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하면 그만' 법인 체납세금 징수 힘들어

체납법인 폐업하면 받아기 쉽지 않아...제도 있지만 무용지물

2016-12-16     유재철 기자

국세청이 고액체납자의 명단을 일반에 공개하는 등 체납징수에 힘을 기울이고 있지만 징수실적은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고 있다. 고액체납자들이 재산을 명의 이전하거나 해외에 은닉하는 수법으로 국세청의 재산추적을 따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인과 달리 법인은 체납한 상태에서 폐업해버리면 세금을 떼이는 게 기정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법인 고액체납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이들에 대한 체납관리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고액체납자 개인 1만1468명과 법인 5187명 등 모두 1만6655명을 홈페이지와 전국 세무서 게시판을 통해 공개했다. 올해부터 고액체납자 명단공개 기준은 기존 '체납발생일로부터 1년이 지난 국세 5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이에 공개대상자는 지난해보다 약 7.5배로 늘었다. 총 체납액은 지난해보다 3.5배 증가한 13조3018억원이었다.

국세청은 고액체납자의 은닉재산을 추적하기 위해 현재 전담팀 가동하고 있고, 해외 국세청과 공조하거나 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런 노력에도 국세청의 체납액이 좀처럼 줄지 않는 이유는 체납자들이 국세청이 나서기 전에 본의명의의 재산을 미리 배우자나 자식 등에게 이전하거나 제3자에게 매매 후 재산을 은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고액체납자 A씨의 경우 본의명의의 부동산을 지인의 아들에게 팔았지만 은닉재산 조사과정에서 재산을 빼돌린 정황이 발각됐다. 이 후 국세청은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통해 A씨의 체납된 세금을 전액 환수했다. B씨의 경우 본인 주민등록지가 아닌 부인 명의의 빌라에 거주하면서 집안에 현금과 채권 등 재산을 숨긴 사실이 발각돼 현장에서 바로 압류당했다.

이처럼 은닉한 재산이 있다면 개인의 경우 세금추징이 비교적 수월하다. 하지만 법인의 경우 세금을 체납하고 손실 난 상태에서 폐업하면 환수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본지 취재결과 이번에 체납사실이 공개된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주식회사(이하 드림허브)의 경우 자본금 1조원임에도 종합부동산세 약 365억원을 납부하지 못했다. 이 경우 국세청은 법인이 세금을 체납할 경우 과점주주(51%이상 주식소유) 등 개인에게 보충적(2차) 납세의무를 지우고 있다. 법인 뒤에 숨어있는 실제 주인에게 세금을 추징하겠단 의도다. 

 

하지만 드림허브의 경우 대형 부동산 개발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와 다름없는 특수목적법인(PFV)으로 실제 개인주주를 찾기가 쉽지 않다. 현재 이 PFV의 대표자는 현 롯데관광개발의 대표이사(김병기)와 같다. 만약 드림허브가 손실 난 상태에서 폐업하고 소멸시효(5년) 안에 은닉재산이 발견되지 못하면 국세청 체납관리 대상에서 제외되게 된다. 그렇다고 체납세금을 과점주주로 볼 수 없는 롯데관광개발이나 대표자에게 받아낼 수도 없다.. 법인에게 체납세금이 발생할 경우 이를 추징할 제도적 장치는마련돼 있지만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문성환 세연회계법인 회계사는 “법인이 체납하고 폐업하면 과점주주 등에게 2차납세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는데 사실상 여기까지 가면 거의 못 받는다고 봐야한다”면서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폐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같은 일이 매해 반복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대책도 현재로선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법인이 세금을 체납한 순간부터 과점주주 등에 대해서 은닉재산 추적이 들어 간다. 필요하면 해외 국세청이나 FIU(금융정보분석) 등과 공조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 세종청사/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