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사업자들 반쪽 규제에 난감
정부, 인가부터 해놓고 은산분리 완화 책임 국회로 넘겨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가 지난 14일 본인가를 받아 다음달 본격 영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지 않아 정상 작동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국회 정무위 위원들 사이에선 아직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의견이 합의되지 않았다. 일부 의원들과 전문가들은 금융위원회가 관련 법 개정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터넷은행 인가부터 낸 점을 꼬집었다. 인터넷은행 사업자들은 이에 난감함을 표했다.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은행의 의결권 지분을 최대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은행의 금융 공공성을 고려한 조치다. 정부와 일부 여야 의원들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규제를 완화하자는 관련 법개정안을 발의했다. IT기업 주도가 인터넷은행 발전에 필수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국회 정무위 위원들의 입장 차이는 여전했다. 국회 정무위 간사를 맡고 있는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월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원회의 때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위한 법 개정안에 반대했다. 현재도 입장 변화가 없다.
고상연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실 보좌관은 "인터넷은행만을 위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반대 입장은 변화가 없다"며 "인터넷은행은 주주사들로부터의 개인정보 취득에 대한 신용정보 위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향후 1~2년 영업하면서 일어나는 문제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산분리 완화에 전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1~2년후 인터넷은행 영업을 지켜본 후 문제가 없으면 그 때 은산분리 완화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국회 정무위 소속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도 "인터넷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반대를 주장하는 의원들과 전문가들은 금융위가 인가 부터 내고 은행법 개정을 요구한 행위를 지적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6월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안을 발표하면서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냈다.
고상연 보좌관은 "금융위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 관련 법 개정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인가부터 냈다"며 "인가 후 인터넷은행 발전을 국회가 발목 잡는 것처럼 책임을 떠넘겼다"고 밝혔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금융위는 일단 인터넷은행부터 설립하고 은행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며 "이러한 조급증이 은산분리 규제 완화 논란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비식별정보를 개인 동의 없이 이용할 수 있게 하려는 신용정보법 개정안 통과 여부도 미지수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주주사들의 고객 정보를 이용하는 빅데이터 기반 영업 전략을 세웠다. 주주사들이 가지고 있는 고객 정보를 인터넷은행이 이용하려면 개인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개인 동의를 일일이 얻기도 쉽지 않고 개인 동의를 얻은 정보는 은행 영업에 실효성이 낮다.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신용정보법 개정안 통과도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는 인터넷은행 본인가를 먼저 냈다"며 "정부는 국회가 신용정보법과 은행법 개정안 통과에 발목을 잡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국회 입법권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은행 사업자들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참여했다며 난감함을 표했다.
익명을 요구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IT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은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알고 참여했는데 현재 난감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심성훈 K뱅크 행장은 "2~3년 내 2000억~3000억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KT는 1대주주로 증자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는 "인터넷은행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산업자본이 주도해야 한다"며 "은산분리 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인터넷은행은 본래 특색을 잃은 또 하나의 은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