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금리 대출액 여전히 많아 위험 노출

전문가 "금리인상기 취약계층 중심으로 빚 부담 늘어"

2016-12-12     이준영 기자
사진은 한 고객이 시중은행에서 대출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 은행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과 잔액이 여전히 많아 금리인상 시기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빚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경고가 12일 나왔다. / 사진=뉴스1

 

은행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과 잔액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인상 시기가 오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빚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이미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도 이달 오를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월말 기준 예금은행의 변동금리(특정금리 연동) 대출 비중은 65.4%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비중 69.8%보다 낮아졌으나 여전히 높은 비중이다.

2금융권 가계대출과 유사 가계부채인 자영업자 대출이 대부분 변동금리인 점을 감안하면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더 높다. 9월 말 기준 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은 256조원이다. 이를 바탕으로 볼 때 가계의 변동금리 대출 잔액은 10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이달부터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변동금리 대출은 금리 인상 시기에 취약계층 중심으로 빚 상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 이자부담은 연 1조9000억원 늘어난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렸다. 10월 예금은행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2.89%로 9월보다 0.09%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8월 이후 3개월 연속 오름세다.

미국이 이달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8일 경제 전문가 62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연방준비제도(Fed)는 오는 13~14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 전문가들은 연준이 2017년에 세 차례 금리 인상을 추가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도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진다.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이들은 한계가구와 자영업자, 고령층 등 취약계층이다. 이들은 금리가 오르면 빚 부담이 다른 계층보다 더 무거워진다. 그달 벌어 그달 먹고 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9월 국회 정무위 소속 심상정 정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한계가구는 지난해 3월말 기준 134만 가구에서 143만 가구로 8만8000가구 증가한다. 2014년 3월 한계가구는 130만 가구였다. 한계가구는 순금융자산이 마이너스이면서 처분 가능한 소득 대비 원금과 이자 상환액 비중이 40%를 넘는 가구를 말한다.

특히 대부분이 변동금리 대출인 2금융권과 자영업자 대출이 올해 급증했다. 3분기말 기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277조7400억원이다. 전분기보다 11조1200억원 늘었다. 사상 최대 증가액이다.

최근 자영업자 대출도 크게 늘었다. 6월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49조7222억원이다. 지난해 6월말 보다 12%(26조8178억원) 늘었다. 주목할 부분은 개인사업자 가운데 50세 이상의 대출 비중이 늘었다는 점이다. 50대 이상 대출 비중은 2014년 1월 61.2%에서 지난 6월 63.7%로 2.5%포인트 증가했다.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상환 부담은 고소득층보다 빠르게 증가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득 2분위의 경우 원리금상환비율(DSR)은 2012년 대비 2015년 11%포인트 늘었다. 반면 가장 고소득층인 5분위의 DSR은 5.6%포인트 늘었다. 자영업자의 원리금상환비율(DSR)도 2012년 21.9%에서 2015년 28.9%로 7%포인트 증가했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적으로 미국 금리 인상에 따라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며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도 올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부터 빚 상환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의 실질 소득이 정체됐고 기업구조조정도 진행중이다. 한계가구 수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30대 가장 김모씨(37)는 "월급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월세, 생활비 등을 쓰고나면 한달 벌어 한달 산다. 기존 빚의 이자가 늘어나면 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