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 직격인터뷰]④ 이동연 문화연대 집행위원장
“세월호 참사 이후 블랙리스트 본격화…CJ 압박은 김기춘식 공안정치 속내 드러낸 것”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의 영향력은 문화예술계와 학계, 시민사회 곳곳에 널따랗게 퍼져있다. 기자에게 그의 이름은 오래전부터 국내 대표적인 문화연구자로 각인돼 있었다. 그의 저서 ‘문화부족의 사회’와 ‘문화자본의 시대’는 문화계 안팎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려는 후세대 연구자들에게 최고의 지침서가 됐다.
한편 그는 문화연대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며 화려한 엔터테인먼트 산업 장막 뒤에 가려진 우울한 풍경을 지속적으로 고발해왔다. 과거 SM엔터테인먼트와 JYJ 간 공방에서 그는 JYJ가 노예를 거부한 케이팝의 망명자라며 적극적으로 변호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그는 4월 서울시 도봉구 창동에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플랫폼창동 61’의 총괄예술감독으로도 일하고 있다. 그와 같이 일하는 예술가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신대철(음악), 셰프 최현석(푸드), 모델 한혜진(패션), 사진작가 조세현(포토) 등이 분야별 디렉터 맡았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광화문광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문화계 탄압에 맞선 최전선에 그가 서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인터뷰 말미에 “솔직히 힘들다. 너무 일이 많다. 빨리 박 대통령이 퇴진해서 그만 좀 괴롭혔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건넸다. 문화계를 둘러싼 휘발성 강한 이슈가 쉬지 않고 터진다는 방증이다.
지쳤다는 그의 말과 달리 인터뷰 답변은 그 자체로 뜨거웠다. 이 위원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이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본격화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CJ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영화 ‘변호인’에 대한 투자와 연관돼 있다는 해석도 내놨다. 민간 기업에 대한 압박이 김기춘식 공안정치의 속내를 드러냈다는 말도 덧붙였다. 코스닥 상장 바람 이후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과도한 거품이 껴있다는 분석도 흥미로웠다. 인터뷰는 13일 오후 서울시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1시간동안 진행됐다.
문화연대가 주축이 돼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모철민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서병수 부산시장, 박명진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12일 특검에 고발했다. 모두 거물들인데, 블랙리스트 작성을 정권 수뇌부 차원의 움직임으로 보나?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대통령에 충성심을 보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전반적으로 걸러내는 사정바람이 내부에서 있었던 것 같다. 그 당시 문화예술계는 세월호와 관련된 연극이나 세월호 시행령 폐기를 위한 예술인 선언 등 예술행동을 계속 했었다. 그 과정서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을 중심으로 공안정치 카드를 만지작거린 것으로 본다. 이 정권의 아킬레스건을 건든 영화 ‘다이빙벨’ 사건도 컸다. 그 후 비서실장 중심으로 대책회의 등이 열리고 몇 가지 지시가 내려지는 가운데 문화예술인들 중 지원해줄 사람과 지원하지 않을 사람을 구분하는 블랙리스트 작업이 생겨났던 것 같다. 문체부 수준을 넘어 청와대 차원에서 검토됐다.
2013년 런던한국영화제에서 ‘설국열차’ 개막작 선정 번복과 그해 12월 ‘변호인’ 흥행이 문화예술계 탄압의 촉발점이 됐다는 얘기를 했다. 2013년이면 박근혜 정부 첫 해다. 첫 해부터 정부가 공세적으로 검열에 나섰다는 얘기인가?
물론이다. 정권 초기부터 진보적 예술인들에 대한 견제가 있었다. (다만) 문화예술계를 본격적으로 손봐야겠다는 의지가 작동한 건 세월호 참사 이후다. 런던한국영화제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했었다.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할 때 많은 상황을 고려하지 않나. (그런데) 밑에서 설국열차가 계급투쟁을 다룬 영화니까 혹시나 대통령이 불편해하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한 거다. 그러니 ‘개막작 바꿔’ 이런 걸 너무 쉽게 얘기했다. 문화예술을 정치적으로 결정하는 사람들은 개막작 번복이 아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화계 사람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프로그래머의 권한도 있지 않나. 그런 의견을 존중하지 않고 윗선에서 결정을 해버린다는 것 자체가 정권의 수준을 보여준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웠던 문화융성 같은 진흥정책은 예산을 갖고 있으면 어느 정부나 할 수 있다. 그런데 무언가를 하지 못하게 하는 움직임은 돈과 상관없이 정권이 가진 이념에서 발현된다. 그런 게 금방 탄로가 난 거다.
