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한국 경제 위기감 고조
한국은행 "내년 성장률 2.8% 하회 가능성"…대내외 불확실성 커져
한국 경제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고용, 소비 등 내수가 부진한데다 수출도 쉽사리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가계부채는 시중 금리 상승 속에 시한 폭탄으로 변하고 있다. 여기에 이렇다 할 성장동력도 없이 대내외 불확실성만 높아가고 있다. 세계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국민이 체감하는 불안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22일 임시국회에 제출한 현안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국내외 여건을 종합해 볼 때 내년 성장률은 직전 전망 수준(2.8%)을 하회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2% 후반대로 고집했던 한국은행이 한 발 더 후퇴한 것이다. 한은은 지난 10월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0.1%포인트 내려잡은 2.8%로 제시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1일 기자 간담회에서 “(10월 이후) 긍정적인 변화도 있지만 걱정스러운 변화도 많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횟수와 속도, 도날드 트럼프 미국 신정부의 성장 친화적인 재정확대 정책에 따른 국제금리 상승, 보호무역주의 흐름 등이 우려된다. 특히 예상치 못했던 국내 정치적인 불확실성으로 심리가 위축되어 있는 점은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 한국 경제는 실제 내수와 수출이 악화하고 있다. 우선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수출 산업이 위기를 맞았다. 관세청이 이달 1일 밝힌 ‘2016년 11월 수출입 현황 잠정치’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4843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 감소했다. 올해 11월까지 수출이 지난해보다 증가한 달은 8월과 11월밖에 없을 정도로 올해 한국 경제는 수출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그나마 무역수지는 흑자를 기록했지만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줄어든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였다.
내수 역시 좋지 않다. 고용 부분에서 증가세가 둔화됐다. 이달 12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1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11월 상시근로자 고용보험 피보험자(취업자) 수는 1268만 6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8만3000명(2.3%) 증가했다. 취업자 수는 늘었지만 증가 폭이 2010년 9월 이후 6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출 부진, 조선·해운 부문 구조조정 등 영향으로 특히 30~40대와 대기업과 고임금 부문에서 취업자수 증가율이 크게 줄었다.
소비 또한 위축됐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8로 10월보다 6.1포인트 내려갔다. CCSI가 100을 넘어가면 확장, 100을 밑돌면 위축을 뜻하는데 11월 CCSI는 메르스 사태로 소비절벽을 겪은 지난해 6월(98.8)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계절적인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올해 3분기 민간소비는 전분기(1.0%)보다 증가폭이 축소된 0.5%를 기록했다.
가계대출은 증가해 위험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비은행 금융사를 포함한 가계신용(가계대출+판매신용) 잔액은 1295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분기 대비 3.0%(38조2000억원) 증가한 수치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문제는 가계부채의 70%가량이 변동금리 대출이라는 점이다. 향후 미국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해 시중 금리가 오르게 되면 가계 채무 상환 부담이 커진다.
한 거시경제 연구원은 “미국과 일본 등 세계 각국 경제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만 나홀로 역주행을 하고 있다”며 “정부의 내년 재정정책은 완화적이라 판단하기 쉽지 않고 한국은행은 불확실성을 이유로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지금처럼 소극적으로 나설 것이 아니라 재정정책 확대, 금리 인하 등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경제 부양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