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 연임 노선은 ‘가시밭길’
권 회장, 의혹 정면 돌파 의지 보여…내년 1월 정도 윤곽 나올 듯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연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향후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권 회장의 연임 의사는 최근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는 가운데 각종 의혹들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는 대통령 탄핵까지 이어진 전대미문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권 회장이 이 벽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권 회장은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이사진에게 “연임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권 회장은 “지난 3년간 추진해 온 정책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고 남아있는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회장직 연임 의사를 표명한다”며 “회사 정관과 이사회 규정에 따른 향후 절차를 충실히 따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권 회장은 연임 도전과 함께 지난 3년간 추진해온 구조조정을 마무리짓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연임 도전 의사를 밝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향후 경영 계획에 대해 “지난 3년간 추진해 왔던 정책들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고 남아 있는 과제를 완수하겠다”며 “신성장동력을 찾아서 포스코가 더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 규정상 회장은 임기 종료 3개월 전까지 연임이나 퇴임 의사를 알려야 한다. 역대 포스코 회장 중에는 1990년대 초중반 임기를 마치지 못한 황경로, 정명식 회장을 뺀 나머지 5명이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권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사회는 곧바로 최고경영자(CEO)후보 추천위원회를 꾸려 권 회장에 대한 자격 심사에 들어갔다. CEO후보추천위가 권 회장의 연임이 적격하다고 판단하면 이사회를 거쳐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결의한다. 큰 변수가 없다면 내년 1월 내에 권 회장의 연임 여부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권 회장은 취임 이후 정준양 전 회장이 벌려놓은 적자 사업 및 계열사를 정리하는데 주력했다. 정준양 전 회장은 임기를 1년 4개월 남기고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으며 지난 2013년 11월 자진 사퇴했다. 이후 권 회장이 2014년 3월 회장으로 임명됐다. 포스코 회장직 임기는 3년으로 내년 3월이면 권 회장의 임기는 종료된다.
포스코는 정준양 전 회장의 임기 때인 2011년 당시 국내 계열사가 70개까지 늘어나는 등 외형이 커졌다. 하지만 세계적인 철강공급 과잉, 수요 침체까지 겹치면서 영업이익률이 2008년 17.2%에서 2013년 4.8%로 곤두박질치는 등 경영 상황이 악화됐다.
권 회장은 취임 이후 38개 국내외 계열사를 정리했으며 2016년 35개에 이어 내년 22개 등 총 95개 연결 법인을 구조조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포스코건설 지분 매각 등 49건의 자산 구조조정을 통해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고 차입금을 크게 줄였다.
연결기준 차입금은 2013년말 대비 4조4860억원 줄여 3분기 현재 21조7610억원이다. 3분기 부채비율은 연결기준 70.4%, 별도기준 16.9%로 창업 이래 최저 수준이다. 지난 3분기에는 연결기준 분기 영업이익이 4년 만에 1조 원을 돌파하는 성과도 거뒀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권 회장의 연임은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권 회장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연임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최근 검찰 조사를 받는 등 좋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연임 의사를 밝힌 건 최순실 게이트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그동안 권 회장은 차은택 씨의 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또 회장 선임 과정에 청와대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
권 회장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지난 9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진실을 말하고 의연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검찰의 중간 조사 발표로 권 회장의 각종 의혹이 어느 정도 해소된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최순실씨 공소장에서 권 회장과 황은연 포스코 사장이 펜싱팀 창단을 결정한 것은 청와대와 최 씨 등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의혹들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한 매체는 포스코 고위 관계자의 전언을 통해 2014년 3월 권오준 회장 취임 직후 조직개편을 골자로한 임원 인사를 김기춘 비서실장실과 정호성 당시 청와대 부속비서관실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에 포스코 관계자는 “2014년 3월14일 취임한 권오준 회장에 앞서 임원인사는 3월11일 공지된 것”이라며 “임원인사는 이미 권오준 회장 취임 전에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와 사전 사후 접촉한 바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앞서 지난 5일에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포스코 회장 인선 과정에서 권오준 전 회장 인선에 적극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청와대 등에 대한 기관보고에서 “감도 안되고 자격도 안되는 권오준을 포스코 회장으로 세운 외부 비선실세는 누구인가”라며 “김 전 실장과 최순실이라는 구체적이고 확신에 찬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권 회장의 연임에 대해 오리무중이라는 반응이다. 앞서 포스코 회장들의 사례를 보면 연임이 유력하지만, 이번 최순실 파문은 그 영향력이 너무 크다는 판단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포스코 관계자는 “그간의 과정을 마무리 짓기 위해선 권 회장의 연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포스코 회장 자리는 내부 의견보다는 정부 입김이 작용한 경우가 많다. 이번 연임 결정 역시 외부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에 향후 전망을 쉽게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