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예산안 분석]⑩ 예산만 늘리는 부실 유급지원병제
지원자 적어 운용률 지난해 57% 그쳐…모집정원 늘리기 앞서 지원 유인할 제도개선을
유급지원병 운용률이 해마다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예산은 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제도 개선과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운용인원을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2020년이면 직면할 인구절벽 대비 차원에서라도 유급지원병제 예산을 유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임위는 일단 국방부안을 수용하되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유급지원병은 복무기간 단축으로 인한 전투력 손실을 막고 첨단장비 운용인력을 확보하기위해 2008년부터 도입한 제도다. 복무 유형에 따라 ‘유급지원병1’과 ‘유급지원병2’로 나뉜다. 유급지원병1은 의무복무기간을 마친 뒤 6개월~18개월 동안 전문하사로 근무하는 형태다. 유급지원병2는 입대할 때부터 3년간 복무한다는 조건을 걸고 전문하사로 연장복무하는 유형이다.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유급지원병1 예산이다. 지난 10월 국회예산정책처가 펴낸 예산안 분석에 따르면 유급지원병1 운용 예산은 720억8000만원이 배정됐다. 지난해보다 195억6100만원 증가했다. 모집정원은 6470명으로 지난해와 동일하다.
문제는 예산을 늘려 편성하고 있음에도 유급지원병1 운용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3년 99.7%를 기록한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저인 57%에 그쳤다. 일각에서 제도 개선과 인건비 조정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다.
운용률이 계속 떨어지는데도 모집인원을 늘리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012년 3088명이던 모집정원은 지난해 4074명까지 늘어났다. 올해 8월 기준 모집정원은 6490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에 비해 실제 운용인원은 3740명에서 올해 8월 기준 2352명까지 떨어졌다. 운용률도 36.2%로 격감했다.
실제 운용인원과 목표 간 차이가 발생하면서 예산 집행률도 눈에 띄게 낮아졌다. 올해 8월 기준 예산 집행률은 42%에 불과하다. 실제 운용인원(2352명)이 모집정원(6490명)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3년 예산 집행률 109.3%를 기록한 이후 예산을 계획만큼 사용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국방위원회도 유급지원병1의 모집 및 운용 가능 수준을 고려해 인건비 예산을 감액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중로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와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낮은 운용률과 예산집행률에도 불구하고 예산을 증액한 것에 대해 지적하고 삭감 의견을 냈다”며 “정확한 내용은 예결소위가 끝나봐야 알겠지만 국방부 원안대로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예산 감액 조정 의견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입장이다. 유급지원병1 운용률이 저조하지만 앞으로 충분히 운용인원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국방부의 설명에 따르면 낮은 운용률은 모집정원 증가로 인해 발생한 문제다. 분대장과 숙련병이 지원할 수 있던 기준을 전체 병사로 확대하고 보수지급방법 등을 조정한다면 운용인원이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전차병 등 숙련된 병사가 연장근무를 함으로써 전투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근거로 내세웠다.
유급지원병을 유지해야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국방개혁을 들었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꾸준히 시행된 국방개혁에 따라 2022년까지 병력을 52만2000명으로 줄여야 한다. 간부를 늘려 줄어든 병사를 대체하고 무기를 현대화하는 것이 골자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는 병사로 하사 업무를 대리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유급지원병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며 “2020년이면 징병대상이 23만3000명으로 눈에 띄게 줄어들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춘 유급지원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급지원병 수를 감축하면 해당 보직을 다른 정원으로 전환할 수 없어 결국 공석이 되고 이는 전투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임위에서는 국방부 의견이 수용됐다. 국방위원회 관계자는 “상임위에서는 정부 원안대로 가기로 했다”며 “그동안 유급지원병 불용 예산이 다른 곳으로 쓰여 유급지원병 자체에 집중하기 힘들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에도 유급지원병 운용 실적이 좋지 않다면 예산 삭감 건의가 거세질 것”이라고 밝혀 향후 실적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