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없는 콘텐츠]② CJ E&M 이어 KBS도 미국 드라마 눈독
tvN 굿와이프·안투라지 희비 엇갈려…판 커질 듯
미드(미국 드라마)가 한드(한국 드라마)로 탈바꿈했다. 스튜디오 드래곤을 앞세운 CJ E&M이 판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적 상황에 맞게 명민한 리메이크 전략을 짰다는 전문가 분석도 있다. 콘텐츠시장 글로벌화도 이 같은 분위기에 영향을 끼쳤다. 내년에는 ‘크리미널 마인드’ 리메이크작이 KBS에서 방영될 계획이다. 판이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이달 4일부터 tvN에서 방영 중인 ‘안투라지’(entourage)는 미국 채널 HBO에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여덟 차례나 시즌을 바꿔가며 방영됐던 동명 드라마가 원작이다. 할리우드 스타를 비롯해 남자들의 우정과 일상, 욕망이 줄거리 뼈대다. 지난해에는 인기에 힘입어 영화로도 제작됐다. HBO가 미리 영화화 계약을 맺은 워너브라더스가 투자배급을 맡았다.
리메이크된 국내 작품도 줄거리 뼈대는 비슷하다. 스타가 된 주인공과 그의 세 친구들, 스타의 소속사 대표 등이 얽혀 연예계와 일상을 동시에 다룬다.
시즌8까지 달려간 미국판과 달리 한국판 시청률은 처참하다. 1회 시청률 2.264%가 최고치다. 26일 방영된 8회는 0.67%에 그쳤다.
하지만 CJ E&M이 ‘미드 리메이크’에서 울기만 한 건 아니다. 7~8월 방영된 굿와이프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 드라마 역시 미국 CBS에서 방영돼 전미 시청률 1위를 기록했던 동명의 드라마를 한국화한 작품이다.
CJ E&M이 미드 리메이크에 적극적인 데는 회사 구조 덕이라는 분석이 많다. CJ E&M은 5월 물적 분할을 통해 외주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을 만들었다. 이를 거점 삼아 국내 시장에서 흔치 않은 ‘미드식 장르’에 도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양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tvN, OCN 드라마는 지상파 드라마와는 확연히 구분된다는 인상을 심어주면서 일종의 브랜드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상파로부터 방영권을 획득해야 하는 외주제작사는 단기적인 흥행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CJ E&M은 방영 고민 없이 콘텐츠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집중해왔다. 스토리 자체에 더욱 신경을 쓰며 애정물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장르를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굿와이프의 경우 CBS가 제작과정에 컨설턴트를 파견해 캐릭터들 특징과 이야기 구조 등에 적극적으로 조언했다.
이 과정에 참여한 제랄드 사노프(Gerald Sanoff) CBS 컨설턴트는 “보통 리메이크 제작과정에서 원작을 단순히 번역해 현지화에 실패한다거나, 원작의 모든 요소를 제외해 뼈대만 남은 리메이크를 만드는 실수들을 범한다”며 “(하지만) tvN은 굿와이프에서 매력적인 한국 캐릭터들을 만들어냈다”고 평했다.
굿와이프는 CJ E&M이 집계하는 8월 4주차(22일~28일)에 집계한 콘텐츠영향력 지수에서 국내 방영프로그램(예능‧드라마 모두 포함) 중 전체 8위에 올랐다. SBS 런닝맨과 MBC 진짜사나이 등을 앞선 수치다.
장민지 대중문화평론가(연세대 영상학 박사)는 “굿와이프는 한국에서 성공가능성이 높은 장르물이었다. 불륜이나 가족관계를 다루는 드라마적 관습은 한국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장르”라며 “리메이크 또한 한국적 상황에 맞는 미드를 수입해 제작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장 평론가는 “tvN에서 방영된 시그널은 리메이크작은 아니지만 미드의 장르관습을 따랐다는 점도 지켜볼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연이은 리메이크작 제작이 tvN의 드라마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는 해석이다.
저작권이 중시되면서 판권과 포맷 시장이 커졌다는 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콘텐츠 시장이 글로벌화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 커지면서 아프리카 오지에서도 어떤 방송이 나오는지 알게 됐다. 제작사들도 남의 걸 베끼면 금방 시장에 알려진다는 뜻”이라며 “(수출사 입장에서도) 브랜드 가치 상승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내년 가을 KBS에서는 미드 ‘크리미널 마인드’의 리메이크작이 방영된다. 이 드라마는 2005년 CBS에서 방영된 이래 벌써 시즌 12를 넘긴 최장수 인기 미드다. 프로파일링 기법으로 범죄자의 심리를 꿰뚫어 사건을 해결하는 수사극이다. 국내서도 이미 상당수 팬을 확보했다.
제작에 NEW와 태원엔터테인먼트가 함께 나선다는 점도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영화투자배급사인 NEW는 올해 ‘태양의 후예’로 처음 드라마 시장에 상륙해 만루홈런을 쳤다. 태원엔터테인먼트는 블록버스터급 드라마 아이리스의 제작사다. 올해는 700만 관객을 모은 ‘인천상륙작전’으로 수익을 크게 냈다.
법정드라마인 슈츠(Suits)도 리메이크 된다. 슈츠는 뉴욕 최고의 로펌가 배경으로 관련 변호사들 성장담을 다룬 드라마다. 시즌6까지 방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