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대출 가산금리 확↑ 수신금리 ‘찔끔’

시장금리 상승 핑계…연말 특판 출시 ‘보여주기’ 비판

2016-11-23     장가희 기자

 

서울 한 시중은행에서 고객이 금융 상품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 사진-뉴스1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사는 조은희(23)씨는 대출은 시중은행에서, 적금은 저축은행에 들고 있다. 월급통장으로 사용하는 시중은행에서 적금까지 들고 싶었지만 워낙 수신금리가 낮다보니 최고 4%를 웃도는 금리를 주는 저축은행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연말 특판 상품을 출시했지만 저축은행이 제공하는 일반 예·적금 금리에 한참 뒤쳐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연말이라 ‘보여주기’식으로 때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특판 상품을 가장 파격적으로 내세운 곳은 IBK기업은행이다. 금리가 최고 연 4.3%에 달한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2일부터 추첨을 통해 연 4.3% 이자를 지급하는 '아이원(i-ONE)300적금을 판매 중이다. 아이원300적금 최고금리는 연 2.2%로 우대금리를 더하면 최고 4.3%금리가 적용된다. 우대금리는 추첨을 통해 제공되며 1000명에게는 연 2.1%포인트, 2000명에게는 0.5%포인트 우대가 주어진다.


그러나 IBK기업은행이 제공하는 4.3%에 달하는 금리도 1000명만 혜택을 얻을 수 있다. 1인당 불입할 수 있는 금액의 연간 한도도 300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저축은행들은 2%대에 달하는 적금 상품을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가 제공한 23일 현재 저축은행 평균 적금 금리는 12개월 만기 2.68%, 24개월 만기 2.74%다. 지난 10월에는 12개월 만기 2.70%, 24개월 만기 2.75%를 기록했다.  


최고 적금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은 웰컴 저축은행이다. 웰컴 저축은행 아이사랑 정기적금은 12개월 만기 4%금리를 준다. 가입대상은 만 10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다. 대신 저축은행은 36개월 만기 3.7%금리를 주는 스마트정기적금을 제공한다. 예가람 저축은행은 24개월 만기 3% 정기적금을 판매중이다.

저축은행들은 이처럼 공격적 마케팅으로 몸집을 불리는 중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지난 6월말 현재 40조6159억원이다. 1년 전보다 수신액이 6조3335억원(18.5%)늘었고 전월보다 7279억원(1.8%)증가했다. 대출 잔액이 늘어 수신 금리를 높일 여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말 기준 저축은행 대출 잔액은 41조1880억원으로 지난해 연말 35조5904억원보다 5조5976억원(15.7%)늘었다.

한편, 지난달 말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7000억원으로 9월보다 7조5000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늘었다. 이중 기업대출 잔액은 757조3000억원으로 한 달동안 4조6000억원 늘었다.

이처럼 시중은행 대출 잔액이 늘고 있지만 은행들은 시장금리 상승을 운운하며 대출 가산금리만 높이고 있다. 수신 금리는 여전히 1% 대에 머무는 중이다.

금융 소비자들은 시중은행들이 불합리하게 금리를 조정한다며 불만을 제기한다. 조남희 금융 소비자원장은 “은행들은 얼마든지 다른 경로를 통해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며 “근본적으로 고객 관리적 측면에서 수신을 한 거지 고객에게 수신을 받아다 대출을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관리비가 많이 드는 수신을 늘려봤자 은행이 얻는 이득이 크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원장은 “금융당국이 이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하지만 그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 같지 않다”며 “은행 자산 증대가 비대칭적인 경영 방식에서 나온 건 아닌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