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재위, 국세 카드수수료 폐지 논의
납세자에게 최대 0.8% 부과해 카드사 1조원대 수익 챙겨...“개인·소규모 자영업자에게 혜택 돌아가야”
현행 여신전문금융법(제19조)은 카드가맹점이 현금과 신용카드 결제금액의 차이를 두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카드가맹점이 이 차별금지조항을 위반하면 업주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 등의 제재가 가해진다.
그러나 세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이 차별금지조항이 유독 적용되지 않고 있다. 현재 정부는 지방세와 달리 소득세·법인세 등 국세를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납세자에게 최대 0.8%(체크카드 0.7%)에 이르는 수수료를 부담시키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이르면 이번 주 신용카드를 통해 국세를 납부할 때 납부대행수수료를 납세자에게 전가시키는 행위를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기재위에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세기본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현재 지방세는 국세와 달리 현금과 신용카드 결제금액이 같다. 지방세에 이 같은 정책이 가능한 이유는 지방자치단체가 신용공여방식을 채택하고 금융결제원 비용을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공여방식은 신용카드사들이 카드결제 한 세금을 최장 40일까지 운용하고,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의 재원으로 활용해 수익을 내도록 하는 제도다. 여기에 지자체는 지방세 카드결제 건당 발생하는 80원의 금융결제원 소요비용까지 부담하고 있다.
김현미 의원은 “지방세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와 납부대행기관이 1주일에서 1개월까지 일정기간 동안 자금을 납부대행기관이 운영할 수 있도록 신용공여계약을 맺어 이를 통해 납부대행에 따른 비용을 충당하게 함으로써 납세의무자의 납부대행 수수료 부담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세는 지방세와 같이 카드결제 방식이 적용되지 못하고 있다. 국가가 수수료를 부담할 경우 현금납부자와의 형평성을 해칠 가능성이 있고, 수수료 면제혜택이 납세규모가 큰 일부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지방세와 달리 국세는 수납한 경우 지체 없이 수납금을 납입해야 한다는 ‘국고금 관리법’ 규정 때문에 신용공여방식을 채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납세자들은 같은 세금을 내는데 지방세와 달리 국세에만 수수료가 부과되는 현실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이주연(가명·40)씨는 “납세자 입장에선 지방세나 국세나 다 같은 세금이다. 왜 국세에만 카드수수료가 부과되는지 납득을 못하겠다. 납세자가 내는 수수료가 고스란히 카드사의 수익 아닌가”라고 말했다.
국세의 신용카드 결제시스템이 도입된 지난 2008년 이후, 신용카드 수납액은 매년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0년 650건(8452억원) 수준이었던 신용카드결제는 지난해 2011건(18조9022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9월까지 집계된 신용카드 결제액(33조3088억원)은 이미 지난해에 비해 2배 수준에 이르렀다.
덩달아 카드사들의 수수료 수입도 뛰었다. 김현미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세 납부수수료는 2014년 311억원에서 2015년 9월까지 1조3913억원 수준까지 늘어났다.
정규언 고려대 교수는 “신용카드 납부대행 수수료를 폐지하는 것은 조세형평에도 부합한다. 다만 중견·대기업까지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맞지 않다. 개인이나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