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車의 역습]② 무주공산 파고드는 전기차 세계 1위 BYD

전 세계 전기차 6만1722대 판매…아이오닉 일렉트릭 2640대 판매 불과

2016-11-30     배동주 기자

 


중국산 자동차가 저렴한 가격과 비교해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 공략 범위를 상용차에서 전기차로 확대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 국내 상륙 선두에 선 전기차 업체 BYD는 최근 비와이디코리아유한회사를 설립하고 딜러사를 확정했다. 딜러사 이지웰페이는 제주도 우도사랑협동조합과 54억원 규모의 BYD 전기버스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국내 진출 결정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판매 전략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BYD까지 국내 판매 준비를 본격화하면서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BYD는 지난해 세계 시장에 전기차 6만1722대를 판매하며 미국 테슬라(5만557대), 일본 닛산(5만대) 등을 누르고 전기차 부문 세계 1위에 올랐다.

1995년 배터리 회사로 출발한 BYD는 2008년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미국 벅셔해서웨이 회장의 투자를 받아 전기차, 태양광, LED 조명 분야 등으로 진출했다. 지난해 매출은 776억위안, 순이익은 28억위안이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매출액은 727억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0.1% 성장했다.

앞서 미국 전장업체 하만카돈을 인수하며 전장사업 본격화에 나선 삼성전자는 지난 7월 BYD에 5100억원을 투자해 지분 1.92%를 확보한 바 있다. BYD 회사 가치를 26조원으로 평가한 셈이다. 국내 기업 중 시가총액이 26조원을 넘는 곳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국전력, 현대자동차, 네이버, 삼성물산 등 6곳에 불과하다.

◇ 전기차 경쟁력 “국산차가 중국차 따라가야 할 판”

문제는 국내 전기차 시장이 무주공산이라는 데 있다. 현대차가 생산·판매하는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복합 전비 136MPGe로 연료 효율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는 191㎞에 불과하다. 복합 전비란 전기차의 연비를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하기 위해 도입한 개념으로 휘발유 1갤런을 넣는 데 필요한 비용으로 전기차를 충전했을 때 주행할 수 있는 거리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국내 진출이 유력시 되는 BYD 전기차 e6 400에 맞설 수 있는 국내 생산 차종이 없는 상황이다. 전기차 구매에 있어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e6 400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는 400㎞가 넘는다. 내년 테슬라가 1회 충전 주행 거리가 512㎞인 모델S 90D 판매를 시작으로 차종 다양화에 나서지만, 고가인 탓에 BYD의 실질적 경쟁자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BYD 전기차 e6과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 사진 = 시사저널e

 

올해 국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독주 체제를 구축한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지위도 자연히 밀려날 수밖에 없게 됐다. 현대차가 국내·외 시장에서 전기차 본격판매에 나선 8월 이후 10월까지 3개월간 2640대가 팔린 반면 BYD는 지난해 총 6만1722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BYD의 성장은 세계적인 친환경차 성장세와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덕분이기도 하지만 여기엔 품질이 뒷받침됐다. 2008년 첫 전기차를 내놓은 BYD는 2010년 벤츠와 전기차 합작사를 세워 주행거리 400㎞의 전기차 기술을 개발했다.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전기차 경쟁력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중국 업체들을 벤치마킹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역사가 짧아 브랜드 인지도보다는 성능과 가격이 우선시되는 것도 중국 전기차 업체 BYD에게 호재다. 80kWh 배터리를 장착한 BYD e6 400의 중국 판매 가격은 31만위안(약 5900만원)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이 28kWh 배터리를 장착했음에도 4000만~43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저렴한 가격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1회 충전으로 얼마나 갈 수 있느냐는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라며 “전기차의 진짜 실력은 일반 차의 연비와 유사한 개념인 전기차 연비인 전비”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2018년 상반기까지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가 약 320㎞인 전기차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 전기차 보조금 지급 규정 개정 가시화

내년 BYD는 한국 시장에 15인승 이하 전기 마을버스인 K6를 시작으로 다양한 차종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BYD를 수입·판매하는 썬코어는 앞으로 2년간 BYD 전기차 1000대를 들여오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하지만 BYD가 국내 출시 계획 중인 전기차 e6 400은 80kWh 배터리를 장착해 완속 충전기 기준 완충에 걸리는 시간이 13시간에 달해 보조금 지원이 불가능하다. 환경부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가능 평가항목으로 충전 소요시간 10시간 이내를 명시하고 있다. 올해 초 한국 진출을 선언한 테슬라 전기차 모델S와 모델X도 충전 시간이 10시간을 초과한다.

환경부는 보조금 지급을 위한 전기차 충전 소요시간 10시간 이내 항목은 시장 상황에 맞춰서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전기차 성능이 개선되면서 현재 10시간 이내 완충 항목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에 BYD 전기차 판매 확대 걸림돌이 되는 국내 전기차 보조금 지급 규정이 개편 조짐을 보이고 있다.

BYD 수입 딜러사 관계자는 “K9 마을버스는 보조금을 받고 있다”며 “정부가 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충전 시간 규정을 이른 시일 내 변경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4년 전에 제정된 전기차 관련법을 개정 없이 지속하는 것은 시장 경쟁력 차원에서도 옳지 않다”면서 “보조금 지급이 전기차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만큼 보조금 지급 규정 변화도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