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투표제가 주총 찬성비율 높인다

의결권 행사 긍정적 “의무화 고려해야”...국회 상법개정안 논의 영향 미칠듯

2016-11-24     유재철 기자

도입 7년째인 주주총회 전자투표가 기업 입장에서 재산권 행사에 긍정적이란 주장이 나왔다. 주주들이 배당권 행사 등 직접적으로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투표제가 강제사항이 아니어서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하고 싶어도 회사가 이를 채택하지 않을 경우 이용할 수 없는 부분은 개선돼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국회입법조사처 황영현 법제사법팀 입법조사관은 24일 발간한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의 행사’라는 보고서를 통해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반대 비율이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경영진이 상정한 원안대로 찬성하는 비율을 높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전자투표제를 2년 연속 채택한 회사의 경우 기관투자자들의 반대 비율이 현저히 낮아진 연구 결과가 있으며, 이를 통해 전자투표제의 실시가 회사 경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실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2015~2016년 전자투표를 시행한 유가증권 상장회사 28사와 미시행한 245사의 기관투자자 평균 반대율을 분석한 결과, 2년 연속 시행한 회사의 주주총회 평균 반대율이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연속 전자투표를 시행한 상장사들의 직전 3개년(2012~2014) 주주총회에서 기관투자자의 평균 반대율은 6.76%이었는데, 전자투표제 시행 후 4.14%까지 낮아졌다. 반면에 같은 기간 전자투표제를 시행하지 않은 회사의 평균 반대율은 6.68%에서 5.92%로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상장사들의 주총이 한 날에 몰리는 이른바 ‘슈퍼주총데이’에서 전자투표제는 주주들의 의결권을 보장하는 수단으로 부각됐다. 증권예탁원에 따르면 올해 819개 상장사가 3월 25일 한 날에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적대적 M&A 방어, 이사 및 감사의 보수 등 회사의 중요안건들이 의결되지만 전자투표를 시행하지 않는 상장사의 주주들은 의결권 행사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자투표제가 주주의 의결권을 보장하는 주주친화책으로 부각되자 국내 기업들도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올해 롯데하이마트는 처음으로 3월18일 주총에서 전자투표를 도입해 출석하지 않은 주주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해외주주들이 전자투표를 이용할 수 없는 부분과 강제규정이 아닌 점은 개선돼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황 입법조사관은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시총총액의 30.5%에 달하지만 전자투표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면서 본인확인 수단으로 공인전자서명 외에 ID를 부여해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전자투표 활성화를 위해 일정규모 이상의 상장회사는 반드시 전자투표를 채택하도록 하는 의무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자투표제 도입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로 현재 국회의 관련법령 개정 논의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전자투표제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는 상법개정안(김종인 의원 대표발의)이 상정돼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재벌개혁 문제를 이번 정기국회의 최대 화두로 상정할 것”이라면서 김 의원이 발의한 상법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관련 5대 법안을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달 2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제48기 임시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