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부터 판도라까지 NEW, 박근혜와 악연

개봉 연기 소문 무성 판도라 흥행조짐…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가시화

2016-12-12     고재석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도 흥행작은 탄생했다. 탈핵 메시지 탓에 개봉이 늦춰지고 있다는 소문까지 났던 영화 판도라 얘기다.

 

공교롭게도 투자배급사는 NEW. 3년 전 내놓은 영화 변호인이 최근 국정농단 정국에 다시 등장해 곤혹스런 처지에 처했던 바로 그 회사다.

 

일각에서는 김우택 대표가 이끄는 NEW가 박 대통령 집권기를 변호인으로 시작해 판도라로 마감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그만큼 말 많고 탈 많았던 시간이기 때문이다.

 

국정농단에 따른 대통령 탄핵사태 국면에서 한 재난 영화가 주말 극장가를 장악했다. 국내 최초로 원전사고를 다룬 블록버스터 판도라다.

 

12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7일 개봉한 판도라 누적 관객은 1459200명이다. 시간이 갈수록 매출액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투자배급을 맡은 NEW도 화색이다. 부산행 흥행 직후 15500원까지 올랐다가 내리막에 접어들었던 주가도 최근 다시 오름세다. 112516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12일 현재 11550원으로 상승 모멘텀을 탔다. 

 

배우 김남길이 9일 오전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뉴스1

150억원이 투입된 판도라가 던지는 메시지는 탈핵이다. 연출자인 박정우 감독은 최근 복수 매체에 나와 올해 메시지는 탈핵과 탄핵이라는 말로 분명한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때 영화계 안팎에서는 판도라가 주제 탓에 개봉이 미뤄지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다만 컴퓨터그래픽(CG)이 중요한 영화라 후반작업이 길어졌다는 해석이 보다 설득력을 얻는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기는 NEW 입장에서도 말 많고 탈 많았던 시기다. NEW는 최근 정국을 뜨겁게 달군 변호인을 2013년 투자배급했었다. 변호인에는 CJ창업투자(현 타임와이즈 인베스트먼트)가 투자했다고 알려지면서 정권발 CJ탄압설의 연결고리로 지목되기도 했다. 복수의 문화계 인사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다룬 변호인과 세월호 참사가 문화예술계에 대한 검열의 촉발 계기”라고 밝힌 바 있다.

NEW 역시 변호인 개봉 이듬해인 2014년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았다. 최종관객 1137만명을 동원한 변호인은 3년이 지나도록 명절특선영화 등 지상파 편성표에도 등장하지 않고 있다. 2014년 당시에는 한 방송사가 추석특선 영화로 편성 후 취소했다는 루머가 온라인상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NEW는 2015년에 애국주의 성향이 짙은 영화 연평해전의 투자배급을 맡았다. CJ E&M이 광해 이후 국제시장의 투자배급 맡은 것과 유사한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같은 해 NEW는 연평해전과 20위에 턱걸이한 스물을 제외하고는 전체흥행순위 20위권 영화를 배출하지 못하며 부진했다. 12월 개봉한 최민식 주연작 대호는 176만 관객에 그쳤다.

하지만 NEW가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를 향한 공세전략을 다양하게 펼쳐왔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 NEW는 올해 KBS2 ‘태양의 후예’로 드라마시장에 진출했다. 9월에는 드라마, 예능 등 TV콘텐츠도 제작하는 스튜디오&NEW를 법인으로 설립했다. 내년 하반기 동네변호사 2가 첫 작품이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가 2014년 12월 23일 서울 여의도 사옥 홍보관에서 시스템 통합 및 관리 전문기업인 아이티센, 영화투자 및 배급업체인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의 코스닥시장 신규상장기념식을 개최하는 모습. 오른쪽에서 세 번째 인물이 김우택 NEW 대표. / 사진=뉴스1

 

지난 4월에는 금융당국에 서울시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 판매동 11~14층 토지와 건물에 대한 자산을 양수한다고 공시했다. 총 양수금액은 300억원이다. 건물 210억원, 토지 90억원에 계약했다. NEW가 극장사업에도 진출했다는 얘기다. CJ와 롯데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수직계열화 움직임을 나타낸 셈이다.

이 같은 다양한 움직임의 한복판에는 NEW의 산파이자 영화계 파워플레이어로 꼽히는 김우택(52) 대표가 서있다. 30대 나이에 쇼박스 대표를 역임한 김우택 대표는 2008년 따로 시장에 나와 NEW를 만들었다. 대기업을 박차고 구멍가게를 새로 차린 셈이다. 그런 NEW가 지금은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공연, 부가판권 사업을 아우르는 초우량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됐다.

이에 대해 한 영화제작자는 “NEW는 김우택 대표를 정점으로 부문별 대표가 책임을 맡는 구조”라면서도 “쇼박스 출신들이 많고 기본적으로 김우택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말 많고 탈 많았던 2014년에도 내실을 쌓아가고 있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2014년 NEW는 코스닥에 상장했다. 중국 화책미디어로부터 535억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김우택 대표는 영화기자협회가 뽑은 ‘올해의 영화인상’을 받기도 했다.

김우택 대표가 영화 투자배급사보다는 미디어 회사라는 점을 강조하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앞의 영화제작자는 “NEW 모태가 영화이기 때문에 강력한 엔진이긴 하지만 영화 1등이 목표가 아니다. 배급사별 성적에 몰입하기보다는 사업을 다각화해서 매출 창구를 다양화하는 게 NEW의 목표다. NEW 사무실에 가보면 영화하는 사람이 제일 많긴 해도 영화만 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게 분명히 느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