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 무산되나

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 무효 소송 진행 중…결과 따라 시중은행 영향

2016-12-08     이용우 기자
금융부문·양대노총 공공 노조원들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과·퇴출제 중단' 노·정 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정부와 금융당국이 금융개혁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성과연봉제 도입이 난항을 겪고 있다. 당장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은 노조가 법원에 제출한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법원이 노조 손을 들어주면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결정한 다른 금융공기업과 시중은행도 성과연봉제 도입에 타격을 받게 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결정했던 금융공기업 노조들이 사측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해 성과연봉제 도입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10월 기업은행 노조를 필두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주택도시보증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등 대부분 금융공공기관 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해 놓은 상태다. 기업은행 소송 결과는 이달 말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공기업이 지난 5월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것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금융노조는 사측에 근로기준법 제94조 위반으로 법적 절차를 무시한 행동이라며 소송을 통해 사측의 부당성을 다루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대표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 필요성을 직접 언급하면서 올해 하반기 핵심 정책과제로 떠올랐었다"며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현 정권의 유지 여부마저 불투명해지며 사실상 도입이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를 통과시킬 때도 말이 많았다"며 "기업은행은 5월 23일 오후 6시 넘어 이사회를 열었다. 성과연봉제 도입 안건을 졸속으로 통과시켰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노조의 예상과 반대로 강경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정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권 성과연봉제를 예정대로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힌 바 있다.

임 위원장은 지난 1일 금융개혁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법원의 판단은 당연히 존중돼야 하며 법원 판결에 따라 성과연봉제 도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가처분 소송에 대해 적극 대응하는 동시에 금융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내년 1월부터 성과연봉제를 차질 없이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임 위원장 말대로 법원이 이사회 의결 과정에서 불법 소지가 있음을 인정하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무효화할 경우 금융공기업 외에 시중은행 성과연봉제 도입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가운데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노사 간 협의를 진행하는 은행은 한 곳도 없다. KB국민은행이 올 들어 꾸린 성과주의 태스크포스도 지난 9월부터 ‘올 스톱’ 상태다. 또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KEB하나은행은 노조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은 신임 노조 위원장이 업무를 넘겨받은 후 내년 초에나 성과연봉제 도입을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 선거를 지켜봐야 하는 시중은행은 굳이 노조와 각을 세우며 확대 도입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