에 (미래전략실에) 물어보니까 어쩔 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고 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야당은 발끈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3일 브리핑을 통해 삼성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며 "청문회에서 당당히 위증을 한 이 부회장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 원내대변인은 "국조특위가 즉각 이 부회장을 위증죄로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의 바람과는 달리 특검팀은 '삼성-최순실-박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제3자 뇌물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팀은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던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과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자백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문 전 장관을 구속한 데 이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문 전 장관을 상대로 윗선의 지시 여부를 추궁하고 있다.

 

또 정유라씨가 덴마크에서 체포된 것도 향후 수사에 긍정적이다. 특검팀은 정씨와의 대질 등을 통해 최씨를 압박할 경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최씨의 자백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