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지출 확대, 경기부양 위한 진정한 해법일까

당정, 내년 2월 추경 편성 검토…"확장적 재정정책은 정치적 쇼" 비판도

2016-12-23     유재철 기자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라는 주문이 정부 안팎에서 넘쳐나고 있다.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자리 잡아 미국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통화 완화정책을 실시하라는 요구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그러나 확장적 재정정책만이 경기침체와 리스크 관리의 최선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23일 정부와 새누리당은 내년 2월까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당정은 국회에서 민생경제현안 종합점검회의를 열어 “세수에 여유가 있고 경제는 타이밍이 중요한 만큼 내년 2월까지 추경을 편성해 달라고 정부에 강력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긍정적 검토를 시사했다.

야당은 줄곧 추경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라는 요구를 했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 경제의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재정을 적극 활용하는 확장적 거시정책을 펴야 한다”면서 “추경을 일자리 창출과 조선‧해운 구조조정에 집중 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한국은행도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해 힘을 실어줬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통화정책 시대가 가고 재정정책의 시대가 왔다”면서 재정의 역할 확대를 주문했다. 그는 400조원을 넘긴 내년 예산에 대해 “확장적이지 않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확장적 재정정책에 모든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일각에선 신중론을 펼치기도 한다. 재정을 무리하게 확장할 경우 재정수지가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당장의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오지만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양날의 검과도 같다. 1990년대 부동산 거품이 붕괴된 일본은 경기부양을 위해 섣불리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다 오히려 경기는 침체되고 재정건전성은 나빠졌다. 이런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일각에서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금리를 낮추면 가계부채도 문제고 자본유출가능성도 커지는 등 우려가 있다. 내수를 생각하면 낮춰야겠지만 국내상황만 고려한다고 되는 세상이 아니다. 금리를 낮추는게 부담스런 상황은 틀림없다. 쉽지 않지만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조화롭게 써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통화정책이 약발이 잘 안 먹히는 상황이 되도록 가만히 있었던 한은도 책임이 있다. 정부 역시 한은한테 금리 내리라 말하면서 정작 재정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다. 1년에 1~2번 만나는 걸로 (재정‧통화정책 조율이) 쉽겠나. 기관이 실제적인 협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고 말했다.

재정정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정책보다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써야 한다. (통화정책을 써야) 유출을 유도해서 우리가 바라는 원화절하를 유도할 수 있다. 이자율을 낮추고 외국자본의 유출이 나오면 원화를 절하하는 그런 정책을 써야 내수와 수출 진작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 교수는 확장적 재정정책의 요구가 나오는 것에 대해 “예산안 심사할 때 서로가 협의를 해서 증액을 했으면 됐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정치적 쇼라고 생각한다. 필요하다면 추경을 할 수도 있지만 이는 새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