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예산안 분석]⑱ 긴급복지 예산, 올해도 삭감

올 추경예산 감안한 금액보다 200억원 감액…소요 금액에 대한 정밀한 평가 필요

2016-11-30     장승일 기자
긴급복지지원제도 홍보 자료/사진 = 복지로

내년 긴급복지 예산이 올해 추경예산을 감안한 금액보다 감액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가 삭감 근거로 제시한 의료 보장성 강화와 에너지 바우처 중복 수급 문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소요 금액에 대한 정밀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긴급복지 예산을 1013억400만원으로 책정했다. 올해 예산과 동일한 금액이다. 그러나 올해 추경예산으로 200억원을 추가로 편성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200억1300만원(16.5%) 삭감된 셈이다.

긴급복지 지원은 가정 내 주소득자의 사망, 학대, 화재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곤란해진 가구에게 정부가 일시적인 도움을 주는 제도다. 유형에 따라 식료품비, 의복비 등 필요한 비용을 제공하거나 의료서비스, 임시주거지를 지원한다. 생계와 주거 등은 3개월 동안 지원되며 심의를 거쳐 3개월 연장할 수 있다. 의료지원은 기본 1회가 원칙이나 심의를 거쳐 1회를 더 받을 수 있다.

2014년 생활고에 시달리던 일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모녀 사건’이 발생하면서 위기 가구 발굴 의무는 한층 강화됐다. 필요한 지원 외에 긴급지원 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안내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최저생계비 대비 소득인정액을 150% 이하에서 185% 이하로 늘리며 지원기준도 완화했다. 이런 노력덕분에 긴급지원법 실집행률은 84%(2014)에서 95%(2015)로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실집행률 증가와 같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예산이 지난해 추경 예산보다 감액된 것에 대해 비판이 제기됐다.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실 조중덕 보좌관은 “지난해에도 부족해 추경예산을 편성했는데 내년도 올해와 동일하게 편성된 것이 문제다”며 “상임위에서 얼마를 증액할 것인가를 두고 이견은 있었지만 증액 자체에는 모두 같은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추혜선 의원은 필요성을 고려해 300억원 증액을, 김태년·김부겸 의원 등은 올해 추경예산대로 200억원 증액을 주장했다. 상임위에서는 지난해 집행실적(1148억원)에서 내년 예산안(1013억원)을 뺀 135억원 증액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곧 있을 예결소위에서 긴급복지 예산 증감이 결정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보장성 강화와 에너지 바우처 수입으로 인한 수요 감소를 근거로 예산을 삭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2013년보다 1.3% 증가했다. 국민건강보험 부담금이 3조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정본인부담금이 0.5조원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은 줄지 않았다. 게다가 내년 4대 중증질환 보장은 절반 이상 삭감됐다. 의료 보장성을 삭감의 근거로 삼기에는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 바우처 중복 수급 문제는 2015년 회계결산에서 지적된 사항이다. 긴급복지 연료비 수급자 약 2만5000명 중 133명이 중복수급돼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도움을 주는 긴급복지와 1년에 한번 연료비를 지급하는 에너지 바우처는 성격과 취지 모두 다른 제도다. 전체 1% 미만인 중복 수급 인원을 근거로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잔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그동안 긴급복지 예산은 큰 사건(송파 세모녀 사건)이 있을 때는 크게 늘었다가 다음 해에는 예산이 크게 줄어드는 행태가 빈번했다”며 정치 상황에 따라 예산이 일정한 기준 없이 증감됐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에 따른 안정적인 운영방안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김 간사는 “수요조사를 해서 매년 데이터를 구축하고 그에 따라 예산의 증감을 결정해야한다”며 “설령 예산을 다 쓰지 못해 불용액이 발생하더라도 예비비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넉넉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