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모자라 원룸 전전하는 대학생들

서울 소재 대학 입사 경쟁률 1.5대 1…수요 따르지 못하는 공급

2016-11-08     박지호 기자

올해 3월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서울시 홍제동에 위치한 행복기숙사에 방문했다. /사진=뉴스1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유아무개씨(24)는 첫학기 말고는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했다. 유씨 고향은 전북 남원이지만 기숙사에 입주하기 어려웠다. 기숙사 입사 경쟁률은 1.7대 1에 이른다. 유씨가 울며 겨자 먹기로 학교 인근 원룸에 들어가 산 지 4년이다. 유씨는 월세 50만원를 낸다. 생활비까지 더하면 한 달에 쓰는 돈이 100만원에 육박한다. 유씨는 “경남 포항에서 온 후배도 수년간 원룸을 전전하고 있다. 기숙사 수용인원이 충분치 않아 기숙사 입사를 사실상 포기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대학알리미 기숙사 현황을 보면, 서울 소재 대학 기숙사 입사 경쟁률은 1.5대 1이다. 기숙사 지원자 수는 9만 7515명이었지만, 수용 인원은 6만 6710명뿐이었다. 서울시립대학교 입사경쟁률은 3.8대 1로 가장 높다. 2위는 2.9대 1 경쟁률은 보인 서울과학기술대학교다. 평균 기숙사 수용률은 서울 소재 대학을 기준으로 약 14%다. 학생 100명 중 14명만 기숙사에서 살 수 있다는 뜻이다.  

기숙사 입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학생들은 학교 밖 원룸으로 내몰린다. 서울 주요 대학가 평균 원룸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8만원이다. 이마저도 대학 소재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다방’이 8월 공개한 '서울 주요 대학가 평균 월세 지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주변 원룸 평균 임대료는 보증금 1288만원에 월세 72만원으로 가장 비쌌다. 반면 관악구에 위치한 서울대는 보증금 627만원에 월세 37만원으로 임대료가 가장 저렴한 지역으로 꼽혔다. 같은 서울에 있지만 서울교대와 서울대의 평균 월세 차이만 35만원이다. 

이 같은 대학생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해 행복 기숙사가 도입됐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은 주거시설이 부족한 대학생들에게 저렴한 비용의 기숙사를 제공하고자 2012년부터 행복 기숙사를 추진했다. 행복 기숙사는 사립대학 부지 내 건립하는 공공기숙사와 유휴 국·공유지에 건립하는 연합 기숙사로 나뉜다. 행복 연합기숙사는 월 19만원 이하, 공공기숙사는 월 24만원 이하(모두 2인실 기준)의 저렴한 임대료를 특징으로 내세웠다.  

행복 기숙사 역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 2014년 서울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홍제동 행복 연합기숙사의 수용 가능 인원수는 516명이다. 서울에 있는 행복 공공기숙사는 경희대와 세종대 단 두 곳뿐이다. 2016년 지원 계획이 발표된 행복 공공기숙사는 총 7군 데다. 그중 3곳(덕성여대, 상명대, 한성대)이 서울에 있다. 기숙사 수용 인원은 세 곳을 합쳐 920명이다. 올해 서울 소재 대학 기숙사 지원자 수 9만 7000명 중 약 3만명이 입사 탈락 고배를 마셨다는 것을 고려하면, 기숙사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이 2018년 1월 개관을 목표로 건립 추진 중인 성북구 동소문동 행복 기숙사의 수용 인원수는 750명가량이다. 이곳에 국민대, 경기대, 성균관대, 중앙대, 한국외대 등 대학생 1900여명이 입사 희망을 밝혔다. 약 2.6대 1의 높은 입사 경쟁률이 예상된다.  

수요에 맞춰 무작정 기숙사를 지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  

한국사학진흥재단 관계자는 부족한 기숙사 공급에 대해 “공공기숙사의 경우 학교 내에 짓는 기숙사라 대학이 먼저 신청해야 행복 기숙사 건립을 추진할 수 있다. 재단이 무작정 기숙사를 지을 순 없다. 세종대와 경희대는 신청한 터라 기숙사를 지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연합기숙사는 국·공유지에 짓는 기숙사다. 부지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기숙사를 짓기 위해선 국공유지가 존재해야 하고 다른 부서와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단이 부지를 구하려 애쓰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