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롯데에겐 절실 SK는 "작은 사업"

롯데, 미래 먹거리·지배구조 개선 위해 절실…SK네트웍스 매출 1.4%에 불과

2016-12-14     한광범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 맨 오른쪽)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신 회장 왼쪽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이 자리했다. / 사진=뉴스1

 

재계 3위 SK그룹과 5위 롯데그룹은 면세점 추가 선정 관련 의혹을 받고 있다. 두 기업 모두 면세점 추가 선정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이 같은 의혹으로 나란히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실제 두 기업의 서울시내 면세점 필요성에선 큰 차이가 난다. 유통기업인 롯데가 더욱 간절하다.

 

박영수 특검팀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제3자 뇌물죄 수사와 관련해 삼성과 함께 롯데를 주요 타깃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외에 별도 자금을 건넨 것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된 바 있다. 롯데는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건넸다가 검찰의 롯데 수사 압수수색 직전 이를 돌려받은 바 있다. 

 

반면 SK는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80억원 지원 요청을 받은 후 이를 거절해 수사 순위에서 뒤로 밀린 것으로 전해졌다. 탄핵안엔 두 그룹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뇌물로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과 마찬가지로 특검도 재단 출연금 수사는 후순위에 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롯데가 SK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사 기관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면세점 특허권에 대한 두 기업의 경영상 차이도 있다. SK의 경우 면세점 사업은 워커힐면세점이 유일했다. 워커힐면세점은 지난해 287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SK네트웍스 지난해 매출(20조 3558억 원)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그룹 전체(130조 원)로 보면 0.2% 수준이다. 더욱이 기본적으로 SK가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으로 대표되는 그룹인 만큼 유통업 자체가 매우 비중이 적다. SK로선 면세점과 연계할 수 있는 그룹 내 사업은 워커힐호텔이 사실상 유일하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6일 국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조특위 1차 청문회에 출석해 면세점 특허발급에 대한 대가성 의혹을 부인하며 "면세점과는 별 상관이 없을 것이다. 면세점 부분은 저희한테 너무 작은 사업"이라고 답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한 것이다.

 

롯데의 경우는 이와는 전혀 다르다. 사실상 그룹 명줄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롯데는 일단 유통업을 주력으로 하는 그룹이다. 지난해 롯데면세점 매출은 4조 3239억 원으로 세계 3위였다. 이는 그룹 전체 매출 83조원의 5.2% 수준으로 높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롯데면세점이 호텔롯데의 주력 사업부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호텔롯데 매출(5조 1319억 원)의 84.2%를 기록했다. 영업이익 비중은 100%를 넘겼다.

 

호텔롯데는 한국 롯데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롯데는 올 6월 검찰 수사 본격화로 철회한 호텔롯데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즉 롯데면세점 매출이 호텔롯데 공모가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이다.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끌어모은 자금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신동빈 회장으로선 취약한 지배력 강화를 위해서도 지배구조 개편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형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과 일본인 경영진에 의한 경영권 위협설을 잠재우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더구나 롯데는 잠실 롯데타운의 성공을 위해서도 면세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월드타워면세점은 지난해  내년 4월로 예정된 롯데월드타워의 그랜드오픈에 맞춰 롯데는 잠실 시대를 본격화한다. 월드타워면세점은 지난해 6112억 원 매출로 소공동면세점의 2조 2284억 원보다 크게 낮았다. 하지만 매출 신장률에선 26.8%로 소공동면세점의 12.8%에 비해 배 이상 높았다.​ 

 

롯데는 잠실 롯데타운에서 면세점-월드타워-월드몰-백화점-놀이동산으로 이어지는 원스톱 관광상품이 그룹 미래 먹거리가 될 것으로 보고 이를 준비하고 있다. 면세점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필수적인 만큼 월드타워면세점을 재개장하지 못할 경우 구상 실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롯데 관계자는 "면세점 특허 취득이 불발되면 (잠실 구상의) 한 축이 무너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도 청문회 당시 자금 지원의 대가성은 부인하면서도 '면세점 특허 회득을 매우 중시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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