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발 빅뱅, 엔터테인먼트 판도 바꿀까

손경식회장 신년 화두로 M&A 강조…공룡화에 대한 비판 여론은 변수

2017-01-03     고재석 기자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M&A를 신년 화두로 꺼내면서 엔터테인먼트 계열사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미국 UCLA 등 해외 경영대학원(MBA) 학생들이 서울 상암동 CJ E&M 센터를 방문한 모습. / 사진=뉴스1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M&A를 신년 화두로 꺼내면서 엔터테인먼트 계열사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CJ 내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재구축되고 있다. CJ E&M을 중심으로 몸집 불리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CGV의 8000억원짜리 거래도 있었다. 변수는 여론이다. 공룡이 더 큰 공룡이 되는 걸 비판하는 시각이 많아서다.

지난해 CJ는 두 건의 M&A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접었다. SK텔레콤에 넘기려던 CJ헬로비전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불허결정에 막혀 매각이 무산됐다. 그룹 차원에서 인수에 적극 나섰던 맥도날드 한국 사업권도 금액 부담 탓에 최종협상 대상자 자리에 앉지도 않고 중간에 스스로 발을 뺐다.

이중 CJ헬로비전 매각은 CJ E&M을 중심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재편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선택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애초 CJ헬로비전이 소유하던 동영상 플랫폼 티빙(tving)을 매각협상 전에 CJ E&M에 넘긴 점도 이 같은 추측에 무게를 더했다.

티빙은 CJ가 한국판 넷플릭스의 가능성을 타진하며 내세운 OTT(Over the top) 플랫폼이다. 실제 CJ E&M은 올해부터 티빙 실시간 방송서비스를 무료로 전환하는 등 적극적인 시장 확대 전략을 펼치고 있다. CJ E&M은 그룹 내 사업 재편 과정서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OTT를 넘겨받으며 몸집을 불린 모양새가 됐다.

CJ E&M의 몸집 불리기는 영화관련 사업부문에서 가장 공세적으로 진행됐다. 산업계의 눈으로 볼 때 규모는 작지만 영화계의 비상한 관심을 끈 소식은 JK필름 인수다. JK필름은 해운대, 국제시장 등 두 편의 1000만 영화를 배출한 윤제균 감독이 만든 영화제작사다. 해운대와 국제시장 모두 CJ E&M이 투자배급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CJ E&M은 지난해 11월 JK필름 지분 36%를 인수했다. 앞서 CJ E&M은 이미 JK필름 지분 15%를 보유한 채 영화 투자배급에 나서는 등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로써 CJ는 극장 CGV, 투자‧배급과 제작을 모두 겸한 CJ E&M을 양 날개 삼아 보다 심화된 수직 계열화된 조직을 구축하게 됐다. 영화 등 콘텐츠투자에 나서는 타임와이즈 인베스트먼트(옛 CJ창업투자)도 있다.

사업재편 후 성과를 가늠할 시험장 중 하나는 중국이다. CJ E&M은 자회사가 된 JK필름과 엔터업계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덱스터 스튜디오와 손잡고 영화 ‘쿵푸로봇’ 제작에 나선다. 특히 쿵푸로봇은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그룹인 완다가 첫 투자한 한중합작영화다.

올해 공히 IPO(기업공개)를 눈앞에 둔 스튜디오 드래곤과 넷마블 게임즈도 몸집 불리기에 일조할 가능성이 높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4분기에 내놓은 콘텐츠가 흥행홈런을 치며 IPO를 앞두고 가치올리기를 극대화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4월 4일 서울 신사동 CGV청담씨네시티에서 CGV와 터키 최대 영화사업자인 ‘마르스 엔터테인먼트 그룹(MARS Entertainment Group, 이하 MARS)’ 간 인수계약이 체결되는 모습. 왼쪽이 무랏 악트라그룹 대표, 오른쪽이 서정 CGV대표. / 사진=CGV

스튜디오 드래곤은 CJ E&M이 지난해 물적분할한 자회사다. 최근 방영 중인 도깨비의 제작사이기도 하다. 넷마블게임즈는 지난해 4분기에 내놓은 리니지2: 레볼루션이 흥행하면서 상승흐름을 완연하게 탔다. CJ E&M은 넷마블게임즈 지분 28%, 스튜디오 드래곤 지분 91%를 보유하고 있다.

문지현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두 자회사 실적개선과 주식시장 상장을 통한 지분가치 증대가 실현되면 기업가치와 주가에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풀이했다.

극장 개장을 통한 해외진출에 몰두하던 CGV가 지난해 4월 8000억원 규모의 인수협상을 추진한 점도 관심거리다. 이 협상에는 CJ E&M도 1000억원을 투자해 12.7%의 지분을 취득했다. 터키시장의 성수기가 국내와 달리 4분기와 1분기라는 점에서 인수효과는 이제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손경식 회장이 신년사에서 수많은 그룹 내 계열사 중 지난해 의미 있는 성과를 낸 기업으로 CJ제일제당과 CJ E&M, CJ CGV 단 3개만 언급한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CJ제일제당이 그룹 내 매출규모(14조원~15조원) 1위일 뿐 아니라 그룹 모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엔터테인먼트 계열사에 대한 수뇌부의 기대감을 읽을 수 있다.

변수는 여론이다. 글로벌 시장 공략이라는 명분으로 영화와 방송 부문에서 몸집 불리기에 나섰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국내 시장을 황폐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어서다. 특히 투자와 배급, 마케팅 등 제작 다음 단계에서 역할을 하던 대기업이 제작까지 손을 뻗치는 데 대한 비판이 많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달 19일 공청회에 나와 “대기업이 기획, 투자, 제작, 배급, 상영을 다 하고 있어 폐해가 크다. 영화산업 발전을 위해선 중소제작사가 좋은 영화를 만들면 대박을 만들고, 큰 규모의 제작사로 성장이 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CJ와 롯데를 정면겨냥했다.

제작업계서 직접 일했던 한 영화연구자도 기자에게 “CJ 등 대기업이 자본을 매개로 제작에도 관여하면서 기존 영화제작업계가 급격히 왜소화됐다. 이 때문에 영화를 전체적으로 컨트롤하는 프로듀서 힘이 빠지고 감독이 직접 차린 제작사가 많아졌다. (CJ E&M이 인수한) JK필름도 마찬가지 경우”라며 “지금은 (기존 제작사 중) 명필름이나 영화사 집 정도가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