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한국의 구글 될까
인공지능 AMICA 기술 선보여…유럽 투자 확대 놓고 회의적 시각도
네이버가 구글, 애플 등 세계적인 IT기업과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내부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한 음성인식 서비스와 자율주행차 기술 등 미래 유망 사업 연구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밖으로는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해외 스타트업 발굴을 통해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열악한 국내 산업 환경에서 그나마 네이버가 연구개발이나 M&A(인수합병) 에 투자를 하는 등 미래를 보고 혁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야심은 최근 인사와 구조개편 발표에서 엿볼 수 있다.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 의장은 이사회 수장직을 내려놓고 해외 전략에 집중한다. 법조인 출신으로 관리형 CEO라 불렸던 김상헌 대표는 자문으로 물러난다.
대신 내부 사업은 한성숙 서비스 총괄부사장과 송창현 최고기술책임(CTO)이 맡는다. 2017년 2월 주주총회와 이사회 결정을 통해 한성숙 부사장은 네이버 대표로, 송창현 책임은 네이버랩스(Naverlabs) 대표로 선임된다.
◇ 네이버 랩스, 글로벌 경쟁 동력 키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네이버랩스에 있다. 네이버는 내년부터 네이버랩스를 법인화하며 연구개발 조직에 힘을 실어주려 한다. 송창현 책임은 새 법인의 대표이사가 된다.
송 책임은 사내 연구개발 조직인 네이버랩스를 이끌며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번역 엔진 등 다양한 기술 발전을 이뤘다. 연례 개발자 회의인 DEVIEW2016에서 인공지능 기반 음성인식 시스템인 아미카(AMICA)를 소개한 인물도 송 책임이다.
음성인식 비서 서비스는 인공지능 기술 중 핵심인 딥러닝을 바탕으로 인간의 언어 패턴을 학습해 사용자와 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네이버와 웹, 모바일 플랫폼 분야 경쟁자인 구글, 페이스북 뿐 아니라 하드웨어 강자 아마존, 애플도 적극 개발하고 있다. 이미 애플 시리나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는 양사 하드웨어(HW) 고객들이 이용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밖에 자율주행차, 로봇, 번역 기술도 소개했다. 이중 번역 기능은 파파고라는 번역 앱을 통해 이미 시장에 나왔다. 파파고는 인공신경망 기술을 활용해 단어 각각이 아닌 문장 맥락을 파악하는 등 사람이 하던 작업을 대체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네이버는 AMICA에 위치기반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더하면서 자율주행차로 가는 교두보도 만들었다.
이해진 의장은 DEVIEW2016에서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기업과 경쟁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기술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이날 구글이나 애플처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뿐 아니라 하드웨어에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이 의장은 “해외에 나가는 이유는 동기부여가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네이버는 메신저 서비스 라인으로 일본 메신저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했다.
다음 목표는 일명 선진국 시장이라 불리는 북미와 유럽이다. 네이버는 특히 스타트업 투자에 신경 쓰고 있다. 첫 시작은 Korelya Capital에 K-펀드에서 한다. 네이버와 라인은 이 펀드에 각각 5000유로씩을 출자한다.
Korelya Capital은 플뢰르 팰르랭 전 프랑스 디지털경제 장관과 유럽 금융 전문가인 앙투안드래쉬가 설립했다. 이 기관은 유럽에서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 육성을 목표로 세워졌다.
구글이 북미와 유럽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지 못한 유럽은 자기 시장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경쟁자들을 재치고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한 네이버는 적합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
이스라엘 등 이미 창업이 활발한 시장은 이미 미국 투자자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도 유럽시장이 네이버에게 블루오션으로 비쳤을 수 있다.
그러나 유럽 투자가 얼마나 성공적일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도 나온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프랑스에서도 몇 년 동안 IT시장을 활성화해보려고 했지만 잘 안됐다”며 “북미권은 이미 자금력이 풍부한 투자자가 많고 유럽 스타트업 투자의 경우에는 성공확률이 얼마나 높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네이버가 국내에도 투자를 하긴 하지만 투자할만한 스타트업이 더 많은데 외부에 눈을 돌린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