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AI 서비스, 통역·관광가이드 대체할까

업그레이드된 번역·포토 기능 공개…신경망 기술로 점점 인간 기능에 근접

2016-11-29     민보름 기자
버락 투로프스키(Barak Turovsky) 구글 번역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총괄이 29일 구글 본사에서 화상 연결을 통해 신경망 기술을 이용한 번역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구글코리아

 

구글 번역의 궁극적 목표는 언어 장벽을 없애는 것이다.” 구글 번역(translate) 서비스를 개발 중인 버락 투로프스키(Barak Turovsky) 구글 번역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총괄의 말이다.

 

구글은 한층 진화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내놨다. 구글 코리아는 29일 스캐너 기능이 포함된 구글 포토(Google Photos)와 신경망 기능으로 새로워진 번역(translate) 서비스를 소개하는 행사를 열었다. 새로워진 서비스는 현재 모바일 앱이나 웹 상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이날 청중들의 관심을 가장 끈 서비스는 번역이었다. 구글 번역은 올해 출시 10주년을 맞았다. 현재 매달 5억명 이상이 번역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구글이 번역하는 건수는 10억 건이다.

 

구글은 번역 시스템에 인공 신경망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번역기는 단어로 끊어서 번역하는 대신 문장을 통째로 번역할 수 있다. 엄청난 온라인상 데이터로 언어를 학습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문장의 알맞은 의미를 분석하고 다시 문법에 따라 말을 재배열한다. 결과적으로 사람이 쓰거나 말하는 것 같은 자연스런 문장 구사가 가능하다.

 

서비스 시연장에선 구글 관계자가 다양한 한글 문장을 구글 번역기로 번역해주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김춘수 시인의 시는 매우 정확한 영어 문장으로 바뀌었다. “When I call his name, he came to me and became a flower.”

 

구글 번역은 문학 작품 속 문장 뿐 아니라 수능 문제도 사용자가 답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하게 분석했다. 현장 통역사도 번역문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바둑을 점령한 알파고(Alphago)처럼 인공지능은 인간을 위한 서비스를 하며 통번역 시장을 넘보고 있었다.

 

구글이 십여 년에 걸쳐 정교한 번역 기능을 개발한 이유는 온라인에 게시된 정보의 55%가 영어로 돼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영어 회화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은 전 세계 인구의 20%에 불과하다.

 

투로프스키 총괄은 대다수 인구에겐 인터넷 정보는 유용하지 않다는 점에서 (구글은) 번역에 많은 투자를 하게 됐고 예상대로 번역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103개 언어마다 각각 신경망 분석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103개로 서로 번역이 되는 언어 쌍을 만들면 1506개가 나온다.

 

이 때문에 구글 개발팀은 인공지능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또는 한국어와 일본어, 터키어 같이 어순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비슷한 언어들을 묶어 하나의 알고리즘으로 만들도록 했다. 덕분에 인공 신경망 분석 적용 언어는 빨리 늘어날 수 있었다.

 

구글은 9월 중국어와 영어에 이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후 1115일부터 이를 8개 언어에도 도입했다. 8개 언어는 영어, 한국어, 일본어, 터키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이다. 앞으로 적용 언어는 지속적으로 늘어난다.

 

 

29일 열린 시연장에서 구글코리아 관계자가 워드 렌즈(word lens)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구글 번역 앱으로 카메라를 작동하자 앱은 표지판 속 프랑스어를 영어로 보여준다. / 사진=민보름 기자

번역은 책상에 앉아 있는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에 그치지 않는다. 구글이 번역 앱에 추가한 워드 렌즈(word lens) 기능은 이미지 번역을 제공한다.

 

이해민 구글코리아 검색 부문 프로덕트 매니저가 불어 표지판을 카메라로 보여주자 카메라 속 표지판엔 영어가 적혀 있었다. 이 장면을 보고 청중들은 탄성을 냈다. 일종의 증강현실 서비스도 번역에 가미된 셈이다. 이 서비스는 현재 영어로만 가능하다. 한국어는 해당 장면을 사진으로 찍으면 번역할 수 있다.

 

구글코리아 홍보 관계자는 아직 한국어 서비스는 언제부터 가능할지 알 수 없다면서 지금도 여행에서 간단한 표지판을 영어로 확인할 수 있어 유용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구글은 새로운 사진 기능 앱 포토스캐너(PhotoScan)를 소개하기도 했다. 20155월 출시된 구글 포토는 인공지능이 이미지 속 내용을 인식해 제목이나 키워드 없는 사진도 종류 별로 분류해준다. 이번에 나온 포토스캐너는 오래된 사진을 카메라로 찍어 보관해준다.

 

인쇄된 사진을 그대로 찍으면 반사광이 생기고 휘어진 부분이나 테두리가 왜곡된다. 포토스캐너는 이런 왜곡을 바로 잡고 기울어지게 찍힌 사진도 원래 방향대로 보여준다.

 

사용자는 앱으로 카메라를 켜고 앱이 지정하는 사진 위 4개의 점에 초점을 위치시키면 된다. 앱은 수초 내로 찍힌 사진을 조합하고 수정한다.

 

제임스 갤러거(James Gallagher) 구글 포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디렉터는 구글 포토의 가장 큰 특징은 집에서 가진 옛날 사진을 디지털화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추억을 생생하고 현장감있게 보관하고 공유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는 우리의 종착역은 인공지능이라고 말했다. 알파고와 이세돌 간 대결로 세상에 충격을 준 구글 인공지능은 점점 일상 서비스로 파고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