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쇼크까지' 제네시스 미국서 악전고투
보호무역·관세 부활로 수출 위축 불가피 전망
현대자동차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미국 시장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다. 지난 8월 중형 럭셔리 세단 G80을 앞세워 미국 고급차 시장 공략에 나선 제네시스는 첫 달 1497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전인 지난 7월 현대차 DH제네시스(G80)로 올린 판매량 2117대와 비교해 29.2% 저조하다. 그리고 상황은 더 악화할 조짐이다.
8일 치른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됐다.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강한 트럼프는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그는 선거기간 내내 한미 FTA를 두고 “깨진 약속이다”, “일자리 킬러다. 전면 개정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럴 경우 올해부터 미국 수출 차량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받은 제네시스는 대미 수출 전략을 원점에서 다시 짜야 한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미국 시장에 판매한 차량의 현지 생산 비중은 현대차와 기아차 각각 70%, 36%였다. 미국에서 판매된 차량 중 79%가 현지생산 물량임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다. 다만 현대차가 미국 고급차 시장 공략을 위해 출시한 제네시스 럭셔리 세단 G80과 G90은 모두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한다. 관세가 부활할 경우 판매량 확대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국와 미국은 2012년 한미 FTA 발효 이후 자동차 수입물량에 대한 관세 2.5%를 단계적으로 축소해왔다. 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입 관세 조항은 4년 내 무관세여서 올해부터는 국내 업체의 수출 물량에 관세가 붙지 않았다. 제네시스가 미국 수출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하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이유다.
문제는 트럼트가 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입 무관세 적용을 철폐할 경우 제네시스 영업이익률이 급락해 판매량 확대를 위해 절실한 브랜드 마케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제네시스는 해외시장 최초로 브랜드를 출범한 미국에서 브랜드 효과를 누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출시한 G80의 경우 첫 달 1497대, 9월 1201대를 기록했다.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이전 현대차 DH제네시스가 7월 2117대, 6월 2395대, 5월 2970대, 4월 3374대, 3월 3762대 팔린 것과 비교해 판매량이 감소했다. 제네시스는 G90와 G80의 연간 미국 시장 판매 목표를 각각 5000대와 2만5000대 등 총 3만대로 잡고 있지만, 현재 추세라면 판매량 목표 실현은 어려울 전망이다.
현대차는 초기 판매 부진을 브랜드 파워 부족으로 지목하고 브랜드 홍보를 위한 고급 마케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지만, 트럼프 당선에 따라 홍보가 지속해서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제네시스는 지난 8월 주력 차종 G80을 출시할 당시 미국 중형 럭셔리 세단 시장 평균 가격인 4만달러보다 비싼 4만1400달러를 시작 가격으로 책정해 찻값 인상 여력을 잃었다. 기존 DH제네시스보다 4% 오른 가격이다. 이에 따라 제네시스는 미국 수출 관세 적용 이후 차량 가격 인상이 아닌 영업이익률 하락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제네시스가 차량 1대를 팔았을 때 남는 이윤이 판매가격의 7~8%(딜러 수수료 포함)인 점을 고려하면 2.5% 관세 적용은 치명적이다. 이에 따라 제네시스가 독립 브랜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쏟아 붇고 있는 영업, 마케팅 등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제네시스는 현재 딜레마에 빠졌다”면서 “판매량 확대를 위해선 어떻게든 마케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러자니 무관세 철폐 이후 겪게 될 영업이익률 하락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