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전경련 56년 역사상 첫 '자발 탈퇴' 재벌로

삼성·SK 등 탈퇴 러시 이어질 듯…내년 2월 전후 '전경련' 간판 내릴 가능성

2016-12-27     한광범 기자
1961년 설립돼 막강한 영향력을 끼쳐왔던 전경련은 재벌 그룹들의 탈퇴 움직임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사진=뉴스1

LG그룹이 주요 그룹 중 처음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 의사를 공식적으로 통보했다. 1961년 설립 이래 첫 재벌 그룹의 자발적 탈퇴가 공식화한 것이다. 삼성그룹과 SK그룹 등 이미 탈퇴 의사를 밝힌 주요 그룹들의 전경련 탈퇴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전경련 해체나 개혁 논의도 급물살을 타게 될 전망이다.

 

LG는 27일 "2017년부터 전경련 회원사로서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며 회비 또한 납부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전경련 측에 이 같은 방침을 정식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탈퇴는 재계 4위 그룹이 공식적으로 전경련에 탈퇴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탈퇴 의사 표명 후 공식적으로 이를 전경련에 전달하지 않은 삼성 등도 압박을 받게 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6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주요 그룹 총수 중 일부가 전경련 탈퇴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구본무 LG 회장은 당시 전경련 탈퇴에는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발언 기회를 요청해 "전경련은 (미국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처럼 운영하고 그냥 각 각 기업 간의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이후 탈퇴 의사에 동의해달라는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의 거듭된 요청에 "예"라고 답했다. LG는 IMF 외환위기 직후부터 전경련에 발길을 끊었다. 국민의정부(김대중 정부) 하에서 실행된 대기업 간 사업체 빅딜로 반도체 사업을 현대에게 넘긴 것에 대한 앙금이다. 당시 전경련은 빅딜을 중재한 바 있다. 

 

지난 6일 청문회에선 재계 1위 삼성이 전경련 탈퇴 입장을 가장 먼저 밝힌 바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하 의원의 요구에 "저희는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최태원 SK 회장 역시 탈퇴에 동의한다며 "전경련의 환골탈태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삼성과 SK는 아직 전경련 탈퇴에 대한 구체적 의사를 전경련 측에 전달하지 않았다. 다만 내년부터 회비를 내지 않을 방침이다. 

 

현재 전경련에선 회원사들의 탈퇴가 계속되고 있다. 청문회 이후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지난 12일 전경련에 탈퇴서를 공식 제출했다. 또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 금융공기업도 탈퇴서를 낸 상태다. 아울러 시중 은행들도 탈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와중에 전경련은 긴급 임원회의를 갖는 등 대책 마련을 준비 중이지만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청문회 이후 10대 그룹 관계자들은 사실상 전경련에 발길을 끊은 상태다. 이로 인해 전경련이  내년 2월까지 마련하기로 한 자체 개혁안과 관련한 의견수렴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전경련의 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주요 그룹의 탈퇴는 전경련 자금 사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4대 그룹은 전경련 1년 회비 400억원 중 절반인 200억원을 책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그룹 중 현대차를 제외한 3개 그룹이 활동 중단 의사를 내비친 상황인 만큼 전경련 예산의 급격한 감축이 불가피하다. 주요 그룹이 예산 외에 기부금으로 내는 돈도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주요 그룹의 탈퇴는 재계 단체로서의 전경련 위상 추락과도 직결된다. 위상 추락은 회원사들의 이탈을 더욱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결국 허창수 현 회장 임기가 끝나는 내년 2월을 전후로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할 예정이다. 재계에선 앞서 청문회에서 언급된 대로 전경련이 향후 이름을 바꾸고 연구재단으로 성격을 대대적으로 변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961년 설립돼 산업화 시절 재벌 이익단체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끼쳤던 전경련의 이름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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