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조현준·조현상 ‘형제 경영시대’ 개막

조현준 회장-조현상 사장 체제…형제간 갈등 여지 남아

2016-12-29     원태영 기자
효성이 본격적인 3세 경영에 돌입한다. 조현준 효성 회장(왼쪽)과 조현상 효성 사장. / 사진=효성

효성이 본격적인 3세 경영에 돌입한다.

 

효성은 29일 조현준 사장을 회장으로, 조현상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조석래 회장은 고령과 건강상 이유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효성그룹 경영은 창업 2세에서 3세로 완전히 넘어가게 됐다. 다만 과거 형제의난 사건 해결 등 조현준 회장이 넘어야할 산이 아직 많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조현준 회장은 2007년 1월 이후 약 10년 만에 승진했으며, 조현상 사장은 2012년 1월 부사장으로 승진한 후 약 5년 만의 승진이다. 그동안 효성의 기술과 품질경영을 이끌어왔던 조석래 회장은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회장직에서 물러난다. 다만 대표이사직은 유지한다.

조현준 회장은 지난해와 올해 연속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끄는 등 그간의 경영성과를 인정받았다. 이번 인사는 특히 내년도 대내외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경영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조현준 회장은 97년 효성 전략본부 부장으로 입사한 이후 성과 중심의 PG/PU(퍼포먼스 그룹/ 퍼포먼스 유니트) 시스템을 구축하며 현재 효성의 조직시스템 기틀을 마련한 바 있다.

조 회장이 2007년부터 맡아 온 섬유PG는 현재 효성 그룹 영업이익의 40%를 차지할 만큼 회사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특히 주력 사업인 스판덱스 부문의 경우 2010년 세계시장 점유율 23%로 세계 1위로 올라선 이후 꾸준히 시장지배력을 높여왔다. 최근 세계 시장 점유율은 32%로 2위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조 회장은 “대한민국 기업들이 글로벌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다”며 “스포츠맨십에 기반한 페어플레이를 통해 효성을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조현상 사장은 산업자재PG장 겸 전략본부장을 맡아 형 조현준 회장을 도와 함께 회사를 이끌게 된다. 조 사장은 1998년 효성에 입사한 이후 산업자재PG장 겸 전략본부 임원으로서 효성의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를 글로벌 No.1 사업으로 성장시켰다.

조 사장은 컨설턴트 출신으로 해외진출, 투자 등 그룹의 중요 경영사항들을 성공적으로 성사시키며 회사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2006년 세계적 타이어 업체인 미국 굿이어사에 타이어코드를 장기 공급하고 미주와 남미, 유럽에 있는 굿이어의 타이어코드 공장 4곳을 인수하는 업계 최대 규모의 계약체결을 통해 시장점유율 40%가 넘는 1위로 만들었으며 이익도 5배 이상 성장시켰다.

효성은 이번 인사를 계기로, 본격적인 형제 경영제체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석래 회장이 물러난 이후 효성 내부 세력이 분열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효성 내부관계자에 따르면 효성 안에는 크게 3가지 분파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조현준 회장이 이끄는 일명 ‘P1’, 두번째는 조현상 사장이 이끄는 ‘P2’, 다른 하나는 조석래 회장 부인 송광자 씨가 이끄는 세력이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각 세력에 따라 일종의 라인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의 경우, 효성 지분을 비슷하게 보유하고 있기에 향후 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벌어질 여지도 충분한 상황이다. 올해 9월 기준 조현준 회장은 13.80%의 효성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동생 조현상 사장은 12.2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조석래 전 회장은 10.15%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효성은 이미 과거에 한번 형제의난을 겪은 적이 있다. 조석래 전 회장은 세 아들에게 비슷한 지분을 물려주고 경쟁을 시켰다. 원래 효성의 3형제는 각각 7% 수준의 효성 지분을 보유한 채 후계 자리를 놓고 물밑 경쟁을 벌였다. 이후 조현문 전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손을 떼자 후계 구도는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의 경쟁으로 좁혀졌다.

지난 2011년 조현문 전 부사장과 조석래 전 회장이 회사의 경영방식을 두고 다툼을 벌인 뒤 같은해 9월 조 전 부사장은 회사를 떠났다. 이후 조 전 부사장은 2013년 2월 보유한 효성 주식 대부분을 팔아치우고 변호사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게 된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과 효성의 갈등은 계속됐다. 2013년 여름 효성은 해외비자금 조성과 탈루혐의가 드러나 국세청 조사를 받게 됐고 누설 배후로 조 전 부사장이 의심받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갈등에 조 전 부사장의 강직한 성격이 영향을 끼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하버드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조 전 부사장은 가족에게도 예외없이 불법행위를 용납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지속된 갈등 상황에서 결국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7월과 10월 형인 조현준 당시 사장을 포함해 그룹 계열사 전·현직 임원 등 9명을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조 전 부사장은 노틸러스효성 등 3개 계열사 지분을 가진 조 사장과 해당 계열사 대표들이 수익과 무관한 거래에 투자하거나 고가로 주식을 사들이는 수법으로 회사에 수백억 원의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다. 이후 조 전 부사장과 효성 일가가 벌인 소송은 10건으로 확대됐으며, 아직 확실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조현준 회장이 경영권을 확고히 하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동생 조현문 전 부사장과의 법정 싸움도 해결해야 하며, 향후 지분 확보를 통해 또 다른 동생인 조현상 사장과의 경쟁도 이어가야 한다. 조현준 회장의 행보에 따라, 향후 효성의 미래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