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승부 망치는 게임의 독버섯 ‘게임핵’ 기승

자동사냥으로 경험치와 아이템 챙길 수 있어 일부 유저들 애용…게임업체들 강력 대응에도 근절 안돼

2016-10-26     원태영 기자
롤헬퍼 프로그램 실행 전(왼쪽)과 실행 후(오른쪽) / 사진=서울지방경찰청

 

게입업계가 ‘게임핵’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게임핵은 PC 온라인게임 초창기부터 기승을 부려왔다. 그 종류도 자동 사냥부터 조준 보정, 게임내 물리법칙 무시 등 다양하다. 게임업체들은 별도의 운영팀을 꾸려, 게임핵 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모든 게임핵을 잡아내기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게임핵 근절을 위해선, 단속도 중요하지만 유저들 스스로가 핵을 사용하지 않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게임핵이란 게임 내 기능을 불법으로 조작하는 일종의 비인가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과거 역할수행게임(RPG)가 유행하던 시절에는 일명 ‘봇’이라 불리는 자동사냥 게임핵이 인기였다. 대다수의 RPG에서 봇을 이용해 사냥을 하는 유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업체들은 신고제도, 자동 프로그램 차단 패치, 직접 순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봇을 잡고자 노력했지만, 이를 완전히 근절하지는 못했다. 지금도 대다수 RPG에서는 여전히 봇이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봇 프로그램은 게임 내 형평성을 해치고 다른 유저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 정상적인 유저들이 일일이 사냥해 아이템을 얻을 동안, 봇을 이용한 유저들은 밤새도록 자동 사냥을 통해 편하게 경험치와 아이템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RPG의 경우, 과도한 봇으로 인해 유저수가 급감한 경우도 있다. 아울러 게임속 아이템이 높은 가격의 현금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일명 ‘작업장’이라 불리는 전문 봇 집단이 등장하기도 했다.

주로 중국 등지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아르바이트생들을 고용해 전문적으로 불법 프로그램을 돌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중국으로부터의 회원 가입을 차단하는 등 봇 근절에 큰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일부 작업장은 불법으로 한국 주민등록번호를 입수, 회원가입을 하고 있어 완전한 근절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최근엔 1인칭슈팅(FPS)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자동으로 조준을 해주는 ‘조준핵’ 등이 활개를 치고 있다. FPS게임에서의 게임핵은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상대방을 죽여 승리를 하는 것이 전부인 FPS게임에서 게임핵은 그만큼 치명적이다. 이에 업체들도 검찰에 고소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FPS게임 ‘스페셜포스’를 서비스하는 네오위즈게임즈는 지난 5월 비인가 프로그램 제작자와 판매자를 적발해 검찰에 고소했다. 또 불법 프로그램 사용자에게도 피망 서비스 이용 영구 정지 등의 제재를 가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지난 7월 자사의 FPS게임 ‘오버워치’ 불법 프로그램을 제작해 배포한 독일 개발사를 고소했다. 해당 개발사는 ‘워치오버 타이런트’라는 불법 프로그램을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 프로그램은 아군 및 적군의 이름, 체력을 비롯해 위치까지 화면에 표시해준다. 외신에 따르면 수천명의 유저들이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월 사용료는 12.95유로(약 1만7000원)로 나타났다.

아울러 블리자드는 지난 8월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한 중국 유저 약 7600명에게 계정정지라는 강력한 철퇴를 가하기도 했다.

리그오브레전드(LOL)로 유명한 라이엇게임즈도 게임핵 때문에 여러 차례 곤혹을 치뤘다. 라이엇은 최근 ‘롤 헬퍼’라 불리는 불법 프로그램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롤 헬퍼를 이용하면, 게임 내에서 자동 조준이 가능하고 자동으로 상대방 공격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즉 이를 이용하면 손쉽게 승리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게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롤 헬퍼 근절에 대한 유저들의 성토가 이어져 왔다. 일부 유저들은 롤 헬퍼에 실망에 게임을 떠나기도 했다.

이에 라이엇은 지난 3월 롤 헬퍼 사용 이력이 있는 계정을 모두 영구 정지하고 재가입까지 불가능하게 만드는 등 강도 높은 조치를 내렸다. 당시 10만여명에 달하는 이용자가 영구 정지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강력한 대응에도 불구, 롤 헬퍼는 쉽게 근절되지 않았다.

결국 라이엇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 롤 헬퍼 유통 및 판매 일당 검거에 나섰다. 경찰은 지난 19일 롤 헬퍼 판매로 총 3억5000만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일당 11명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했다.

이와 관련해 이승현 라이엇 대표는 “건전하고 즐거운 게임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부정행위 프로그램 유통 및 판매에 대해 앞으로도 일절 예외 없이 강경한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며 “라이엇 게임즈는 경찰 등과의 공조 외에도 기술적으로 부정행위 프로그램을 감지 대응하는 솔루션 도입 등 가능한 모든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게임핵 근절을 위해선 강력한 단속도 필요하지만 유저들의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드는 사람들도 문제가 있지만 결국 게임핵을 사용하는 것을 일반 유저들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유저들은 공정하게 게임을 즐기고 있지만, 일부 승부욕이 강한 유저들이 불법 프로그램 사용까지 감수하면서 승리에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핵은 일종의 컴퓨터 바이러스와 같다”며 “게임핵을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 게임핵이 나온 후 패치를 통해 개선하는 것이 전부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유저들은 업체들이 게임핵을 열심히 잡지 않다는고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며 “업체들도 게임핵 근절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만 너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에 전부다 근절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