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 "경영은 타이밍 포착"

"주말엔 놀아야 아이디어 생겨…임원 능력만 보고 뽑아"

2016-12-27     이용우 기자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일에만 몰두하는 워커홀릭(Workaholic)과 거리가 멀었다. 그는 주말을 빼앗기는 걸 가장 억울해했다. 김 회장은 "주말에는 무조건 놀아야 한다. 아이디어는 노는 데서 나온다"고 말했다. 최신 영화 개봉작도 챙겨본다. 특히 아내와 함께 다니기를 좋아한다.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 영화 마스터를 봤다. 김 회장은 "앉아 있다고 아이디어가 나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런 김 회장에게 특별한 경영 능력이 있다. 그는 타이밍의 명수였다. 경영에서 타이밍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그의 경영철학이다. 올해 상반기 농협은행의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한 빅배스(Big bath, 기존 부실자산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털어내는 회계기법)를 단행한 것도 그의 타이밍 포착 능력에 있었다. 농협은 2007년부터 이어져 온 조선·해운 부실 여신을 제때 정리하지 못했다. 

 

이번에 해결하지 않으면 내년엔 더 어려워 질 것이었다. 김 회장은 "누구든 한번은 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상반기 적자 실적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농협금융지주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농협지주 출범 이래 최대 인사 조치도 단행했다. 하반기 흑자 실적은 이렇게 나왔다. 타이밍은 절묘했다.

김 회장은 인터뷰 도중 정장 안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보이며 "요즘 대부분 이걸로 나한테 보고한다"며 "결재 문서를 보내면 보고 판단해 결정한다. 꼭 사무실에 있을 이유가 없다. 장소, 시간은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절묘한 타이밍은 결단을 내리는 스피드에 달렸다고 그는 설명했다.

김 회장이 농협금융지주에 온 지 1년 8개월이 지났다. 이 기간 대부분을 시스템을 고치는 데 할애했다. 농협금융지주에 내년은 재도약의 해라고 말했다. 27일 김 회장을 농협금융회장 접견실에서 만났다.

올해 상반기 적자를 탈피하며 김 회장 리더십이 돋보였다. 본인 경영 스타일을 설명해달라.


농협금융지주는 시장에서 후발 주자다. 4, 5년밖에 안 됐다. 후발이 선발 주자를 따라가려면 남다른 생각을 해야 한다. 지금은 굉장히 빠른 스피드가 필요한 시대다. 농협금융지주에 와서 느낀 것이 하나 있다. 직원들이 대면보고하려고만 하더라. 비즈니스에서는 의미가 없다. 결정을 빨리 내리는게 중요하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국민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단어 하나를 신중하게 해야 하지만 비즈니스는 다르다. 이익에 부합하다고 판단하면 바로 실행해야 한다. 농협만 해도 굉장히 보수적이고 충성적인 조직이다. 단점은 형식적이고 관행적인 부분이 많았다. 스피드 있게 바꿔야 했다.

예를 들면.


현장에 답이 있었다. 요즘도 현장에 많이 나간다. 현장에서 실무자와 이야기를 나누면 거기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각 영업점을 다녀보고 의견을 듣는다. 그럼 반영할 게 너무 많았다. 현장을 중시하는 이유다. 그리고 영업 본부장 중 1, 2등 하는 실력자를 찾을 수 있다. 그런 직원은 반드시 부행장으로 발탁한다. 지난해도 그랬고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여신심사나 리스크 분야 쪽에서 인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런 직원은 현장에서 느낀 점이 많은 사람이다. 본부와 어떤 점에서 소통이 안 되는지 알고 있다. 부행장으로 일을 시켜보면 잘했다. 현장에서 움직여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소통과 신뢰도 중요하다. 요즘 소통하라고 하지만 어려운 이유는 진정성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아서다. 경영자는 직원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쌍방향 소통이다. 금융기관에 신뢰도 너무나 중요하다. 신뢰를 잃으면 시장에서 바로 외면당한다. 내가 온 이후로 농협금융에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신뢰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또 신뢰를 보이기 위해 사회공헌사업도 강조한다. 여기에 매년 1000억원을 투자한다. 보통 시중은행 2배 규모다. 금융은 금융으로만 해선 살아남을 수 없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상반기 2000억원 이상 적자를 기록했다.


농협이 2012년 신경분리하던 당시 대기업 여신을 많이 끌어들였다. 농협은 가계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게 성격에 맞다. 대기업 여신을 많았음에도 산업이나 거시경제를 제대로 분석하지 않아 부실을 많이 떠안게 됐다. 농협 관계자 대부분 적자가 난다고 생각 못했다. 농협은 1인 대주주다. 주주가 농촌 농민이다. 배당해야 한다. 적자로 인해 배당하지 않으면 반발이 나올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아무도 적자를 감수하며 털어내지 못했다.  

취임 후에 이걸 보고 한 번은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새롭게 도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 타이밍이었다. 빅배스라는 말을 처음 쓴 것도 이즈음이다. 시의적절했다고 본다. 대기업 부실 여신 정리 결단을 내리면서 중앙회 이사회에 설명했다. 자료를 종합했는데 그 전까지 조선·해운 부실 여신이 얼마나 되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시나리오별로 나눠 이사회에 설명했다. 1조7000억원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하반기에도 적자가 나올 수 있다고 봤다. 배당을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에게 본인의 경영 철학을 설명하는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 사진=임준선 시사저널 사진 기자

그쪽에서 뭐라고 안 하던가.

