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역 폐지 유보에 한숨 돌린 케이블업계

동등결합·All-IP 등 호재에도 근원적 경쟁력 강화 필요

2016-12-27     민보름 기자
조경식 미래창조과학부 방송진흥정책국장이 10월 27일 제 1차 유료방송 발전방안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올해는 하루하루 정말 힘들었지만 좋은 결과를 이뤄냈다.” 최종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SO협의회 회장이 27일 송년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은 케이블 뿐 아니라 유료방송 업계 전체의 운명을 결정하는 발표가 있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7일 오전 유료방송발전방안 확정안을 내놓고 케이블 방송 서비스가 디지털 전환을 완료 한 이후 사업 권역 폐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미래부가 지난 10월 최초로 내놨던 방안에는 78개 케이블 사업 권역을 폐지하고 케이블 사업을 전국화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각 권역에 대한 독점 사업권을 잃을 처지에 놓인 케이블 업계는 이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결국 권역 폐지가 디지털 전환 이후로 미뤄지면서 케이블 업계는 한숨을 돌렸다. 이로써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불허와 유료방송발전방안 발표 등 파란만장 했던 올해 케이블 정책은 불확실성을 제거한 상태로 마감됐다.

 

하지만 관련 논의는 무산됐다기보다 미뤄진 측면이 크다. 내년 동등결합 상품 출시 등 호재도 케이블 경쟁력 강화에 얼마나 기여할 지도 미지수다.

 

미뤄진 권역 폐지·동등결합·All-IP 등 연말 호재 쏟아져

 

케이블 협회는 27일 행사에서 당일 미래부가 발표할 유료방송발전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을 세웠다. 특히 협회는 권역 폐지 정책이 강행될 경우에 대비하고 있었다. 케이블 업체들은 지역별 사업 권역이 폐지될 경우 이동통신사들이 지역 중소 SO를 인수하는 방법으로 지역 유료방송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개된 정부 방안이 예상보다 온건한 방향으로 결정되면서 공식적인 브리핑은 취소됐다. 조경식 미래부 방송진흥정책국장은 구체적인 권역 개편안은 정책연구를 통해 확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래부가 CJ헬로비전의 케이블 융합 솔루션(CCS) 서비스를 승인함으로써 특정 이동통신사가 SO를 인수해 공동주택 방송망을 독점할 것이란 우려도 일부 해소됐다. CCS란 케이블 All-IP 전환 전략을 가능케 하는 기술이다.

 

All-IP란 다양한 서비스가 통합된 인터넷 프로토콜(IP) 하나로 전송되는 방식을 뜻한다. 방송망과 통신망을 따로 서비스했던 케이블이 새로운 기술 이용할 경우 서비스 효율이 높아지고 양방향 방송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권역 폐지 외에 유료방송발전방안으로 나왔던 이동통신 동등결합 상품의 경우 내년 초부터 상품이 출시된다. 동등결합이란 현재 이동통신 3사가 판매하고 있는 이동통신 결합상품에 포함된 이동통신 서비스를 케이블 서비스와 함께 묶어 판매하는 상품이다. 케이블 업체들도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통사 결합상품과 같은 할인 비율로 자사 케이블방송, 초고속인터넷과 묶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

 

배석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은 정부가 사업자들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게 돼서 다행이라면서 이동통신사들도 권역 폐지에 반대하고 있어 전망이 긍정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책 효과는 부분적...근원적 경쟁력 강화 노력해야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가 11월 상암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사 서비스 경쟁력 강화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민보름 기자

그러나 이런 대책들이 얼마나 효과를 낼 것인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한 케이블 협회 관계자는 케이블 권역 폐지에 대한 논의도 무산됐다기보다 미뤄진 것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유료방송발전방안에 포함된 내용들은 유료방송 시장 구조를 뒤바꿀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정한 확정 기한은 올해 연말까지였다. 때문에 미래부가 졸속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구체적인 결정을 미뤘다는 의견이 나온다. 거기다 정치적 불안이 해소되고 새 정권이 임기를 시작할 경우 유료방송 정책 방안이 바뀔 수 있다.

 

동등결합 상품도 당장 이동통신사가 결합상품을 통해 유료방송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행위를 막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유통방식이나 마케팅 역량에서 이동통신사 가 내놓는 결합상품과 경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 케이블 업체 관계자는 동등결합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케이블 업체들이 따로 대대적인 마케팅을 한다기보다 자사 서비스를 해지하려는 고객에게 우리에게도 이런 상품이 있다는 식으로 해지율을 줄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CCS도 현재로서는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 같은 일부 대형 업체들이 시도할 수 있는 서비스로 알려져 있다. 이에 케이블 산업 전체가 근원적인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케이블 업계는 올해 7월부터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원케이블(One Cable) 전략을 추진해왔다. 이 전략에 따라 내년에는 전체 SO 매출의 20%4700억원이 케이블 발전을 위해 투입된다.

 

이들 기업은 모든 권역에서 케이블 지역 채널을 우리동네 우리방송이라는 공동 브랜드로 운영하고 고객들이 타 지역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이전 케이블 서비스에서 구입한 주문형동영상(VOD)을 소장할 수 있도록 하는 원케이블 서비스도 1월부터 시작한다.

 

배석규 회장은 원케이블 서비스는 국내 유일 지역성구현 매체인 케이블TV의 특장을 더욱 살려 소비자 편익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며 서비스 개선 뿐 아니라 결합상품 시장 안착 등 현안 제도개선에도 힘 써 유료방송시장 전체 생태계선순환 구조에도 앞장 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