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100만원 쿠폰 꼼수 논란
북미 보상 이후 13개월 지나 국내 보상안 발표…환경부 리콜승인 노린 반쪽 보상
폴크스바겐이 ‘디젤 게이트’로 불편을 겪은 국내 고객을 위해 1인당 100만원 상당의 서비스 쿠폰을 지급한다. 폴크스바겐 측은 “리콜과는 관계없는 조처로 갖은 논란에도 자사 차량을 구매한 고객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한 보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차주들이 ‘꼼수 보상’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해 11월 폴크스바겐 북미법인이 유사한 보상책을 제공한 지 13개월이 지나서야 한국에 보상안을 내놓은 시점이 하필 환경부의 리콜검증 기간인 것이 우연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 폴크스바겐 고객들은 보상 액수가 북미고객 절반 수준이라며 민사소송을 통해 추가적인 피해보상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폴크스바겐 국내법인은 자사 차량 보유 고객을 대상으로 차량 유지보수, 고장 수리, 차량용 액세서리 구매 같은 혜택을 제공하는 ‘위 케어 캠페인(We Care Campaign)’을 내년 2월 20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아우디·폴크스바겐은 이번 캠페인에 약 2700억원을 투자한다. 디젤 게이트에 연루된 차량 뿐 아니라 이달 31일까지 등록한 국내 모든 폴크스바겐·아우디 차량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고객 1인당 100만원의 혜택을 주는 셈이다.
지난해 10월 ‘디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폴크스바겐 측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보상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최초다.
지난해 11월 폴크스바겐 북미법인이 디젤게이트와 관련해 2.0 TDI 엔진 장착 차주들 48만2000명을 대상으로 ‘굿윌 패키지(goodwill package)’란 이름의 보상을 지급하기로 최종 결정한 바 있다.
당시 국내 소비자들이 같은 수준의 보상안을 요구하자, 폴크스바겐 측은 “각국마다 관련 법과 상황이 다르다”며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었다.
그 뒤 13개월이 지난 뒤 폴크스바겐 국내법인이 ‘깜짝’ 보상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 소비자들은 “선의가 아닌 의도가 있는 보상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폴크스바겐 차량 리콜 승인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환경부를 다분히 의식한 조처 아니냐는 주장이다.
환경부는 지난 10월 초부터 폴크스바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구안을 대상으로 폴크스바겐이 제출한 리콜 방안의 적정성 여부 검증을 벌여왔다.
환경부는 연료 압력을 높일 경우 차량의 엔진 출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과 관련해 기술적 확인 차원에서 폴크스바겐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리콜 개시 후 18개월 내 리콜률 85%를 확보할 방안을 12월 중순까지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폴크스바겐 차주들은 폴크스바겐 국내법인이 리콜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소비자 환심을 사려한다고 반발한다. 지난해부터 거부하던 보상 서비스를 이제야 실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폴크스바겐 티구안 차주 전민환(31)씨는 “이 시점에 (굿윌 패키지) 보상을 내놓은 것은 너무 속보이는 것 아닌가. 성의를 보이는 척 하지만 결국 노리는 것은 환경부의 리콜 승인”이라며 “정말 소비자를 위했다면 작년에 진즉 같은 수준의 보상을 실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또 폴크스바겐이 국내와 북미 고객들을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에 내놓은 보상안의 지급형태와 액수 차이 탓이다.
폴크스바겐 북미법인은 차주들에게 1000달러(약 115만원) 상당의 보상을 지급했는데, 패키지 내용은 500달러의 비자 선불카드와 함께 대리점에서 사용 가능한 바우처 형태의 500달러 추가제공 그리고 3년 무상 수리 패키지였다. 그러나 국내 법인은 선불카드 형식의 현금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뒤늦게 100만원 상당의 선심성 쿠폰을 제공한 것은 리콜방안의 승인, 인증서류 위조차량 재인증, 검찰의 형사기소 등의 문제에서 유리한 결론을 도출하려는 꼼수”라며 “피해자들의 민사소송은 별도로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 측은 “이번 캠페인은 환경부와 협의 중인 리콜·재인증 절차나 보상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며 “지난 7월 환경부 인증취소·판매정지 처분 이후 사실상 영업을 중단했음에도 끝까지 믿고 기다려준 고객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