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한화, 신재생에너지에 승부수

두산 풍력·ESS, 한화 태양광 주목

2016-11-15     원태영 기자
최대진 두산중공업 ESS 담당(오른쪽)이 지난 7월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에서 ESS 소프트웨어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미국 원에너지시스템즈(1Energy Systems) CEO 데이빗 카플란(David Kaplan) 대표와 인수 서명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두산중공업

 

두산그룹과 한화그룹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한화는 태양광을, 두산은 풍력과 에너지지저장장치(ESS)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지난 4일 공식 발효된 파리협정도 두 그룹에게 새로운 기회를 안겨줄 전망이다. 파리협정으로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파리기후협정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195개국이 참여했다. 지구 대기온도 상승폭을 2도 이하, 가능하면 1.5도 아래에서 묶어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 협정 발효 하루전인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파리협정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킴으로서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게 됐다.

파리협정이 공식 발효됨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보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지난 5월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오는 2030년 전 세계 전력 생산능력 대비 40%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현재 세계 신재생에너지 비중 22%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4조 달러 규모 투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재생에너지는 신(新)에너지와 재생(再生)에너지의 합성어다. 기존 화석 연료를 재활용하거나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변환시켜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태양광, 풍력 등이 있다.

◇한화, 태양광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국내 업체들 중에선 두산과 한화가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이 가운데 한화는 태양광에 집중하고 있다. 태양광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설치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는 발전단가가 낮은 풍력발전이 신재생에너지 중 가장 많은 설치량을 차지하고 있지만 오는 2020년 이후에는 태양광이 풍력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IEA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세계 태양광 누적설치량은 245GW 정도다. 그러나 2040년에는 3900GW에 달할 전망이다. 태양광발전은 풍부한 자원, 높은 공간활용도, 일반소비자의 접근 용이성 등으로 인해 신재생에너지원 중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중국, 미국, 일본 등 기존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인도, 터키, 멕시코, 칠레 등 신흥국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2010년 세계4위 중국 태양광 기업 솔라펀파워홀딩스를 4300억원에 인수하며 태양광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업계에선 도박이라고 평가가 많았지만 김승연 회장이 밀어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이후 솔라펀파워홀딩스를 한화솔라원으로 출범시켰고, 2012년엔 독일 큐셀을 사들여 한화큐셀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해 2월엔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 합병으로 폴리실리콘, 셀, 모듈, 발전소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완성시켰다. 이후 한화큐셀은 셀 생산 규모 세계 1위 태양광 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한화케미칼은 폴리실리콘을 제조해 한화 큐셀에 납품하고, 한화큐셀은 폴리실리콘을 가공해 잉곳과 웨이퍼, 셀과 모듈을 만든다. 한화큐셀코리아는 태양광 발전소의 개발, 건설,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 나스닥 상장사인 한화큐셀은 지난 2분기 매출 6억3800만달러, 영업이익 8450만달러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50%가량 늘었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8350%나 뛰었다. 한화큐셀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처음으로 흑자전환한 이래 매 분기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한화큐셀 실적 상승 배경에는 글로벌 업체들과 체결한 대규모 공급계약이 있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4월 미국 2위 전력업체 넥스트에라에너지와 1.5GW 태양광 모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 물량은 태양광 업계 단일 공급계약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오스틴에너지와 전력 구매 계약을 맺기도 했다. 미국 텍사스주 부지에 170MW 규모 태양광발전소를 건설, 생산된 전력을 판매하기로 했다.

신흥국과의 계약체결도 이어지고 있다. 한화큐셀은 지난해 8월말 인도 민간 화력발전분야 1위 업체인 아다니그룹과 70MW 태양광 모듈공급계약을 맺었다. 또 아쥬르파워와 50MW, 리뉴파워와 148.8MW 규모 태양광 발전소 건설 수주를 했다.

한화큐셀은 지난 1일에는 인도 아다니그룹과 50MW 추가 공급을 따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9일에는 인도 마힌드(Mahindra)그룹의 신재생에너지 계열사인 MSPL과 141MW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급 계약에 성공했다. 한화큐셀은 18.3MW에 이르는 터키 최대 규모 태양광발전소를 직접 건설, 터키 태양광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풍력·ESS에 집중

풍력발전도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원이다. 지난해까지 424.6GW를 기록한 풍력 누적설치량은 2040년 2033GW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지역이 세계 풍력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풍력발전의 경우 두산중공업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2011년 국내 최초로 3MW급 해상풍력시스템을 개발하고 해상풍력발전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10월 국내 최대 규모(60MW) ‘서남해 해상풍력’ 건설에 참여를 확정했다.

지난 3월에는 국내 유일의 해외 풍력사업 개발자인 한국전력과 ‘해외 풍력발전 사업에 대한 공동 개발, 건설과 운영 등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전은 이번 협약을 통해 해외 풍력사업 공동 개발 추진 시 두산중공업의 풍력발전설비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또 설계부터 제작∙시공까지 일괄 수행하는 공사 방식인 EPC 사업자로서 두산중공업의 참여 기회가 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두산중공업은 이미 국내 풍력발전 시장에서 207MW(3MW급 69기)의 계약을 수주해 국내 최대 실적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두산중공업은 또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ESS 분야에 대한 투자와 수주도 적극적으로 추진중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9월 스마트그리드 보급 지원 주관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ESS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ESS는 전력을 저장해두는 일종의 ‘대용량 배터리’로 출력이 일정하지 않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필수적이다.

지난 7월에는 ESS 소프트웨어 원천기술 보유 업체인 미국 원에너지시스템즈(1Energy Systems)를 인수했다. 두산중공업은 그동안 ESS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을 추진하면서 관련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외부에서 조달해왔다. 7월 이후부터는 자체 제어기술을 보유하게 된 것이다. 이후 두산은 원에너지시스템즈 사명을 두산그리드텍으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ESS 시장에 진출했다.

두산그리드텍은 두산중공업에 인수된지 3개월만인 지난 10월 미국 텍사스 지역 에너지 생산기업인 오스틴 에너지와 600만 달러(약 68억원) 규모 ESS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최대진 두산그리드텍 대표는 “글로벌 ESS 시장이 2020년 5조원, 2025년에는 12조원 규모로 연평균 20%씩 성장할 것”이라며 “두산은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기술과 통합 솔루션으로 경쟁력을 키워 최대 시장인 북미를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트럼프 당선 이후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침체될 것이라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신재생에너지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라며 “한화와 두산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업체들의 수익도 점차 증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