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경제대예측]㉟ 실감형 콘텐츠 기술 쏟아진다
VR·AR부터 MR까지 서비스 진화…콘텐츠 부족 해소될까
2016년 모바일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은 기술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었다. 증강현실은 포켓몬고(Pokemon Go)로 회생한 반면 가상현실은 콘텐츠 부족으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이에 정부와 업계는 새로운 기술에 걸맞은 콘텐츠를 육성해 플랫폼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한편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에 이어 복합현실(MR) 기술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가 시장 초기 단계였다면 2017년부터는 본격적인 콘텐츠 확보로 가상현실 기술이 대중화할 수 있을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VR은 사용자가 시청하기 편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 진화하는 VR, 추격하는 MR
VR은 오랫동안 불편한 헤드셋(HMD)과 오랜 시청 시 피로감 문제로 대중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좋은 화질과 시야각을 제공하면서 가볍고 부피가 작은 헤드셋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탓이다.
하지만 헤드셋이 필요 없는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VR도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새로운 문은 모바일, 통신 업계가 열고 있다. KT가 최초로 리모콘으로 각도를 조절하는 360도 VR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케이블 방송 업체 딜라이브도 디지털 서비스에서 같은 기술을 구현하는 앱을 시범 출시했다.
사회관계망 서비스 페이스북은 360도 VR기술을 광고에 활용하고 있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타임라인에서 재생된 VR 동영상을 보며 스마트폰을 기울여 다른 각도 화면을 볼 수 있다.
그러나 고화질(HD) 영상을 실시간 전송하려면 5G(5세대 이동통신) 급 통신 환경이 필요하다. 360도 동영상 자체가 카메라 8개 내외로 촬영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콘텐츠 이용자들은 HD는 물론 초고화질(UHD) 화면에도 익숙하기 때문에 VR 콘텐츠 화질에 대한 평은 좋지 않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원래 VR 콘텐츠 용량 자체가 큰데 HD급 영상을 전송하려면 기존 동영상보다 용량이 수십배 많아진다”고 말했다
AR의 경우 이동하면서 즐기는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지리 정보를 바탕으로 한 위치기반서비스(LBS)와 융합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구글이 한국 정부에 정밀지도 반출을 요청했다 실패한 것처럼 해외 기업이 위치기반 AR 서비스로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미 완성된 AR 기술을 가진 업체들은 MR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메타, ODG 같은 AR 헤드셋 업체들은 내년에 MR 서비스를 공개하려 한다. 그러나 이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은 3월과 8월에 각각 홀로렌즈와 프로젝트 알로이를 공개했다.
MR 개발업체 대다수는 현실 배경 안에서 3차원 콘텐츠를 구현하기 위해 홀로그래픽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홀로그램 용 MR 헤드셋은 VR보다 가볍고 피로감을 유발하지 않는다. 배경까지 3차원 화면으로 구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PC나 스마트폰 같은 다른 허브 기기를 연결할 필요가 없다. 오큘러스 VR은 PC, 소니 VR은 게임 콘솔, 기어VR은 갤럭시 스마트폰을 허브로 연결해야 한다. KT 경영경제연구소는 “2017년은 MR 기술 대중화의 기틀이 마련되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콘텐츠 찾아가는 신기술…스포츠 중계에 투자 집중
스마트폰 초기부터 시장에 나왔던 증강현실 기술은 포켓몬고(Pokemon Go)가 인기를 끌면서 비로소 대중성을 얻었다. 즉 서비스가 대중화하려면 사용자 마음을 잡는 콘텐츠가 필요했다.
비슷한 문제를 VR이 겪고 있다. 어느 정도 기술이 완성된 상태에서도 VR은 예상만큼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2016년 상반기부터 삼성전자와 소니, ZTE 등이 VR 헤드셋을 쏟아냈지만 콘텐츠 부족으로 시장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실패했다.
구글 같은 경우 문화재나 세계적인 명소를 360도 화면으로 업로드 하는 플랫폼을 장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VR 사업자들은 기술 특성 상 주로 오락적 요소를 염두해두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콘텐츠들이 필요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콘텐츠의 중요성을 깨닫고 2월부터 가상현실 산업육성을 위한 플레그십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2016년 VR 분야 디지콘텐츠 예산은 94억원에서 122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정부 지원만으로 산업이 성장할 수는 없다. 각 기업들은 자신만의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KT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를 실감형 콘텐츠로 생중계하려 한다.
스포츠 중계를 실감형 콘텐츠로 제공하려는 시도는 해외에도 있다. 미국 컴캐스트 산하 NBC 유니버설은 지난 6월 브라질 리우 올림픽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을 VR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컴캐스트 뿐 아니라 미국 628개의 미디어 업체들 중 52%가 VR 콘텐츠 유통을 준비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조사 업체 애틀러스 리서치(Atlas Research)는 “VR 미디어 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는 콘텐츠가 스포츠”라면서 “미디어 업계가 스포츠 분야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팬심에 기반한 시청자 층이 두텁고 스포츠는 현장감 전달이 중요하기에 최적의 VR 경험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