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투자 돌아보기]② 증시 '상저하고' 속 대외변수에 휘청
중국 증시급변·브렉시트 등으로 극심한 기복 연출…성장주보다 가치주가 조명 받은 해
올해 국내 증시는 대외 변수에 끊임없이 휘둘리는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는 연초 중국 증시 폭락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영향 속에 쉽사리 상승하지 못했다. 거래 시간 연장이라는 정책적 변화도 있었지만 국내 유가증권시장은 박스피(코스피가 1850~2100선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현상)라는 오명을 벗는데 실패했다. 그나마 하반기들어 세계 경제 회복과 함께 상승랠리를 이어 간 것이 위안거리가 됐다.
업종별로는 의약·바이오 업종의 운명이 기구했다. 상반기에는 증시를 이끌었고 하반기에는 맥없이 추락했다. 굴뚝 산업이 다시 살아나는 조짐을 보인 것도 특징적이었다. 상반기 반짝 올랐던 철강 업종이 하반기들어 상승 분위기를 냈다. 전기전자 업종은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올해 내내 오름세를 보였다. 금융 업종도 미국 기준 금리 인상 수혜주로 꼽히며 연초 이후 상승세가 가팔랐다. 반대로 의류 등 소비재 업종은 올해 내내 침묵했다.
올해는 기록적인 측면에서도 둘러볼 것이 많았다. 대장주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가 신고가를 썼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공매도 물량이 가장 많은 종목이 됐다. 외국인은 국내 시장에서 연간 누적으로 10조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이는 2012년 이후 최대치다. 반대로 기관과 개인 투자자는 국내 시장에서 순매도로 기조를 이어갔다.
◇ 대외 변수에 휘둘린 한국 증시
1월과 2월은 국내 증권 시장 참여자에게 악몽의 시간이었다. 코스피는 첫거래일인 1월 4일부터 2.17% 폭락했다. 중국 증시가 급락하며 두 차례에 걸쳐 서킷브레이커(과열 방지를 위한 주식매매 일시 정지 제도)가 발동된 까닭이었다. 2월에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증시가 글로벌 경기 불안감에 폭락했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따른 유럽 은행 부실 문제도 겹쳤다. 여기에 개성 공단 폐쇄로 국내 정세가 불안정해지자 국내 시장이 크게 움직였다. 코스피는 2월 12일 연저점인 1817.97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대로 3월에서 6월초까지는 국내 증시가 숨 쉴 수 있었던 기간이었다. 2월 폭락을 경험한 국내 증시는 반발 매수세로 힘을 얻으면서 뚜렷한 글로벌 이슈 없이 상승 분위기를 이어 나갔다. 코스피는 2월 12일 연저점인 1835.28에서 6월 9일 장중 기준 2035.27까지 올라섰다. 같은 기간 608.45였던 코스닥은 705.08로 우상향했다.
상승 분위기던 국내 증시는 6월 24일 다시 한번 대외 변수에 휘둘리게 됐다. 브렉시트 찬반 투표의 개표 진행 결과 점차 탈퇴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국내외 금융 시장이 요동친 것이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61.47포인트(3.09%) 폭락한 1925.24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도 32.36포인트(4.76%) 급락해 647.16으로 마감했다.
7월에서 12월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은 서로 다른 행보를 보였다. 코스피는 미국 기준 금리 인상이 지연되자 대형주 중심으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9월 7일에는 연고점인 2073.89를 기록하기도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11월 9일 장중 한 때 3.6% 폭락하기도 했으나 오히려 트럼프 정책이 경제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주가가 2000선까지 올랐다. 코스닥은 반대로 7월 25일 연고점인 710.42를 기록한 뒤 내리막길을 걷다 12월 7일 연저점인 573.54까지 떨어졌다.
