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i30, “신차 효과 되찾자” 마케팅 안간힘
신차 판매 2개월만에 판매량 뒷걸음…11월 판매량 전달대비 21.4%↓
2016-12-23 배동주 기자
현대차 준중형 해치백 신형 i30가 또다시 부진에 빠졌다. ‘핫(hot) 해치백’이라는 이름으로 쏟아 부은 마케팅과 국내 해치백 시장 절대 강자의 빈자리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성장세로 오인됐던 지난 10월 590대 넘는 판매량은 한 달 사이 46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2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신형 i30 판매량은 463대로 지난 10월 596대가 판매된 것과 비교해 21.4% 감소했다. 신차 출시 효과는 본격적인 판매에 나선 지난 10월로 한정됐다. 현대차가 i30 판매 목표로 제시한 연간 1만5000대 판매도 출시 3개월 만에 불가능으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현대차는 지난 9월 “41개월에 걸친 야심작”이라며 신형 i30를 자신 있게 시장에 내놨다. 2011년 2세대 i30 판매량을 앗아간 폴크스바겐 해치백 골프가 환경부 인증취소 및 판매정지 처분으로 신형 i30 출시 전 시장에서 빠진 것도 현대차에겐 호재였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현대차 고민은 깊어졌다. 내년 출시 예정인 고성능 브랜드 N의 첫 번째 주자로 신형 i30가 활용될 예정인 탓이다. 이에 현대차는 마케팅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전에 없는 2주 시승 행사를 벌이는 것도 같은 이유다.
현대차는 출시 직전까지 험난한 주행환경으로 유명한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혹독한 주행 테스트를 거치며 성능 개선에 주력한 만큼 고객 경험 확대를 통해 판매량 확대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이달 신형 i30에 탑재된 카파 1.4 가솔린 터보 엔진이 세계 10대 엔진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차가 신형 i30 출시 당시 제시한 월 판매 목표 1250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가격 조정이 필수적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신형 i30 판매 가격은 동급 세단 모델인 아반떼AD와 비교해 엔트리 트림 기준 500만원이 더 비싸다. 이에 내년 고성능 i30N 모델이 출시되면 i30 구매층은 더욱 줄 수밖에 없다.
이밖에 내년 i30 판매량을 잠식할 동급 해치백 출시가 잇따를 예정인 것도 현대차엔 비보다. 내년 르노삼성은 클리오를, 한국GM 신형 크루즈 해치백을, 기아차는 신형 프라이드 등을 연달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세단 중심의 소비자 선호도가 자리한 국내 시장에서 모델 다양화가 시장 확대보다는 시장 잠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자동차 업계 한 전문가는 “출시 초기 불거진 과대광고 논란에 더해 비싼 가격으로 현 상황에서 i30는 사실 내년 출시 모델과 비교해 경쟁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치백 모델인 i30 특성상 주력 시장은 유럽 등 해외시장”이라며 “탁월한 주행성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실패했다고 예단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 i30는 국내 해치백 시장의 선두주자이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해치백을 선호하지 않는 탓에 판매량은 다른 차종과 비교해 미미한 편이었다. i30는 2012년 1만5393대, 2013년 1만409대, 2014년 6644대가 팔리며 지속적인 판매량 하락을 겪어 왔다. 지난해 i30 판매량은 3293대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