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문화투자 "리스크 커 엄두 못내"
기업은행 올해 문화부문 3671억원 대출·투자
최근 IBK기업은행이 문화 콘텐츠 투자를 활발히 하면서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도 영화와 관련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그러나 개봉 예정 영화와 연계한 금리혜택 서비스 수준으로 투자에 뛰어들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은 지난 2012년 문화·콘텐츠 기업 지원 조직을 결성했다. 당시 영화 투자는 계획에 없었지만 2013년 '팀'에서 '부'로 체계를 갖춘 뒤 본격적으로 영화 투자에도 손을 댔다. 기업은행은 올해 문화 콘텐츠 부문 대출, 투자에 3671억원을 공급했다. 지난해에는 총 3855억원을 공급해 목표 2500억원을 초과 달성했다.
현재 기업은행이 투자하는 분야는 크게 영화, 드라마, 공연(뮤지컬)으로 나뉜다. 이중 영화 투자는 금리 혜택을 주는 상품과도 연계돼 있어 잘 알려져 있다. 기업은행은 문화콘텐츠 거점지점(총70개 영업점)에 콘텐츠 전담 실무자를 배치해 현장 밀착형 기업 지원을 하고 있다. 또 정부, 학계, 업종별 전문가 53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산업계 의견을 수렴한다.
기업은행의 투자 방법은 창업투자회사가 문화콘텐츠에 지원하는 펀드에 가입하는 방식인 간접투자, 직접 콘텐츠 제작사와 계약을 맺고 투자하는 직접투자 두 가지로 나뉜다.
직접투자는 계약 시 일정한 연 수익률을 보장하는 약정수익 방식과 콘텐츠 흥행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수익지분 방식 두 가지로 갈린다.
또한 직접 투자는 문화 콘텐츠 관련 투자조합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과 콘텐츠 별로 제작사에 투자하는 방식이 있다. 기업은행은 드라마에는 약정수익 방식을, 영화에는 수익지분 형태로 대부분 투자해왔다.
11월 말 현재 기업은행이 투자한 영화 중 가장 많은 수익을 얻은 영화는 유해진 주연의 '럭키'(2016.10)다. 4억을 투자해 11억2000만원을 회수해 180%수익률을 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예상 외로 큰 흥행을 얻어 놀랐다"고 전했다.
지난 2월 개봉한 황정민, 강동원 주연의 '검사외전'(2016.2)은 4억을 투자해 10억2000만원(수익률 155%)을 회수했다. 김무열, 이현우 주연의 '연평해전'(2015.6)은 12억 투자, 22억9000만원 회수로 90.8%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대박' 수익을 얻는 이면에 '쪽박'을 경험한 영화도 많았다. 임수정, 유연석 주연의 '은밀한 유혹'(2015.6)은 3억원을 투자했지만 6000만원만 회수해 80%적자를 봤다. 전도연, 공유가 주연해 큰 기대를 모았던 '남과여'(2016.2) 역시 투자에 실패한 케이스다. 4억원 투자에 1억원만 회수해 75%적자가 났다.
◇시중은행들 "리스크 커 문화부문 투자 안 해"
투자 당시 흥행을 예상하지 못했던 영화가 큰 수익을 얻고 기대를 모았던 영화가 참패를 하기도 해 기업은행을 제외한 타 시중은행에선 쉽게 영화 투자 엄두를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시중은행들의 경우 영화와 연계된 예금상품을 출시하는 수준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0년 임수정, 공유 주연의 '김종욱 찾기'(2010.12) 개봉 당시 시네마 정기예금을 처음 선보였다. 이후 정재영 주연의 '글러브'를 2호로 출시했다. 당시 기본금리 3%중반 대에 관객 100만명 돌파 시 우대금리를 지급했다.
지난 2015년 출시한 '시네마 정기예금 대호'의 경우 관객 수가 170만명에 그쳐 특판 상품 가입자가 0.3%포인트 우대금리를 받지 못하기도 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5일 이병헌, 강동원 주연의 '마스터' 흥행 여부에 따라 금리가 적용되는 '무비 정기예금'을 선보였다. 무비 정기예금은 관객수가 500만명 미만이면 연 1.55%, 500만~1000만명 미만이면 연 1.6%, 1000만명 이상이면 연 1.65%금리를 제공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영화 투자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함부로 뛰어들기 어렵다"며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문화산업 지원 정책 영향으로 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우리은행 역시 "주주가 있는 집단이고 보수적인 운영을 해야 하는데, 리스크 관리를 완벽히 하는 상황에서 투자를 공격적으로 하기란 어렵다"고 전했다. 대신 시네마 정기예금은 "오락성, 선정성이 짙은 영화를 제외하고 영화 발전에 기여할만한 작품을 개인영업전략부에서 선정해 금리 연동 상품을 만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