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국내 빅3 진입 '초읽기'
2010년 이후 연평균 25% 고성장…면세점 지분 판 2800억 투입 등 공격경영 '주효'
2016-12-16 배동주 기자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여객수송 점유율에선 대형 항공사에 맞먹는 수준에 올랐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이 2005년 제주항공 설립 당시 밝힌 “국내 빅3 항공사 진입” 목표도 올해를 기점으로 실현하는 모양새다.
16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올해 들어 10월까지 국내선 여객점유율 14.6%(378만8788명)를 차지하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점유율 뒤를 바짝 좇았다. 국내선 여객점유율 17.5%를 차지한 아시아나항공과 비교하면 누적 이용승객 차이는 75만여명에 불과하다.
실적도 꾸준한 증가세다. 자본잠식 위기를 넘긴 직후였던 지난 2010년 1575억원에 그쳤던 매출은 지난해 6081억원을 기록했다. 7년 사이 4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특히 제주항공은 올 3분기에는 지난 2006년 민관합작 LCC로 항공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분기 기준 최고 실적을 냈다.
제주항공이 2009년 고유가와 LCC 간 출혈 경쟁으로 자본잠식 위기를 맞자 채 총괄부회장은 “성공을 위해서 어둡고 긴 터널을 견딜 수 있는 지구력이 중요하다”며 면세점 지분 매각으로 얻은 2800억원을 제주항공에 쏟았다.
이듬해 3분기 곧장 흑자로 전환한 제주항공 매출은 2011년 2577억원, 2012년 3412억원, 2013년 4323억원, 2014년 5106억원, 지난해 6081억원을 기록하면서 연평균 25% 안팎의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자본잠식 위기를 겪은 이후 채 총괄부회장이 진행한 공격적 행보가 성장을 견인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채 총괄부회장은 2009년에도 신규 항공기 도입과 신규 노선 개설 등 외형 확장 노력을 지속했다. 이후 제주항공은 확장해 둔 서비스 외형을 바탕으로 경기불황에 따라 저렴한 항공권을 찾는 여행객 수요를 가져왔다.
제주항공은 여전히 공격적인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만 총 4대의 항공기를 도입한 제주항공은 26번째 항공기 도입에 맞춰 15일 부산을 기점으로 일본 도쿄, 태국 푸껫, 사이판 등 3개 노선에 동시 취항했다. 올해 한 해에만 국내선 1개와 국제선 9개 등 모두 10개의 정기노선을 확보했다.
제주항공은 내년 총 6대의 항공기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또 항공기를 임대해서 쓰는 현재의 운용리스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구매해 운용하는 방식도 병행할 방침이다. 제주항공은 여기에 내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LCC 항공 동맹인 밸류 얼라이언스로 수요 확대에도 나선다. 장거리 여행객과 환승객 등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은 무모해 보일 정도로 항공기 도입이나 노선 확보에 공격적”이라면서 “내년은 올해 실적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이지만, LCC 업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그 이후에도 채 총괄부회장의 공격적 행보가 통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