10월 이 위원장은 ‘위기의 문화 : BIFF 사태를 통해 본 한국문화사회의 위기’라는 포럼에서 ‘부산영화제 사태를 독해하는 몇 가지 쟁점들’이라는 기조발제를 했었다.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10월에 유죄판결을 받았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영화 ‘다이빙벨’ 상영중단을 압박하면서 영화제를 둘러싼 논란도 뜨거웠다. 특검에도 고발된 서병수 시장이 있는 한 부산국제영화제 역시 난제로 계속 남는 것 아닌가?
서병수 시장은 물러서지 않을 거다. 서 시장이 부산영화제 공동조직위원장인데 왜 이걸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까. 이유가 있다. 첫째, 자기가 만든 게 아니다. 둘째, 돈 줬더니 영화인들만 좋아한다. 셋째, 청와대가 싫어한다. 본인도 (전시성) 행사를 만들고 싶은데 영화제가 있는 한 예산도 한정돼있으니 못 만든다. 부산영화제 규모를 줄이고 부산비엔날레 등을 키워서 하고 싶을 거다. 본인도 부산시장 한 번 더 나가야 할 가능성도 있으니. 기관장들이 그런 식의 관행을 갖더라. 남이 만든 거에 배 아파한다. 전임 시장 치덕 쌓는 거로 본다.
물론 ‘다이빙벨’ 때문에 연결됐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번 특검과 서병수 시장은 직접적인 연관관계는 없는 것 아닌가?
왜 서병수 시장이 이렇게까지 다이빙벨에 집착할까. 영화계 반발을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총대를 멨다는 생각이 든다. 확실치는 않지만, 다이빙벨에 대해 청와대가 격노했을 때 두 사람에게 전언이 갔다고 하더라. 한 사람은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前 문화융성위원장), 다른 한 사람은 서병수 시장이다. 김 이사장은 절대 못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서 시장이 ‘내가 막겠다’ 했다고 전언으로 들었다.
특검에는 그 부분 때문에 고발했다는 얘기인가?
그 부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일 청와대 지시를 받고 광역자치단체장이 다이빙벨을 막았다면 그건 고발감이다.
문화계 파워플레이어인 CJ는 최근 이미경 부회장 퇴진 압력 때문에 피해자 이미지가 구축된 모양새다. 꼭 그렇게만 볼 수 있을까?
CJ는 본의 아니게 탄압을 받았다. CJ가 영화배급계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갖고 있고 영화 ‘변호인’에도 투자했었다. 여느 투자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인데, 그 영화가 결과적으로 1000만 관객을 동원했고 ‘노무현 향수’에 대한 분위기가 생겼다. 박근혜 정부는 CJ를 문화산업의 관점이 아니라 국정홍보의 파트너로 바라봤다. 그래서 CJ가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일련의 상황들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거다. CJ에 경고를 줘야 하는데, 이 과정서 박근혜 정부가 가진 공안정치의 속내가 드러났다. CJ가 상업적 성공을 위해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필요에 의해 反박근혜 정서도 영화로 쓸 수 있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이미경 부회장 물러나라고 한 건데, 사실 김기춘식 공안정치에서는 늘 해왔던 일이다. 문화라 해서 예외를 뒀던 게 아닌 것 같다. 경고의 내용에는 야당에 유리한 영화 너무 많이 만들지 마라, 가급적이면 박 대통령이 좋아하는 영화도 만들어라 아닌가. 국제시장이나 인천상륙작전 같은 영화들이 그 후 나오지 않았나.
국제시장과 인천상륙작전은 이런 압박에 따른 CJ의 대응이었다고 보나?
CJ 입장에서 흥행한 건 그나마 다행인거지만, 손해를 보더라도 애국주의를 강조하거나 1970년대 유신을 떠올리게 하거나 혹은 냉전체제에 대한 공감대를 불러일으킬만한 영화들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지 않았을까. 굳이 명시적 문서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간접적으로 들은 얘기도 있다. 청와대에서 영화산업과 관련해 대책회의를 했다. 영화 변호인 때문이다. 변호인이 1000만 관객 가리라 예상 못 했는데 크게 흥행하니 노무현 향수가 일어나서 제2의 촛불정국이 나타나면 어떡하나 생각했다더라. 때마침 다이빙벨 사건도 있었고. 긴급회의의 결과는 ‘우리도 애국영화 만들자’라는 거다.
중간에 연평해전도 개봉하지 않았나?