뭐라고 할 수 있겠나. 그렇게 하겠다고 과감하게 말했는데. 다른 은행들은 3년에 한 번(은행장 교체 등 변화가 있을 때)마다 빅배스를 진행했지만, 농협은 제때 부실를 정리하지 못했다. 그리고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내 기본급의 10%를 자진 반납했다. 경비도 계열사별로 경비를 20% 줄이는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수익이 날 수 있는 부분은 현실화하도록 했다. 수수료를 적게 받는 것도 지적해 현실화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대기업 여신 충당금을 상반기 쌓지 않고 하반기로 미뤘으면 더 심각해졌을 것이다. 올해 농협금융 전체 직원이 열심히 일했다. 전사적으로 뛰었다. 회복 속도가 빨라진 이유다. 예상보다 빨리 회복돼 내년에는 2배 이상 수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농협금융은 농협은행 부행장 80%를 교체하는 임원급 인사를 발표했다. 농협금융이 출범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인사다.

나는 일 중심으로만 인사한다. 이번에 승진한 사람은 전 사람보다 능력있는 사람들이다. 업무 능력과 전문성을 기준으로 뽑았다. 지역 따위는모른다. 능력이 없으면 출신 지역은 아무 소용없다. 새롭게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었다. 재도약을 위해서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사람들은 업무 능력면에서 뛰어나다. 영업본부장으로 1, 2등에 오른 인사들이다.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도입)해야 한다. 농협 계열사부터 시작하라고 했다. 캐피탈과 저축은행은 실시하고 있다. 보험 쪽은 일부 시행하고 있다. 결국 은행이 관건이다. 계열사가 성과연봉제를 실행하다 보니 실적이 워낙 좋게 나왔다. 목표를 120% 초과 달성했다. 성과연봉제는 일하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다. 은행에 도입하면 수익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 다만 저성과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성과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부작용을 상쇄할 정도로 잘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본다.

명칭사용료를 농업지원사업비로 이름을 바꿨다.

명칭사용료에 대한 오해를 해소할 수 있었다. 명칭사용료는 농업 지원을 위해 사용하는 재원이다. 그런데 농협이라는 브랜드 사용 대가로만 인식되면서 브랜드 사용료를 그렇게 많이 내냐는 오해가 발생했다. 농업지원사업비로 이름이 바뀌면 오해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 농협금융 주인은 농촌 농민이다. 농은 중앙회 인건비와 농촌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당연히 줘야 한다고 본다. 실적에 연동하므로 그때그때 규모가 다르다. 내년엔 올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신경분리 이후 은행 영업이익이 계속 줄고 있다. 신경분리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도 나온다. 


나는 (2012년에 신경분리를) 잘했다고 본다. 신경분리가 되기 전 상태인 농협조합으로만 계속 왔으면 수익은 훨씬 적었을 것이다. 지금은 계열사만 봐도 수익이 훨씬 나아졌다. 발전하는 모습이 보인다. 조선·해운 충당금 문제는 2007년부터 내려왔다. 그걸 털어내지 못하고 계속 끌고 온 것이다. 이번에 한번에 정리했다.

성격이 꼼꼼한 것 같다. 


직원에게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경험하지 않으면 어려운 일에 부딪혔을 때 해결하기 어렵다. 나는 금융만 하지 않았다. 재무, 복지, 감독 등 다양한 일을 해봤다. 또 지금은 꼼꼼한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다. 엉성해선 안 된다. 어떤 사람이 보고서를 올리는 걸 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경험이 많고 꼼꼼한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처음에 내가 농협금융지주에 오자 아래 직원이 "업무를 너무 꼼꼼하게 챙긴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도 않은데 그렇게 느낀 것 같다.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꼼꼼한 조직이 돼야 한다. 그리고 경험을 통해 모든 걸 꿰뚫어 봐야 한다. 선두에 서지 않으면 늦는다. 회장에 취임하자마자 글로벌 부서를 만들었다. 글로벌 전략 기획을 계열사로부터 받는다. 해외 진출 국가를 5개로 집중하게 했다. 중국, 미얀마,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거기부터 집중하자고 했다. 이곳은 예대마진이 5~6% 나는 곳이다. 우리 자본으로도 장사가 된다. 정보기술(IT) 부서도 확대했다. 이건 대세다. 내년에 관련 부서를 더 확대하고 집중할 계획이다.

일과 후에 보통 시간을 어떻게 보내시는지.


아내와 영화 보고 돌아다닌다. 주말에 아내와 드라이브가는 걸 좋아한다. 지난 24일에 영화 마스터를 봤다. 잘 만들었더라. 나는 주말을 빼앗기는 걸 굉장히 억울해한다. 주말엔 무조건 놀아야 한다. 직원들도 놀라고 한다. 예전에는 매일 야근했다. 상사가 주말에 나오면 모두 출근했다. 그런다고 일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대기하는 것이었다. 나는 주말에 절대 안 나온다. 무조건 놀아야 한다. 


늦게 퇴근하는 것도 지양한다. 일찍 퇴근해서 자기 공부하게 한다. 복지도 신경쓴다. 어린이집을 1층에 만들었다. 내가 만들었다. 회장 취임 후 제일 잘한 것을 생각해보니 어린이집 만든 것이었다. 그 덕에 사내 결혼이 늘었다. 지금은 아이디어 시대다. 자리에만 앉아 있는다고 그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 예전과 많이 다른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