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철강 산업 전망 ‘흐림’
불황 극복을 위한 정책 노력은 긍정적…장기적으로는 위기 우려
자국산업 보호를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45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전망이다. 철강업계는 이미 고율의 반덤핑관세와 상계관세를 받고 있어 트럼프 당선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철강산업에 위기가 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에 취한 보호무역 조치는 2000~2008년 2537건에서 2009~2016년 2797건으로 늘었다. 여기에 트럼프는 중국과 멕시코에 각각 45%, 35%의 보복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강화를 시사하고 있다. 그가 한미 FTA 재협상 의지까지 내비치면서 국내 기업들은 수출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철강업계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9월 미국이 부과한 고율의 반덤핑 및 상계관세에 자체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해왔기 때문이다. 관련 업체들 고부가가치 상품 판매에 주력하는 방향으로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2013년 4만7000톤이었던 자사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luxsteel) 판매량을 지난해 8만여톤까지 끌어올렸다. 현대제철은 고성능 내진용 철근과 고부가 도로 포장재 판매를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포스코는 자체 생산만 가능한 월드프리미엄(WP) 제품에 집중해 올해 3분기 403만8000톤을 판매했다. 포스코 전체 매출의 절반(48.1%) 가량을 차지할 만한 경쟁력을 입증했다.
포스코 홍보팀 관계자는 “미국이 반덤핑관세와 같은 보호무역조치를 강화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전담 통상 전문 조직이 관련 이슈를 모니터링 하고 있다”며 “철강시장이 불황 인만큼 고수익 제품 위주로 판매를 진행해 위기를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철강을 만드는 원료인 철광석과 원료탄 가격이 급격히 올랐다. 13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트럼프 당선 이후 철광석 가격은 전날보다 18%나 오른 79.70달러를 기록했다. 2014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트럼프가 1조에 달하는 인프라 투자 확대를 약속하면서 원자재 값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로 지목된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열연강판에 대해 각각 60.93%, 13.38%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트럼프가 무역 상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는 슈퍼 301조를 부활시킬 가능성도 있다. 슈퍼301조는 무역상대국이 공정하지 못한 행위를 할 경우 보복조치를 할 수 있도록 명시한 법으로, 일방적인 보복조치라는 비난을 받아 2001년 이후 중단된 상태다.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기존 자유무역협정이 미국 내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주장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가능한 시나리오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 이전부터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었으며 한층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60%에 달하는 높은 관세로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재가 전체 수출의 13%밖에 되지 않음을 근거로 들었다. 이어 “수출량 자체가 적어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인 영향을 끼치겠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자동차, 해운과 같은 전방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결국 철강업체에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