냉전체제와 애국주의 영화, 영화산업계가 아니라 청와대가 원하는 이데올로기 영화들을 영화계에 주문을 넣은 거는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CJ가 국내 문화산업계에 남긴 빛과 그늘을 어떻게 보나?
CJ가 그렇다 해서 ‘착한 기업’이다, ‘불쌍한 기업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CJ는 한국 문화산업 독점과 수직계열화의 실체다. 영화계에서는 수직계열화가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하나 있고, 영화의 종다양성과 중간영화 활성화를 위해 CJ가 배급과 상영을 겸하는 걸 법적으로 금지시켜야 한다는 논리가 하나 있다. 독점으로 인한 폐해들, 하청업자들에 대한 결제 문제, 저작권 논란 등을 해결하기 위한 법제화가 필요하다. CJ가 갖고 있는 문화산업 파워가 워낙 막강하기 때문에 견제는 필요하다.
국내 대표적인 연극 연출가인 이윤택 씨는 2012년 대선 당시 고교 동창이던 문재인 후보에 대한 TV찬조연설 이후 외압 의혹에 휩싸여왔다. 이 씨는 블랙리스트 의혹이 처음 불거진 지난 10월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매년 지원받아온 게릴라극장이 2년 전부터 지원이 끊겼다. (이 때문에) 내년에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었다. 국내 연극계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인 박근형 연출가는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풍자를 담은 연극 ‘개구리’를 선보인 후 지난해 각종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국이 지원금을 무기처럼 휘두른다는 목소리가 많다. 특히 이윤택, 박근형 두 연출가 이름은 유독 많이 등장한다. 국립국악원 검열사건 역시 박근형 연출과 연관돼 있다. 정부가 왜 이렇게 두 사람에 민감하게 반응하나?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나오고 나서 터진 사건 아닌가. 하필이면 왜 이윤택, 박근형일까. 이윤택 선생처럼 문재인을 지지한 예술가는 한 두명이 아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해서 배제됐다기보다는 그런 사람들 중 대표적인 연출가였기 때문에 본때를 보여주는 사례로 고른 게 아니겠나. 이런 식의 경고를 통해 검열 선전포고를 한 것 같다. 박근형 선생은 국내 대표적인 연극연출가지만 그렇게 진보적인 성향은 아니다. 연극인으로서 갖게 되는 풍자정신을 갖고 있는 분이다. 그 중 연극 ‘개구리’에서 박정희를 풍자한 게 결과적으로 청와대를 자극했다. 대통령을 불편하게 만든 거니까.
두 사람에 대한 배제가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역설적으로 증명해준 꼴 아닌가?
그 두 사람이 블랙리스트에 있었기 때문에 (분명) 그런 가이드라인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일각에서는 이윤택 선생이 너무 많은 지원을 받아서 후배들을 위해 양보해야 하는 차원에서 (심사)했다고 하던데, 심사위원이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해도 문제고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심사 과정이.
보조금 얘기를 하다보면 문화예술위원회이 자꾸 등장한다. 예술가들은 검열사태 핵심 연결고리를 문예위로 보고 있다. 이 정부 들어 문예위가 검열의 선봉대 역할을 했다고 보나?
문예위가 말하자면 검열의 게이트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가장 많은 예술인들을 지원하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책임을 묻는 건 예술가 지원 과정에서 갖게 되는 기본적인 원칙을 방기한 부분이다. 그래서 (위원장을 특검에) 고발했다.
이 문답 과정 중 기자는 자연스레 박명진 위원장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박 위원장은 서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출신으로 부총장까지 지낸 인사다. 언론학 내에서 중도, 진보적 성향이 강한 세부전공으로 꼽히는 비판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해 프랑스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기자 역시 비판커뮤니케이션 전공 석사과정 시절 박 위원장의 논문을 여러 차례 읽었었다. 박 위원장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의 서울대 박사논문 심사위원 중 한명이기도 하다.
박명진 문예위원장은 지난 번 문화예술인 시국선언 때 ‘문화8적’ 중 하나로 꼽혔다.
당장 그만둬야 한다. 박명진 위원장이 누구인가. 비판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학자 아닌가. 어떻게 그런 학자가 MB정부 때는 방송통신심위위원장을 하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 문예위원장을 하나. 부끄럽고 창피한 줄 알아야 한다. 본인이 위원장으로 있는 위원회에서 드러난 검열도 검열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지금까지도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학자로서의 양심도 없다. 검열에 직접적으로 관여안했다 하더라도 위원장 시절 실제 검열이 벌어진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아닌가.
