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확산에 소비자·자영업자 울상
산란계 집중 도살로 계란값 급등…원가 부담 못 견뎌 동네빵집은 문 닫을 판
사상 최악으로 확산되고 있는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계란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와 영세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16일 AI 위기경보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했다. 상황이 호전되기는 커녕 갈수록 악화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이로 인해 계란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계란 값 급등은 AI가 산란계(계란생산을 목적으로 사육되는 닭)농장에서 많이 발생해 800만 마리가 넘는 산란계가 도살당한 탓이다. 여기에 AI 발생 가능성으로 농장 간 이동이 제한되는 것도 물량 수급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대형마트의 계란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이마트 계란 가격은 작년부터 30개에 5980원을 유지해왔지만 지난 8일 6280원으로 5% 상승했고 15일 6580원으로 또 한번 5% 상승했다. 롯데마트도 지난 9일 특란 30개 가격을 5% 올린데 이어 15일 5% 추가 인상해 현재는 68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AI로 인한 영향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마트관계자는 “현재까지는 공급에 전혀 무리가 없지만 피해가 장기화된다면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계란 가격 상승에 민감한 것은 주부들이다. 주부들은 저렴한 계란을 찾기 위해 가격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한 주부는 마트 세 곳을 들렀지만 한 곳은 계란이 품절됐고 또 한 곳은 계란 가격이 너무 비싸 세 번째 마트에서 겨우 계란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을 걱정해 계란을 미리 사놓으려는 주부도 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한 주부는 “평소 계란 반찬을 자주 만드는데 계란 가격이 7000원까지 오른다는 얘기가 있다”며 “더 값이 오르기 전에 두 판을 미리 사다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 코스트코 등 일부 마트에서는 한 고객이 너무 많은 계란을 사가는 것을 막기 위해 계란 구매를 1인 1판으로 제한해놓기도 했다.
피해를 겪는 것은 소비자들뿐만이 아니다. 계란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빵집도 계란 가격 상승에 걱정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영세빵집은 끊임없이 오르는 계란 값에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토로하고 있다.
양천구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이다현 씨는 “우리처럼 빵 가격이 저렴한 동네빵집은 잠시 문을 닫아야하나 싶을 정도로 심각한 적자상태”라며 “평소 제과협회와 계약한 업체에서 계란을 공급받는데 20, 30판이 필요해도 10판밖에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형프랜차이즈 빵집은 아직까지 계란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천에서 파리바게트를 운영하는 이재광 씨는 “본사에 계란을 주문해 공급받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가격도 오르지 않고 주문한 대로 수량도 들어와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파리바게트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현재까진 계란 공급에 전혀 문제가 없지만 AI의 영향이 장기화 될 경우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SPC그룹 관계자는 “SPC그룹과 계약을 맺고 있는 계란 공급업체들이 많아서 당장은 큰 문제가 없다”며 “장기화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방법을 찾은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AI 확산에도 닭고기를 취급하는 업체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튀긴 닭은 안전하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학습해온 결과 닭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없고 도살된 육계(식용 닭)의 수가 산란계의 30분의 1수준으로 적어 닭 공급에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굽네치킨, 네네치킨, BBQ, 맘스터치, KFC 등 닭을 취급하는 업체 다섯 곳은 모두 현재까지 매출 하락이 없다고 밝혔다. 한 치킨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고온에 조리한 닭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어서 현재 주문이 줄거나 매출에 영향을 받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