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은 ‘최순실 예산’ 안찾나 못찾나
정부 "삭감안 만들었다"는 기존 입장 번복해 빈축…“국회가 찾아내면 삭감하고 못 찾으면 그만인가"
2016-11-08 유재철 기자
비선 실세 최순실씨 관련예산에 대해 삭감안을 만들었던 정부가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삭감안을 만들고 있지 않다”며 입장을 번복해 빈축을 사고 있다. 정부가 적극적인으로 ‘최순실 예산’ 삭감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를 하루도 지나지 않아 져버렸다. 정부가 최순실 예산을 방조했다는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안일환 기획재정부 사회예산심의관은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출석해 '최순실 예산'의 처리 방향에 대한 질의에 “지금 단계에서 다소 뒤로 미루거나 예산을 줄여도 집행을 효율화하는데 문제가 없는 것을 골라내 삭감안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 심의관의 발언 후 언론보도가 쏟아지자 기획재정부는 곧장 해명자료를 내고 “소위 ‘최순실 예산’으로 언론 등에서 제기된 사업에 대해서 관련 부처가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라며 “기획재정부는 관련부처와 해당 상임위원회의 논의내용을 확인하는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책임을 떠넘기는 듯 한 정부의 이런 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일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최순실 예산 파악은 각 부처에서 해야한다”면서 “기재부가 선입견을 가지고 의혹을 받는 예산을 삭감할 수 없다”고 발언해 빈축을 샀다.
이에 일각에서는 예산편성 주최인 정부가 최순실 예산을 알고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케이밀, 문화창조융합벨트, K스포츠 지원하는 동계스포츠영재재단, 늘품체조 등 최순실 예산이 곳곳에 산재했다”며 “정부가 관련 예산을 미리 철저히 점검해 삭감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가 찾아내면 삭감하고 못 찾으면 그만’이라는 정부의 태도도 순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먼저 최순실 예산을 파악해 국회에 보고하는 게 순리”라고 비판했다.
야당의 거센 비판에 새누리당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부 예산 심의 주체인 국회의 권한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최근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최순실 관련 예산을 당연히 삭감해야 한다면서도 “예결위 심의가 우선” 중립적 입장을 견지할 것을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주문했다.
한편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올해 최순실씨 관련예산은 한류 사업,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창조경제 예산 등 52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순실씨와 가장 연관이 깊은 문화체육관광부는 자체적으로 관련예산을 파악해 삭감하겠다고 국회에 밝혔다. 이에 문체부는 최근 최순실씨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41개 사업의 예산 총 3385억원에서 892억원(26%)을 깎아 2493억원으로 재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