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기금, 소액·장기연체 채권 소각해야"

전문가들, 소액·장기 연체 채무자 일상적 경제 생활 못해 '악순환'

2016-10-27     이준영 기자
원금 1000만원 이하 빚을 10년 이상 연체한 소액 장기 연체 채무자들이 채무불이행자가 되면서 경제 활동에서 소외됐다. 전문가들은 소액 장기 채권을 소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국민행복기금이 가지고 있는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채권 소각이 시급하다고 했다. / 사진=뉴스1

 

"건설 일용직 노동자다. 대리운전도 한다. 20대 딸과 함께 고시원 한 방에서 살고 있다. 채무불이행자로 등록돼 금융사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다. 취업도 제한된다. 20년 전 희망모아로 넘어간 270만원의 카드 빚이 있다. 희망모아와 국민행복기금을 운영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채무 조정을 신청했으나 거부 당했다. 이혼한 전 부인과 공동 명의 자동차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 차는 전 부인이 가지고 있다. 이혼한 전 부인을 찾아 자동차 소유 변경을 했으나 채무조정을 또 거절 당했다. 270만원의 빚은 나에게 부담이 크다. 현재 형편으로 갚기 어려운 큰 금액이다."

김 씨(60세) 이야기다. 원금 1000만원 이하 빚을 10년 이상 연체한 소액 장기 연체 채권자들이 채무불이행자가 되면서 경제 활동에서 소외됐다.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데 제대로 된 일자리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액 장기 채권을 소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소득·저신용자들의 부채를 탕감해 일상 경제 활동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조치가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선 국민행복기금이 가지고 있는 1000만원 이하, 10년 이상 채권 소각이 시급하다고 했다.

27일 국회 정무위 소속 채이배 의원이 한국신용정보원으로부터 받은 '가계대출 및 연체정보'에 따르면 7월말 기준 1000만원 이하 대출자는 482만7064명이다. 전체 대출자 1843만여명의 26.18%를 차지했다.

그런데 1000만원 이하 대출자의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 비율이 아주 높다. 1000만원 이하 대출자의 채무불이행자 비율은 53.81%로 전체 채무불이행자의 절반을 넘었다. 2000만원 이하 대출자의 신용불량자 비율은 70%에 달한다.

대출액이 적을수록 채무불이행자 비율이 높다. 500만원 이하 대출자의 채무불이행 비율은 39.26%, 500만원~1000만원 대출자 비율은 14.55%다. 2000만원~3000만원 대출자는 7.73%, 3억원 초과 대출자의 채무불이행자 비율은 3.68%다.

1000만원 미만 대출자의 채무불이행자 비율이 높아지면서 이들은 신용거래가 제한되고 취직도 제약된다. 신용등급도 하락한다. 경제적 재기가 어려워 빚 갚기가 더 힘들어진다.

전문가들은 원금 1000만원 이하 빚을 10년 이상 갚지 못한 채무자들의 경우 정말 빚 갚을 능력이 없다고 지적한다. 이들의 부채를 탕감해 경제 활동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 소속 제윤경 의원실의 조영민 보좌관은 "1000만원 이하 빚을 10년 넘게 갚지 못한 이들은 정말 갚을 능력이 없다. 이들 대부분은 이자로 원금 이상을 갚았다. 10년 동안 추심의 고통도 겪었다"며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이에게 과잉 대출을 한 금융사의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의 채무를 소각해 정상적으로 경제 활동에 복귀시켜야 한다. 그래야 세수와 소비가 늘어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41만여명의 소액 장기 부실채권을 일괄 소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행복기금은 지난 2004년 정부가 설립한 한마음금융, 희망모아에서 10년이 넘은 채권들을 이관 받았다. 이 기관에서 이관받은 채권은 178만명 분량이다. 행복기금은 채권을 원금의 2.1% 가격에 사와 280%의 수익률을 남겼다. 


국민행복기금은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으로 2013년 3월 출범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1월 대선 후보 당시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서민들의 신용 회복과 경제적 재기를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민행복기금의 주 재원은 부실채권정리기금의 배분금이다. 이는 은행권이 외화위기 과정에서 발생한 대량 금융소외자에게 책임을 다하기 위해 조성한 사회적 환원금이다.

유순덕 주빌리은행 상담팀장은 "김 씨와 같이 소득이 없거나 일용직 등 저소득자들에게 수백만원의 빚은 수억원으로 체감이 된다"며 "이들이 정상적 경제 활동을 하고 재기할 수 있도록 공적 기관인 자산관리공사는 1000만원 미만 10년 이상 장기 채권을 탕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