박명진 위원장 뿐 아니라, 논란에 휩싸인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홍익대 교수), 미르재단 초대 이사장으로 간 김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장 등 유독 이 정부 들어 교수들이 많이 연루가 됐다.
원래 정당성이 없는 통치자일수록 교수들을 많이 쓴다. 전두환도 마찬가지 아니었나. 권력을 잡으려 하고 좋은 기관장이 되려는 교수들의 사익과 권력욕도 부합했다. 교수들은 인정욕구가 강하다. 자문위원, 기관장이 된다는 건 내가 가진 학문적, 교육적 성취에 대한 공식적 인정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끄러움이 없다. 조금만 (의지를 갖고) 살펴봐도 알 수 있는 문제인데 ‘나는 몰랐다’고 말한다. 교수들이 정치에 이렇게 개입을 많이 하는 나라가 없다.
‘문화자본의 시대’에 수록된 글인 ‘한국의 문화자본은 어떻게 형성되는가’에서 뉴라이트 문화권력이 등장했다고 했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문화정책은 연장선상이라고 보나? 유인촌 전 장관은 지난달 상연하는 연극에 앞서 “(이번 사태로) 정부 부처 가운데 문체부가 가장 피폐해진 것 같아 속상하다”라는 얘기도 했던데?
블랙리스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명박 정부 역시 좌파 예술가들에 대한 적출정책을 펼쳤다. 실제로 ‘문화정책 균형화전략’이라는 문건으로 자행했던 게 좌파 교수들 배제하고 솎아내는 거였다.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황지우 한예종 총장을 비롯해서 주요 기관들의 ‘노무현 인사’에 대한 쫓아내기 작업의 주도자가 유인촌 전 장관 아닌가. 그가 그렇게 말할 자격이 없다.
정권이 야당으로 넘어가면 상황이 바뀔까?
지금처럼 노골적인 검열을 통해 개별 문화예술 지원에 깊이 관여하는 일은 없을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념에 맞는 사람들, 측근들, 대선을 도와줬던 문화예술인들이 결국 주요 기관장으로 가는 사태는 재현될 확률이 높다. 물론 그게 잘못된 건 아니다. 다만 (야당 정권이 보기에 어떤 사람이) 보수적이라도 적임자라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등용해야 한다. (물론) 정권 교체 후 코드인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느냐. 이건 나 역시 자신 못하겠다.
한류 20년이다. 올해 정국 촉발점이 된 미르‧K스포츠재단은 공히 한류를 내세웠다. 관제한류를 넘어 이젠 비선실세 명분이 됐다. 한류의 관제화를 어떻게 보나?
지금 정부는 민간 문화콘텐츠 산업계에서 만들었던 성과를 무임승차하려 하거나, 이를 활용해 국가 홍보에 쓰려 하는 모습을 너무 자연스럽게 내보인다. 현재 국내 한류정책의 핵심은 국가홍보다. 콘텐츠 산업을 내실화하는 게 아니라 아이돌과 드라마를 이용해 국가를 홍보하겠다는 거다. 굉장히 낮은 수준의 정책발상이다.
‘케이팝-방송-주식’의 삼각동맹을 주장했었다. 케이팝 관련주가 실제 자산과 매출규모에 비해 과대평가돼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는 한성호 FNC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유재석 영입시기에 즈음해 주식을 현금화해 235억의 돈을 벌기도 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거품이 껴있다고 보나?
과거 한국 엔터기업들의 수익구조는 가수, 영화, 드라마 각각 전문화시켜 연예인이 벌어다 준 돈으로 회사 이익을 내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코스닥 상장 바람이 불면서 수익구조의 기본적 틀이 금융시장에 의존하게 됐다. 너나 할 것 없이 상장하려는 이유는 인기라는 상징적 효과를 활용해 실제 매출이 아니라 상징적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이돌의 인기를 이용해 올라간 주식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누구나 했다. 2005~2006년부터 10년이 됐다. 금융자본을 늘리기 위해 제품이 많이 팔려야 하듯이 아이돌 활동이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주식이 올라가면 올라간 만큼의 지분을 갖고 다시 활동을 늘린다. 연예산업의 활동을 증폭시키는 동력이 과거에 방송이었다면 지금은 주식이다. 가령 IMF 같은 사태가 나서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 엔터기업들이 급격하게 몰락할 수 있는 사태가 올 수 있다.
최근엔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음식, 화장품사업도 하지 않나?
YG, SM이라고 하는 상징적 힘을 이용하려는 거다. 엔터시장은 제조업이 아니라 불안감을 내재하고 있다. 그래서 문어발식 확장을 펼친다. 이 역시 금융종속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