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조직 슬림화 작업 박차
비대한 몸집 줄이는 조직개편 적극화…희망퇴직 등 인력 감축 바람 거세
올해 금융권은 비대한 몸짓 줄이기에 어느해보다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말 국내 금융지주사가 단행한 조직개편 내용도 대부분 효율성을 목적으로 한 조직 슬림화에 역점을 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와 국책은행은 지난해말 조직개편을 단행, 올해부터 새로운 모습으로 출발했다. 대다수 금융지주사는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조직 연계성을 높였다. 부서 통폐합을 통한 몸짓 줄이기에도 신경썼다. 조직 효율성을 높여 이익을 올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KEB하나금융지주는 은행 부행장 3명, 전무 7명, 본부장 16명을 승진, 교체했다. 임원 40%를 교체하는 등 은행의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이다. 또한 그룹 1개, 본부 5개, 본점 11개를 축소하는 조직 슬림화에도 나섰다.
또 허브 영업점에 스포크 영업점을 두는 새 영업점 시스템을 도입해 영업본부 4개를 줄였다. 이에 하나금융은 올해부터 본점 조직을 14개 그룹, 12개 본부, 61개 부서, 4개 사업단으로 운영한다. 외환은행과 통합하면서 비대해진 조직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부서를 줄인 것이다. 대신 하나금융은 자산관리(WM)사업단, 투자은행(IB사업단, 외환사업단, 신탁사업단을 통해 비은행부문을 전략적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NH농협금융지주도 3개 본부, 1개 분사, 9개 부, 1개 단 형태의 조직체계를 3부문 9부 1단으로 간소화했다. 대신 글로벌전략부와 디지털금융단을 신설하고 내년 중요 사업부를 부각시켰다. 은행에서도 디지털뱅킹본부와 핀테크사업단, 빅데이터 전략단을 새로 만들었다.
BNK금융지주도 마찬가지다. 일부 부서를 통폐합하고 지주와 부산은행·경남은행 양행과의 임직원 겸직을 확대하는 등 조직 슬림화 작업에 나섰다.
BNK금융지주는 양행간 업무표준화 전담팀인 경영혁신팀을 신설하고 IT본부도 신설해 업무표준화의 핵심인 IT업무 표준화와 그룹 전산센터의 원활한 이전을 추진하기로 했다. BNK금융의 이번 조직개편은 '투뱅크-원프로세스'로 통칭된다. 이를 통해 부산·경남은행 양행 조직체계를 합치고 겸직을 확대하는 등 조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이에 부산은행은 기존 7개 영업본부를 5개로 축소했다. 경남은행은 본부부서 소속과 명칭 변경에 집중하는 등 조직개편 범위를 최소화했다. 양행간 조직체계 일원화에 중점을 두고 조직의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침이다.
KDB산업은행도 지난달 기존 조직을 9부문 53부(실) 77지점으로 축소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조직개편은 혁신방안 반영과 조직 효율성 제고를 목표로 했다. 산업은행은 이에 조사부를 미래전략개발부로 확대, 개편했다. 미래통일사업본부는 KDB미래전략연구소로 바꿨다. 미래 먹거리 발굴 등과 관련한 전략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KB금융지주는 지주사와 은행, 증권 부서 내 의사결정 체계를 통합하는 형태로 조직 슬림화를 단행했다.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를 위해 지주와 함께 은행·증권 계열사 임원을 겸직하도록 했다. 하나의 의사결정체제로 개편한 셈이다. 이에 KB금융은 박정림 KB국민은행 여신그룹 부행장과 전귀상 KB국민은행 CIB그룹 부행장을 각각 지주 WM 총괄 부사장과 CIB총괄 부사장으로 신규 선임했다. 박 부사장과 전 부사장은 기존 국민은행 부행장직과 KB증권 부문장직을 함께 수행하게 된다.
KB금융은 특히 은행 WM그룹에 투자상품서비스(IPS) 본부를 KB증권과 대칭 형태로 신설했다. 이는 양사 간 협업을 통해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지주 개인고객그룹을 고객전략그룹으로 재편하고 데이터분석부를 신설했다.
KB금융 관계자는 "KB금융그룹은 지주, 은행, 카드, 손해보험까지 데이터 분석 조직을 구축했다"며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금융그룹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트렌드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도 슬림화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도진 행장은 취임식에서 '질적 성장'과 '효율성'을 강조했다. 김 행장은 "영업채널을 조정해 나가고 적자 점포는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며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뼈아픈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직 내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부분은 적극적으로 수정해 나갈 것을 강조한 것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1월 중순 임원 인사를 발표할 계획"이라며 "김 행장 의지가 충분히 반영된 조직개편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해 금융권 희망퇴직 등 인력 감축 바람 거세 예정
조직개편을 통한 조직 슬림화에 나선 금융사는 한편 임직원을 줄이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인건비를 줄여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국내 은행 임직원은 11만5000명으로 전년(2015년) 같은 기간 기준보다 1500명이 줄었다. 행원급이 1454명이 줄어 가장 많이 감소했다. 책임자급은 42명이 줄었다.
이 가운데 KB국민은행은 2만346명에서 1만9795명으로 551명이나 줄었다. 전체 은행권 퇴직 인원의 36.6%에 달하는 수준이다.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271명, 우리은행은 243명, 신한은행은 87명이 줄었다.
인원 감축 바람은 앞으로 더 심해질 예정이다. 희망퇴직 등으로 은행권에서 더 많은 인원이 나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지난달말 희망퇴직에 2800여명이 신청했다. 지난 2010년 3200명이 퇴사한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들은 당장 1월 중순에 은행을 떠날 예정이다. 지난달 말 농협은행이 실시한 희망퇴직에도 411명이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344명)보다 20%정도 희망퇴직 신청자가 늘었다.
하나은행도 '준정년특별퇴직'을 실시한다. 만 38세 이상 근속 기간 10년 이상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특별퇴직 신청을 마무리하고 퇴직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연초에 희망퇴직을 시행, 관련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핀테크를 활용한 무인점포, 모바일과 인터넷을 활용한 금융거래 플랫폼이 확산하면서 은행이 대규모 인력을 필요로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희망퇴직 등을 활용한 구조적인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