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프로슈머, 시범사업으로 발걸음 떼나
중개시장 기반 확보...수급안정성·규제 문제 해결해야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소규모전력중개시장 시범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중개시장 기반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 활성화를 위해 수급안정성과 규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전력거래소는 18일 나주 전력거래소 본사에서 주식회사 이든스토리와 소규모전력중개시장 시범사업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18일 소규모전력중개시장 시범사업 참여기업 6곳(KT·이든스토리·벽산파워·한화에너지·포스코에너지·탑솔라)을 선정한 후 이어진 절차다. 시범사업은 2017년 상반기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그동안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가 신재생공급인증서(REC)를 직접 거래하기에는 절차가 복잡하고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중개사업자가 REC 거래를 대행하면 교섭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민간기업들은 1MW 이하의 소규모 발전사업자를 모아 전력을 모의로 거래한다. 시범사업 기간 동안 관련 제도, 시스템, 사업모델을 검토해 본격적인 중개시장 개설을 위한 기반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든스토리 관계자는 “이든스토리는 자체 기술인 ‘해줌 햇빛지도’와 국내 최대 태양광 플랫폼 등 역량을 인정받아 시범사업 대상에 포함될 수 있었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태양광 발전뿐만 아니라 전력시장까지 사업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소규모전력중개시장은 전력거래소, 발전사업자, 중개사업자 3자에게 모두에게 혜택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중개사업자는 전력거래소에 다음날 시간대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치를 제공한다. 전력거래소는 이 수치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전력 수급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발전사업자는 번잡한 절차와 비싼 관리 비용을 해결하고 전문적인 관리도 받을 수 있다.
풀어야할 과제도 있다. 수급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 한국은 전체 발전량 중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연간 4~6%에 불과해 지금 당장 문제가 되지는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신재생발전 비중이 20%를 넘는 미국 캘리포니아는 낮 시간대와 저녁시간대 전력 수급 균형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력과 달리 신재생에너지는 임의로 출력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전기저장장치(ESS) 등을 필요로 한다. 추가비용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임성진 전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개인이 파는 전력은 때에 따라 다르므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며 “중개사업자가 개인의 전력을 모아서 판매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시행돼야한다”고 말했다. 가상발전소를 세우고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프로슈머들을 하나로 묶어 운용한다면 중개시장의 규모와 안정성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상발전소는 온라인 네트워크로 서로 다른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해주고 전체적인 전력공급과 수요를 관리하는 곳이다.
같은 배전망 내 판매만 허용한 기존 규제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임 교수는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해 같은 배전망을 쓰는 이웃에게만 판매가 가능하다”며 “태양광 발전 설비는 주로 도시 외곽에 설치돼있는데 실질적으로 전력이 필요한 도시로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배전망은 한 마을에서 여러 개를 쓸 수 있고, 총 길이도 30㎞로 제한돼있다. 다른 지역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파리기후체제로 형성된 신(新)기후체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30 에너지 신산업 확산전략’을 발표했다. 에너지신산업 정책방향은 프로슈머, 분산형 청정에너지, ICT융합, 온실가스 감축 등을 바탕으로 설정됐다. 2030년까지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을 한국 전력피크의 5% 규모까지 확대할 계획도 있었다.
에너지 프로슈머(energy prosumer)는 소비에만 그치지 않고 건물 내 태양광 설비 등을 이용해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다. ‘분산자원 중개업자’를 통해 소규모 전력이나 남는 전력을 타인에게 판매할 수도 있다. 소비자는 한국전력 이외 판매자에게 전기 일부를 낮은 가격으로 구입해 전기 요금 부담을 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