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바우처 예산 또 삭감

가시적 성과 불구…“3년은 지켜봐야”

2016-12-06     장승일 기자
에너지바우처 홍보 포스터/사진 = 한국에너지공단

 

에너지바우처 사업 예산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삭감됐다. 기획재정부는 집행실적을 고려해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에너지바우처 사업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예산을 삭감한 것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최소 3년은 시행해야 예산의 증감 여부를 명확히 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에너지바우처 예산은 740억2700만원이 편성됐다. 지난해 예산이 914억76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19.1% 감소한 액수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에너지바우처 예산 증액 의견을 수용했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예비심사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바우처의 가구당 지원 단가를 높이기 위해 170억원을 증액한 910억2700만원이 예산안에 반영됐다.

앞선 국정감사에서도 예산 삭감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지난 4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경수 의원이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에너지바우처 사업현황’에 따르면 대상은 80만 가구이며 집행예산은 837억원으로 편성됐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사업 시행 전 187억원을 삭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년 100억씩 삭감할 계획까지 밝혀져 에너지바우처 사업을 축소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 의원은 “에너지바우처 사업은 수급자의 만족도가 높고 혹한 속에서 생존까지도 위협받는 에너지 빈곤층에게는 필수적인 사업이다”며 “사업 실적이 낮다고 예산을 줄일 것이 아니라 긴 호흡을 가지고 에너지바우처 사업 정착을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밝혔다.

예결위에서는 산업통상자원위 의견과는 달리 정부 원안(740억원)이 확정됐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산업정보예산과 관계자는 “2015년도 집행 실적으로 고려해 내년 예산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2015년도 에너지바우처 예산으로 885억1500만원을 편성했는데 집행액은 664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2015년도 지원가구가 55만 가구인 점을 고려해 대상을 59만9000가구로 확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예산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신청률이 96%를 돌파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수급자 1033가구 중 867가구(84%)가 만족한다는 조사 결과도 에너지바우처 사업의 타당성을 높이고 있다. 정부 3.0 경진대회 우수사례 30선에 뽑힐 만큼 경쟁력도 있는 사업이다.

채길태 김경수 의원실 비서는 “지난해에 사업을 처음 시행하다보니 홍보가 부족했고 이에 따라 실적도 낮게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에너지시민연대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가구의 43%가 에너지바우처 자체를 모른다고 답했었다. 이어 채 비서는 “연탄 가격이 많이 올랐고, 올 겨울이 예년보다 추워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수준으로 예산을 증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소 3년은 살펴봐야 예산 증감여부를 명확히 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에너지바우처는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난방비를 지원해주기 위한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다. 소득기준(생계급여 또는 의료급여 수급)과 가구원특성기준(만 65세 이상 노인이거나 만 6세 미만 아이)을 모두 충족하는 가구에게는 가구원 수에 따라 지원금이 차등 지급된다. 1인 가구에게는 8만3000원, 3인 가구에게는 11만6000원이 지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