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새해 전략]③ 중소형 증권사 생존전략 부심
중소기업 특화·대체투자 집중…대형사도 손대는 분야라 차별성 확보가 관건
자기자본 1조원 미만의 중소형 증권사들이 올해 큰 도전을 맞았다. 증권 업계가 대형사 위주로 재편되면서 먹거리가 줄고 있는 까닭이다. 따라서 이들은 올해 대형사와 차별화 확보가 중요해졌다. 중소기업 특화, 대체 투자 등이 정유년 이들 증권사의 주요 전략이 될 전망이다.
증권업계 판도가 대형 투자은행(IB) 중심으로 변하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의 걱정거리가 많아졌다. 금융당국은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기존 거래중개업(브로커리지) 위주 영업에서 벗어나 기업 인수·합병(M&A) 중개, 종합 기업금융 등으로 업무 영역을 넓혀나가야 한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자기자본을 3조원, 4조원, 8조원 이상으로 구분해 자본 규모에 맞춰 차별화된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하면서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자기자본이 적은 중소형 증권사들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대신 정부는 자기자본이 낮은 증권사를 위해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지정·헤지펀드 겸영·신기술금융업 등록 등 제도를 마련했다. 대형 IB 틈바구니 속에서 전문화를 통해 살아남아라는 뜻인 셈이다. 실제 여러 중소형 증권사들은 정부 시책에 발맞추어 전문화와 특화를 통해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중소기업 특화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전략이 되고 있다. 자기가본 1조원 미만의 중소형 증권사 중에서는 IBK투자증권을 비롯해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KTB투자증권이 중소기업특화 증권사로 선정돼 차별화에 힘쓰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지난해 5월 정부로부터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로 선정된 이후 관련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미 IBK투자증권은 지난해 중소·벤처기업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중소기업(SME) 금융팀과 더불어 인수합병(M&A)과 사모펀드(PEF) 경쟁력 강화를 위한 독립 본부도 설치한 상태다. 이 덕에 IBK투자증권은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 시장에서 상장기업 28개사를 발굴해 최다 상장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대만계 증권사인 유안타증권은 중화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국내 스타트업·벤처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을 돕는다는 전략이다. 서명석 유안타증권 대표는 신년사에서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부족한 트랙 레코드로 중소기업특화 전문증권사 라이선스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범중화권 네트워크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았기 때문”이라며 “올해에도 범중화권 전문증권사로서의 위상을 더 확고히 할 것”이라 밝혔다.
유진투자증권은 중소기업과 관련한 다양한 사업 전략을 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4월 금융위로부터 중소기업특화증권사로 지정된 이후 중소기업과 벤처 업체를 대상으로 한 크라우드펀딩 업무를 시작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10월 신기술사업금융업 등록하면서 중소∙벤처금융 사업을 강화했다. 신기술사업금융업은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이를 응용해 사업화하는 중소·벤처기업에 투자나 융자해주는 여신전문금융업을 말한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창업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크라우드펀딩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증권사 중에서는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체결 건수가 23건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IBK투자증권이 21건이었고 유진투자증권(3건), 키움증권(2건), KTB투자증권(2건) 순이었다.
KTB투자증권 역시 뒤늦게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로 합류하면서 중소기업 특화에 역량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KTB투자증권은 지난해말 KB증권이 합병으로 내려놓은 중소기업특화 증권사의 배턴을 이어 받았다. 최석종 대표는 신년사에서 “대형사들은 잇따른 합병과 자본확충에 나서면서며 중소형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며 “대형사와 차별화 된 진정한 특화증권사가 되어야 한다. 특히 중기특화증권사 등 지원 프로세스를 확연히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 업황이 증시 거래량 감소, 수수료율 하락 등으로 나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 정책이 대형증권사 위주인 점을 감안하면 중소형 증권사들이 설 자리는 점점 잃어갈 가능성이 크다”며 “대체투자, 중소기업 등 분야도 대형 증권사들이 손을 뻗치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만의 차별성을 갖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