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새는 나라살림]⑤ 청년위 예산 부실 "심사 불가"
김종민 더민주 의원 "전액 삭감해야" 주장
2016-11-21 정지원 기자
올해 예산 46억원을 포함해 혈세 약 168억원이 투입된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는 국회 예산심의권을 침해해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회의 예산심의 자료 제출 요구를 무시한 탓이다. 그런데 내년도 청년위 예산은 5000만원만 삭감된 채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 예산결산특별심사위원회로 넘어간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정책공약사업으로 추진한 기구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정부위원의 한 사람으로 청년위에 참여했다. 정부위원은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 미래창조과학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교육부 장관으로 구성돼있다. 박용호 청년위원회 위원장은 현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을 겸직한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대통령 직속사업이라서 기재부 장관이 깎을 수 없다고 하면 국회에서 예산을 깎을 수밖에 없다. 국민 혈세로 이런 사업에 돈을 쓸 수 없다”면서 “국정감사 때부터 지적했는데 청년위는 활동성과나 정책성과가 거의 없다. 청년위 담당자도 국감 한달 전에 바뀌었다. 판단 근거가 없으니 예산심사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기재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예산소위에서도 내년도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재위 예산소위에서 내년도 예산 44억원을 전액삭감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000만원을 깎자고 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청년위가 대통령 정책사업이라서 삭감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소액, 행사성 사업 위주
청년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 제2조는 청년위원회 설치 목적이 대통령 자문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자문과는 동떨어진 행사성 사업을 주로 집행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청년위원회의 대표사업은 상담사들이 일자리와 진로를 상담해주는 ‘찾아가는 청년버스’와 문화창조융합분야 전문가가 멘토링하는 ‘청춘순례’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5년도 결산 위원회별 분석에서 “청년위원회가 자문목적에 충실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위탁사업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정처는 “일부 사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이 1억원 미만의 행사성 사업으로서 수혜 대상이 제한적”이라며 “위탁사업의 실시결과가 대통령 자문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그 성과가 명확히 제시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한 국회 관계자는 “청년위는 자문기구인 만큼 자문에만 충실해서 내용있는 정책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청년위 사업은 주로 위탁행사, 홍보성 사업이 많다. 이게 무슨 정책자문과 관련이 있나”며 강하게 비판했다.
◇사업 성과지표 엉성, 일부사업만 성과조사
청년위가 밝힌 사업성과는 신뢰도가 낮다는 지적을 받는다. 성과지표가 엉성할 뿐만 아니라 일부 사업에 대해서만 성과조사를 했다.
기재부의 2017년도 예산요구서에 따르면 청년위 사업의 성과지표는 청년정책발굴수요와 전문가만족도 두 개다. 하지만 청년정책발굴수요 지표의 경우, 정책으로 채택되지 않더라도 청년위 자체회의에 상정되기만 하면 성과로 잡힌다. 전문가 만족도는 참가청년들과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청년위 담당자는 “이것도 예정처 지적을 반영해 새로 만든 지표로 알고 있다”고 했다.
모든 사업에 대해 성과분석이 된 것이냐는 질문에는 “일부사업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매년 기준이 바뀐다”고 말했다. 그는 “온지 얼마 안돼서 공부가 덜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앞서 국정감사에서도 청년위 담당자는 “바뀐지 얼마되지 않아 해당 사항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고 답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국회 관계자는 “청년위 측에 개별사업별로 사업 성과결과를 다 달라고 했는데 관계자가 자리에 없어서 자료를 줄 수 없다고 했다. 끝내 자료를 받을 수 없었다”며 “이 상태로는 성과평가도, 예산심의도 어려워서 화가 많이 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년위는 자문기구다. 그러면 자문에 얼마나 반영됐는지가 성과로 드러나야 한다. 청년위 측에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자문해서 얼마나 채택됐는지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 하지만 청년위는 채택된 대표적 사례만 보냈다”고 했다.
◇청년일자리 사업 컨트롤타워, 고용노동부 vs. 청년위원회
이에 대해 청년위원회 측은 부처 간 협업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업이며 청년들의 현장의견을 청취해 정책을 발굴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해 기준 정부가 청년 일자리사업에 집행한 예산은 1조7500억원 규모로 고용노동부, 교육부, 문화관광체육부, 중소기업청, 여성가족부, 미래창조과학부, 외교부 등 다양한 부처에서 67개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 5월 고용노동부는 중앙부처가 일자리 사업을 신설하거나 변경하려면 고용노동부와 사전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일자리 사업 사전협의제를 각 부처에 통보했다. 이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청년일자리사업의 컨트롤타워는 고용노동부다. 청년위가 컨트롤타워라면 고용노동부가 5월에 발표한 내용은 사실이 아니게 된다.
청년위원회가 컨트롤타워가 맞냐는 질문에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며 “컨트롤타워가 무슨 의미인지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