◇ 천당과 지옥 경험한 의약품···제조업종은 회복 신호탄
올해 의약품 업종은 한미약품 사태를 전후로 가장 변화 폭이 컸다. 상반기 의약품 업종은 바이오를 비롯한 의약 산업 성장 기대감으로 업종 지수가 6월 9일 11344.56으로 연고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연초대비 34%가량 오른 수치다. 7월과 8월 조정 이후 상승하려는 찰나 ‘대장주’ 한미약품이 수출 계약 취소라는 악재와 허위 공시 논란으로 급락하자 덩달아 의약품 업종 전체가 하락했다. 이달 20일 의약품 업종지수는 7428.89로 첫거래일 종가인 8411.35보다 떨어진 상태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은행과 보험 등 금융 업종은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여기에 저금리 고착화에 따른 부정적인 상황 속에서도 실적이 지난해 대비 개선된 영향도 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금융업종 지수는 1월 20일 371.43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이달 19일 458.29까지 올랐다. 은행 업종 지수만 따로 떼어 놓고 보더라도 같은 기간 45.4%올랐고 보험 업종 지수도 7.6%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기전자와 철강금속업종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전기전자 업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회사가 이끌고 있다. 주요 제품인 D램이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상승하면서 이들 회사의 수익성이 개선됐다. 더불어 낸드플래시메모리, 3D낸드플래시메모리 등 고부가 제품도 수요가 살아나면서 이들 업종 숨통을 틔었다. 전기전자 업종은 연초 대비 53.7% 오른 상태다.
철강금속업종은 금융, 전기전자 업종과는 다르게 11월이 돼서야 상승 분위기를 내기 시작했다. 철강금속업종 지수는 11월 1일 종가 기준 4296.38이었지만 23일 4661.86로 8.5% 올랐다. 공급 과잉 주범으로 꼽혔던 중국이 철강 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고 바닥을 쳤던 철강 제품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더불어 미국 인프라에 1조달러를 쏟겠다는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철강금속 업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반대로 섬유의복 업종은 올해 힘을 쓰지 못했다. 섬유의복 업종 지수는 2월 18일 396.62까지 기록했지만 줄곧 떨어지며 이달 7일 277.24까지 내려앉았다. 소비가 침체되며 업종 전반적으로 이익 증가에 대한 동력이 다른 업종에 비해 부족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미래에셋대우에 따르면 2012~2015년 주요 내구 재화 평균 실질 소비 성장률은 2.2%로 2010년 이후 평균인 2.5%를 하회한다. 이중 패션 소비부문은 2014년 이후 지속적으로 역성장하고 있다.
◇ 삼성전자 신고가 새로썼다···외국인 투자자 4년만에 최대 누적 매수
올해 증시에서 주목할 점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3분기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 사태라는 위기를 맞았지만 상승세가 멈추지 않았다. 1월 18일 108만8000원을 기록했던 삼성전자는 이달 20일 장중 182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삼성전자 역사상 가장 비싸게 거래된 주식 가격이다. 반도체 업황이 살아났고 주주 친화적인 배당 정책이 삼성전자 주가를 끌어올린 원동력으로 분석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공매도 물량이 가장 많은 종목이었다. 1월 4일부터 이달 20일까지 두산 인프라코어 공매도량은 8497만8401주로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 공매도 물량 6848만9128주보다 1648만9273주 많았다. 재무 건전성 악화에 따라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던 투자자가 많이 몰렸다. 하지만 두산이프로코어 주가는 두산밥캣 상장, 재무구조 개선, 트럼프 수혜주로 꼽히며 연초 대비 157% 올랐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이 연속적으로 연간 누적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국내 시장에서 연간 누적으로 11조885억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이는 2012년 이후 최대치다. 반대로 개인과 기관은 각각 8조5325억원, 5조21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증시는 성장주보다 가치주가 조명을 받았다. 더불어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한 경제회복 기대감으로 증시가 오름세를 보였다”며 “국내 증시는 내년 상반기까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수요 위주의 증시 상승이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